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게 음악이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글들은 넘치고 넘친다. 스타들과 관련된 가십부터 새 음반에 담긴 음악을 해설한 글, 업계의 사정을 설명한 글, 그 외 여러 가지 대중음악계 현상을 분석한 글, 장르별 개론서 등.
음악을 글씨로 읽는 것은 어쩌면 따분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독자의 취향을 넓혀줄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십성 기사에 먼저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담긴 글들도 가끔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이 듣는 음악이 귀에 더 잘 들어올 수 있고, 더 좋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 세 권의 음악서적을 소개한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민희 지음
최근 엑소 열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설명할 때 팬덤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그룹의 등장 이후 그들을 동경하는 팬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제는 이들의 모습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국의 가요계, 그 중에서도 상업적으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아이돌 시장은 팬덤을 중심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는 H.O.T. 이후 등장한 한국의 조직적인 팬덤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팬덤은 빠순이로 평가절하될 만큼 되돌아볼 가치가 없는 현상일까? 저자는 한류라는 놀라운 현상의 이면에는 아이돌과 스타 배우를 무한히 지지하는 팬덤이 늘 있어왔음을 말하고, 편견과 오해에 가려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팬덤의 형성 과정과 그들의 문화 음악산업에 미친 영향력 등을 세밀하게 짚어내고 있다. 조용필, 서태지 때부터 존재해온 팬덤이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그룹을 통해 보다 조직화되고, 체계화되는 움직임을 설명하고, 이들의 대표적인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팬질은 곧 정치질’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저자 이민희는 2002년 ‘이즘’을 시작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월간지 ‘프라우드’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2008년부터 전업평론가로 ‘백비트’,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씨네21’, ‘재즈피플’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라디오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가 있다.
한권으로 보는 J-Pop 연대기, 김성환 지음
가요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해외 음악으로는 미국, 영국의 팝, 그리고 일본의 음악을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일본은 지리적, 정치적인 근접성 때문에 한국의 대중음악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침략국가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그 외에 일본의 제이팝(J-Pop)에 대한 동경도 꾸준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꾸로 케이팝이 일본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양 나라 간 대중음악의 교류는 더욱 잦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권으로 보는 J-Pop 연대기’는 ‘한국인의 기억으로 일본 대중음악을 이해한다’는 모토로 시작됐다. 제이팝에 대한 통사적 접근을 취하돼 한국에서 소비된 방식을 근거로 일본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1950년대 이전 류쿄카 시대, 50~60년대 카요코쿠의 등장, 그룹사운드의 유행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제이팝이 국내에 불법음반 형태로 퍼진 1980년대, CD로 옮겨간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 후 직배사들이 제이팝을 공식 유통한 2000년대 세 부분으로 나눠 일본 음악계 트렌드와 중심 장르들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내한했던 안전지대를 비롯해 라우드니스, 엑스재팬 등 록밴드, 전문 연예학원 출신의 아이돌그룹, 그 외에 차게 앤 아스카, 마츠다 세이코, 아무로 나미에, 미스터 칠드런, 시이나 링고 도쿄지헨 등 제이팝 스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만나볼 수 있다. 제이팝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지침서. 저자 김성환은 2000년 음악월간지 GMV를 시작으로 핫트랙스, 비굿, 파라노이드, 백비트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대중음악사운드 – 한국 인디 명곡 100선, 박준흠 외
‘대중음악사운드’는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심층적인 고민을 담은 무크지다. 대중음악과 관련된 뮤지션, 음반을 다루는 것을 물론이고 더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 역사 100년, 한국 대중음악 파워 100 등 기획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페스티벌 산업, 음악방송, 유통, 트렌드, 팝 등 거의 안 다룬 것이 없다. 한 일간지 가요부 기자는 “얼마간 다른 부서로 발령 났다가 가요부로 돌아왔을 때 ‘대중음악사운드’를 통해 최근 대중음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JYP 정욱 대표 사무실 책상 위에도 ‘대중음악사운드’가 한 권 놓여있더라.
