송종국, 김성주, 안정환(왼쪽부터)

MBC의 새로운 도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겨냥해 캐스터 김성주, 해설위원 안정환, 송종국으로 새로이 중계진을 꾸린 MBC는 지난 2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튀니지 평가전에서 ‘중계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물론 한국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4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클럽 아프리칸)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1-0로 패배했지만, 중계만 놓고 본다면 무엇보다도 세 사람의 개성이 살아 있는 중계가 담겼다는 데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앞서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다시 중계석에 앉은 김성주와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의 조우로 화제를 모은 안정환, 송종국의 조합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다수 방송을 통해 탄탄한 진행 능력과 입담을 뽐낸 김성주야 그렇다 치더라도, 안정환, 송종국 카드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의 인기에 편승한 실험적인 조합이라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중계석의 앉은 세 남자의 입담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27일 2014 브라질 월드컵 MBC방송단 발대식에서 공언한 ‘아빠들의 수다’와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인 만큼 경험과 전문성이 고루 담긴 중계가 탄생했다.

캐스터 김성주

‘아빠 어디가’에서도 ‘중계’를 생활화해 눈길을 끌었던 김성주는 노련한 진행으로 안정환, 송종국의 발언을 이끌어냈다. 김성주는 경기의 흐름에 따라 상황을 전달하다가도 해설위원이 꺼내놓은 정보 중 영양가 있는 말을 포착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홍정호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된 뒤 한국 선수들이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이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다”는 안정환의 말을 받아 2002 한일 월드컵 경험과 연결했다.

또 안정환과 송종국은 예능을 통해 드러난 서로 다른 성격만큼이나 현역 시절 몸담았던 포지션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로 중계의 맛을 더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반지의 제왕’으로 불리며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던 안정환은 현역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 공격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후반부에 주도권을 빼앗긴 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안정환은 “한국 대표팀의 공격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첫 번째 볼 터치 시 수비수를 제칠 수 있도록 방향을 틀지 않는 점과 패스 시에 움직임을 한 번만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공격 부분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또 경기가 과열되자 “운동장 밖에 있는 감독의 말도 중요하지만, 경기장 내 뛰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도 감독이 필요하다”며 “(축구선수) 선배로서 걱정이 된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자신을 ‘선배’라 칭하며 선수들의 입장에서 내놓는 해설은 ‘안정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해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송종국과 안정환(왼쪽부터)이 2014 MBC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한 팀으로 뭉쳤다

반면 송종국은 ‘아빠 어디가’에서 드러난 대로 세심한 성격을 바탕으로 분석적인 해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송종국은 안정환과 달리 수비 부분에 집중하며 중계에 균형감을 더했다. 후반부 대한민국이 튀니지 수비수에 막혀 공격에 어려움을 겪자, 송종국은 “튀니지의 전면 수비는 정말 강하다. 공이 빠져도 선수들을 개별 마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튀니지 수비를 칭찬하는 동시에 한국 대표팀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설명하려 애썼다.

진행 스타일과 집중하는 부분까지 모두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점을 보인 부분은 딱 한 가지. 바로 한국 대표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수비가 무너진 뒤 빈번히 실점 위기에 놓일 때마다 두 해설위원은 말하기를 멈추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화면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선수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몸을 들썩였을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때마다 중계석에서는 김성주의 목소리만 홀로 울려 퍼졌다.

비록 이번 경기가 이들이 중계석에서 만난 첫 번째 호흡이었으나, 세 남자의 호흡은 예능에서 선보인 그대로였다. 경기 관전에 있어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 시점에 신선함과 각자의 영역에서의 경험으로 중무장한 이들의 중계는 본선 무대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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