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에서 계속) 보컬리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민채는 정식으로 노래를 배웠다. 가수이자 작사가인 장연우(본명 장복신)에게 휘트니 휴스턴, 알리샤 키스 같은 고음위주의 가수들 노래를 카피하는 보컬 트레이닝을 1년 가까이 받았다.
“언니가 이렇게 저렇게 소리를 내라는 대로 따라해 보니 실력이 많이 늘더군요.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목소리를 터트리는 샤우팅도 재미있었지만 제 목소리는 크게 내 지르면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보컬 톤을 제대로 내려면 편안한 창법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음보다 잔잔하게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민채)
2005년 대학 졸업 후, 그래미상을 받은 재즈 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을 꿈꾸며 4인조 재즈밴드 ‘김연희 쿼텟’을 결성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스탠더드 재즈곡을 부르며 1년 동안 유명 호텔 무대를 섭렵한 그녀는 뮤지컬 ‘햄릿’에 남자 역할로 참여하고 연극무대에도 오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김연희는 민채의 원래 이름이다.
“김연희란 이름이 싫었어요. 뭔가 느낌이 야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연약한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제 이름에서 ‘계집 姬’자는 좋지가 않아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인생이 꼬인다고 해 2009년에 김민채로 이름을 바꿨습니다.”(민채)
민채는 재즈레이블 에반스 소속이다. 지난 13년 동안 홍대 지역에서 라이브클럽을 국내 재즈 뮤지션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온 에반스는 2003년부터 매년 4번에 걸쳐 자체 신인 발굴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있다. 10년 동안 총 40기의 뮤지션을 배출했는데 피아니스트 윤석철, 자라섬 재즈 콩쿨에서 우승한 베이시스트 김인영 등은 이 프로젝트 출신이다. 민채는 2006년 9기 출신이고 그녀의 앨범에 참여한 기타리스트 이동섭도 2004년 4기 출신이다. 민채는 7팀이 참여한 경연에서 최종 2팀에 선발되었다.
“에반스에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 선발되면 메인무대에 서고 앨범도 제작해 준다기에 콜 포터가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 곡 ‘왓 이즈 디스 씽 콜드 러브(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를 불러 선발되었습니다.”(민채)
선발된 뮤지션들은 3개월 동안 연습기간을 거친다. “오디션에서 재즈와 보사노바 곡을 피아노를 연주하며 불렀는데 마음에 쏙 들더군요. 얼굴도 예쁘고 피아노도 잘치고 노래도 잘해 민채의 음색에 맞는 보사노바 풍의 앨범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홍세존 에반스 대표) 데뷔앨범 제작을 제안 받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음악에 대한 확신도 없고 노래실력도 부족해 시기상조라 생각 했습니다.”(민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송라이팅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민채는 2011년부터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한동안 다른 뮤지션의 공연과 음반에 피쳐링에 참여했던 그녀는 소모적인 음악활동을 그만두고 자신의 음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런 저런 공연을 하면서 정통 재즈보컬은 제 스타일이 아니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맞는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실에서 직접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든 곡은 ‘레인 섬데이(가제)’인데 앞으로 이런 스타일로 곡을 쓰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군요.”(민채)
민채는 그때그때의 감정을 담아 한참 동안을 피아노를 치면서 멜로디를 끄집어내는 방식의 작곡 스타일이다. 멜로디가 완성된 후 가사는 항상 마지막에 쓴다고 한다.
“시작하자마자 5분 안에 나오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서너 시간 피아노를 쳐도 나오질 않아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을 때 간신히 절반 정도가 나오는 곡이 있어요. 물론 꽝 치는 날이 더 많죠. 사람의 감정은 기쁘고 슬픈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픔 안에 희망이 있을 수도 있고 기쁜데도 슬픔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첫 사랑처럼 확실한 감정보다 복잡한 감정을 곡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재미있습니다.”(민채)
창작을 시작한 민채는 2012년 12월 드디어 데뷔앨범 제작에 들어갔다. 소속사에서 민채와 기타리스트 이동섭을 매칭 시켰다. “앨범제작 때문에 만나기 전부터 저는 동섭 씨를 공연장에서 만나 알고 있었어요. 2012년에 발표한 그의 연주 1집 ‘유어 송(YOUR SONG)’에는 하비누아주의 뽐므(김지혜)가 부른 ‘미안’이란 유일한 보컬곡이 하나 있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민채) 민채보다 3살 어린 이동섭은 기타연주와 송라이팅에 재능이 출중한 신인 아티스트다. “민채 누나의 음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앨범에 참여했습니다. 누나가 내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틈 만 나면 곡을 창작해 들어보라고 보냈죠. 한 10곡정도 만들었을 겁니다.”(이동섭) 민채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2번째 트랙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외로움은 서툴러’는 오랫동안 만났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의 아픈 감정을 스케치한 그의 창작곡이다.(part4로 계속)
민채와 기타리스트 이동섭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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