제7호에서는 ‘한국 인디 명곡 100선’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1996년 드럭레코드에서 발표된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이 발매된 시기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인디 신에서 발매된 곡을 대상으로 박준흠, 성우진, 최규성 등 36명의 전문가가 선정 및 집필에 참여했다. 국카스텐 ‘거울’,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 백현진 ‘학수고대했던 날’,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아소토 유니온 ‘씽크 어바웃 유(Think About ‘Chu)’, 언니네 이발관 ‘아름다운 것’, 이장혁 ‘스무살’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크라잉넛 ‘말달리자’, 허클베리핀 ‘사막’ 등이 선정됐다. 책에서는 “인디음악 신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이후 기존 음반기획사들이 돈이 되는 아이돌 음악 제작에만 치중하면서 더 이상 비 아이돌 음악을 제작하지 않자 서서히 형성된 대안적인 음악 신”이라며 “기존 록밴드 도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과 펑크/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추구하는 신인 뮤지션들은 음반을 제작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했고, 그래서 탄생된 것이 독립적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인디레이블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 기반은 홍대 주변의 라이브클럽이 되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음악을 글씨로 읽는 것은 어쩌면 따분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독자의 취향을 넓혀줄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십성 기사에 먼저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담긴 글들도 가끔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이 듣는 음악이 귀에 더 잘 들어올 수 있고, 더 좋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 세 권의 음악서적을 소개한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민희 지음
최근 엑소 열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설명할 때 팬덤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그룹의 등장 이후 그들을 동경하는 팬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제는 이들의 모습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국의 가요계, 그 중에서도 상업적으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아이돌 시장은 팬덤을 중심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는 H.O.T. 이후 등장한 한국의 조직적인 팬덤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팬덤은 빠순이로 평가절하될 만큼 되돌아볼 가치가 없는 현상일까? 저자는 한류라는 놀라운 현상의 이면에는 아이돌과 스타 배우를 무한히 지지하는 팬덤이 늘 있어왔음을 말하고, 편견과 오해에 가려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팬덤의 형성 과정과 그들의 문화 음악산업에 미친 영향력 등을 세밀하게 짚어내고 있다. 조용필, 서태지 때부터 존재해온 팬덤이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그룹을 통해 보다 조직화되고, 체계화되는 움직임을 설명하고, 이들의 대표적인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팬질은 곧 정치질’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저자 이민희는 2002년 ‘이즘’을 시작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월간지 ‘프라우드’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2008년부터 전업평론가로 ‘백비트’,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씨네21’, ‘재즈피플’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라디오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가 있다.
한권으로 보는 J-Pop 연대기, 김성환 지음
가요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해외 음악으로는 미국, 영국의 팝, 그리고 일본의 음악을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일본은 지리적, 정치적인 근접성 때문에 한국의 대중음악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침략국가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그 외에 일본의 제이팝(J-Pop)에 대한 동경도 꾸준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꾸로 케이팝이 일본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양 나라 간 대중음악의 교류는 더욱 잦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권으로 보는 J-Pop 연대기’는 ‘한국인의 기억으로 일본 대중음악을 이해한다’는 모토로 시작됐다. 제이팝에 대한 통사적 접근을 취하돼 한국에서 소비된 방식을 근거로 일본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1950년대 이전 류쿄카 시대, 50~60년대 카요코쿠의 등장, 그룹사운드의 유행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제이팝이 국내에 불법음반 형태로 퍼진 1980년대, CD로 옮겨간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 후 직배사들이 제이팝을 공식 유통한 2000년대 세 부분으로 나눠 일본 음악계 트렌드와 중심 장르들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내한했던 안전지대를 비롯해 라우드니스, 엑스재팬 등 록밴드, 전문 연예학원 출신의 아이돌그룹, 그 외에 차게 앤 아스카, 마츠다 세이코, 아무로 나미에, 미스터 칠드런, 시이나 링고 도쿄지헨 등 제이팝 스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만나볼 수 있다. 제이팝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지침서. 저자 김성환은 2000년 음악월간지 GMV를 시작으로 핫트랙스, 비굿, 파라노이드, 백비트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대중음악사운드 – 한국 인디 명곡 100선, 박준흠 외
‘대중음악사운드’는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심층적인 고민을 담은 무크지다. 대중음악과 관련된 뮤지션, 음반을 다루는 것을 물론이고 더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 역사 100년, 한국 대중음악 파워 100 등 기획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페스티벌 산업, 음악방송, 유통, 트렌드, 팝 등 거의 안 다룬 것이 없다. 한 일간지 가요부 기자는 “얼마간 다른 부서로 발령 났다가 가요부로 돌아왔을 때 ‘대중음악사운드’를 통해 최근 대중음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JYP 정욱 대표 사무실 책상 위에도 ‘대중음악사운드’가 한 권 놓여있더라.
제7호에서는 ‘한국 인디 명곡 100선’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1996년 드럭레코드에서 발표된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이 발매된 시기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인디 신에서 발매된 곡을 대상으로 박준흠, 성우진, 최규성 등 36명의 전문가가 선정 및 집필에 참여했다. 국카스텐 ‘거울’,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 백현진 ‘학수고대했던 날’,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아소토 유니온 ‘씽크 어바웃 유(Think About ‘Chu)’, 언니네 이발관 ‘아름다운 것’, 이장혁 ‘스무살’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크라잉넛 ‘말달리자’, 허클베리핀 ‘사막’ 등이 선정됐다. 책에서는 “인디음악 신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이후 기존 음반기획사들이 돈이 되는 아이돌 음악 제작에만 치중하면서 더 이상 비 아이돌 음악을 제작하지 않자 서서히 형성된 대안적인 음악 신”이라며 “기존 록밴드 도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과 펑크/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추구하는 신인 뮤지션들은 음반을 제작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했고, 그래서 탄생된 것이 독립적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인디레이블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 기반은 홍대 주변의 라이브클럽이 되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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