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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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정화 기자] 내뱉는 단어마다 웃음이 배어났다. 내면에 자리한 기운찬 에너지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방식인 듯했다. 이호정은 이야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다양한 감정을 실은 웃음을 내보였다. 텍스트로는 다 기록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건강한 에너지였다. 조금은 낮은 톤의 목소리에 소녀보다 소년에 가까운 털털한 말투로 친근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녀에게선 여름날의 녹음처럼 싱그러움이 흘러넘쳤다. 고민을 토로하던 순간에서조차 절대 휘발되지 않던, 그녀만의 무기였다.

이호정은 2012년에 모델로 데뷔했다. 런웨이는 물론, 패션 화보와 광고, 뮤직비디오 등에서 활약했다. 패션계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이라도 그녀의 모습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모델 장기용과 함께한 청바지 화보나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달리던 광고 영상, 지드래곤과 찍은 의류 브랜드 화보. 뿐만 아니다. B1A4 ‘잘자요 굿나잇'(Jap Ver.), 케이윌 ‘촌스럽게 왜 이래’, 틴탑 ‘쉽지 않아’ 등의 뮤직비디오 속 여자 주인공이 바로, 이호정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돌들과 작업을 많이 했네요. 그래서 10대분들이 저를 좀 많이 아시는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케이윌 뮤직비디오에선 엑소 찬열 씨랑 같이했고, 작년엔 틴탑 ‘쉽지 않아’ 뮤직비디오에 나왔어요. 그런데 이게 참, 촬영할 땐 파트너를 별로 신경을 안 써서 기억나는 일들이 거의 없어요. (웃음) 파트너가 잘 해줬으면 좋겠다 이 생각밖에 안 해서… 집중해서 빨리 찍고 가야지 싶어 대화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하하.”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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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다 이루고 싶고, 갖고 싶은 건 다 갖고 싶”어서 “해야만 하는 건 항상 상상하고 꿈에 그린다”던 이호정은 선배 모델 장윤주를 보며 모델의 꿈을 품었다. 어린 소녀의 머릿속에만 자리할 수도 있던 꿈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전하던 이야기는 마치 ‘시크릿’ 속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명하는 탁월한 예시 같기도 했다. ‘되고 싶은 것, 그 이상을 상상하라’라는 주제에 꼭 들어 맞는 말들 말이다.

“모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윤주 언니랑 같이 런웨이에 서는 장면을 항상 꿈꾸면서 잠들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아카데미가 끝나자마자 그 시즌에 런웨이에 서게 되었죠. 윤주 언니가 나오는 쟈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 무대에 같이 섰는데, 그날 언니가 말도 걸어 주셨어요. 백 스테이지에서의 일이며, 함께 쇼를 섰던 그 모든 장면들이 다 꿈만 같았죠. 정말 기뻤어요. 생각하고 꿈꾸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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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녀가 모델로 데뷔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해외 잡지 표지 모델을 하는 일. “아직도 그 마음이 남아 있다”는 이호정은 “안 나가면 후회할 거 같기도 하다”라며 “어떤 것이든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고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는 시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지금은 반반이에요. 처음 모델로 데뷔했을 땐 모델 하나만 바라봤는데, 이젠 제게 찾아오는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입장이에요. 물론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잘해야 하죠. 생각이 좀 복잡했는데 최근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많이 정리했어요. 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냥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야겠다, 이렇게 결론 내렸죠.”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건네자 “마이웨이로 가는 아이”라는 대답을 서슴지 않고 했던 이호정. 어린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했지만 자기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성장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욕심 많고 꿈 많은 열아홉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싶지만… 혹시라도 내가 나중에 변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그랬으면 좋겠다”면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잘 해나가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1년 뒤엔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 주고, 내가 더 멋져졌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처럼 꿈이란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비상할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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