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야 보날리는 1973년생인 프랑스의 대표 선수였다.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3번이나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받지 못했다.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럴리가. 스포츠에는 언제나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피겨스케이팅처럼 백인들(그리고 일찌감치 세계무대에 올라선 일본인들)이 헤게모니를 쥔 고급 스포츠에서는 더더욱. 보날리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번 반항했다. 1994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받은 뒤 수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편파 판정은 계속됐다. 기술점수는 높았으나 심판들의 주관적인 예술점수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박한 점수를 받았다. 보날리는 마지막으로 심판과 ISU(국제빙상연맹)에 엿을 먹였다. 1998년 동계올림픽 롱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특유의 장기인 백플립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해버렸다. ISU는 우아하지 못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보날리의 백플립을 철저하게 배척해왔었다. 그래서 보날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멋지게 백플립을 했고 이듬해 프로로 전향해버렸다. 2004년 동계올림픽 스캔들(프랑스 심판이 편파판정을 위해 점수를 이중으로 기록한 게 들통이 나버렸다)로 피겨스케이팅 판정법은 바뀌었다. 다양한 기술적 요소에 세세한 점수를 부여하도록 한 새로운 채점제가 생겼다. 새로운 채점제가 없었더라면 김연아 역시 수리야 보날리처럼 박해받았을 게 틀림없다. 아름다운 빙상의 뒷 편은 피부색과 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옛날 보날리의 백플립은 볼 때 마다 콧등이 시큰하다. 하얀 빙상을 멋지게 파토 놓고 떠나는 흑표범의 마지막 몸짓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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