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이혜준, 이상유, 남세훈(왼쪽부터)

직업상 음악을 대하다보면 피로해질 때가 있다. 쌓여 있는 각기 다른 음반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그 음악에 대한 모독이다. 귀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다. 피로한 귀는 역시 음악으로 쉬게 해준다. 로켓트리의 음악은 딱 귀가 피곤할 때, 어깨에 힘을 빼게 해주는 누이와 같은 음악이었다. 장난꾸러기 누나와 같은 이상유의 목소리, 남정훈(베이스), 남세훈(기타), 이혜준(건반)의 기교를 덜어낸 연주. 최근 발표한 EP ‘기분이 좋아’는 제목이 궁금해서 들어보고 가사에 공감을 하다가 멜로디에 취하게 되는 곡들이 담겼다.

로켓트리는 2009년에 피아노(이상유)-베이스(남정훈)-드럼(염성길)으로 이루어진 연주 밴드 ‘로켓트리오(Rocket Tri5)’로 시작했다. 어쩐지 연주가 예사롭지 않더라. “재즈와 록이 혼합된 오르간트리오였어요. 미스터빅의 베이시스트 빌리 시언이 결성한 나이어신의 음악을 카피하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곡은 전혀 나이어신 같지 않았어요.”(이상유) “카피하는 음악은 센 곡들인데 정작 우리가 만드는 음악은 지금의 로켓트리 스타일이었거든요. 좋아하는 것과 할 줄 아는 건 다른 거더라고요.(웃음)”(남정훈)

네 멤버는 9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남정훈과 남세훈은 형제. 둘이 조정치의 공연 연주를 도와주다가 놀러온 이상유, 이혜준과 다시 만나 팀으로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상유 남정훈은 조정치와 서울예대 동기다. 로켓트리오는 음악 스타일을 바꾸면서 로켓트리로 이름을 바꿨다. 팀은 중간에 5인조를 거쳐 최종적으로 드럼이 빠진 4인조로 정착했다. 피아노를 치던 이상유가 보컬을 맡았다. “상유 씨가 보컬 욕심이 있더라고요. 하긴 조정치도 노래하는데 상유 씨가 못할 게 없죠.(웃음)”(남정훈) “처음엔 앨범 생각 없이 클럽 공연이 목표였기 때문에 제가 노래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앨범까지 내게 됐네요.(이상유)

로켓트리는 2011년에 정규 1집 ‘아름다운 계절’를 발표하고 소극장 및 라이브클럽을 돌며 공연을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스페이스 어쿠스틱 밴드’라고 부른다. “스페이스 어쿠스틱이란 말 자체의 어감이 좋아요. 우리 넷이 취향이 반전이 있거든요. 소박하게 시작해서 무한 공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이상유) 실제로 로켓트리의 음악에는 ‘반전’이 있다. 얼핏 들으면 달콤한 어쿠스틱 팝 같지만, 그 안에 꽤 정교한 편곡, 연주가 살아있다.

‘우주여행 기금마련 공연’이란 타이틀로 매달 다른 콘셉트의 공연을 했다. “매 공연을 모두 다른 콘셉트로 해요. 신곡도 발표하고, 게스트도 매번 다르고. 그런데 오는 관객은 항상 같아! 그래서 친해져요.(웃음)(이상유)” 책 읽어주는 로켓트리, 로켓트리가 선사하는 영화음악, 헌정음악의 밤 등 다양한 주제로 공연을 한다.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가 로켓트리의 강점이다. “저희가 각자 좋았던 책을 소개하며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요. 존경하는 뮤지션, 가령 칼라 블레이의 가발을 쓰고 ‘로운스(Lawns)’를 연주하기도 해요. 남세준 씨는 스티브 잡스를 존경해서 아이패드로 연주를 하기도 했죠.”(이혜준)

연주력이 뒷받침되다보니 공연에서 편곡도 각양각색이다. “저희 곡도 매번 다르게 연주를 해요. 그런데 메탈로 편곡을 했다가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죠.(남세훈)” “저희가 록 키드거든요. 특히 80~90년대 LA메탈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건즈 앤 로지스 등을 메들리로 했는데…. 로켓트리를 하다 보니 로커의 포스가 나오질 않더군요.”(남정훈)”

최근 발표한 EP ‘기분이 좋아’는 2집 발매를 앞두고 발표한 앨범으로 네 곡이 담겼다. 각각의 곡은 사랑의 시작(기분이 좋아), 밀고 당기기(물음표를 던져요), 헤어짐 (안녕), 이별 후 오랜 뒤(옛사랑이 결혼하는 날)와 같이 사랑의 여러 면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들어놓은 곡들 중에 사랑 노래를 뽑았더니 자연스럽게 네가지 이야기가 나왔어요.”(이상유)



이상유는 담백한 노래를 들려준다. 멜로디와 분위기를 잘 살리는 보컬이다. “사실 전문적인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부담도 컸어요. 1집 녹음할 때는 그냥 불렀거든요. 노래에 감정선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말도 안 되게 윤하 노래도 해보고, 다이애나 크롤도 카피해봤죠. 이미자 선생님 노래를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선생님의 예전 녹음을 듣는데 음정 박자가 완벽한 것은 기본이고, 특히 감정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정말 명창이라는 것을 실감했죠.”(이상유)

로켓트리의 1집을 들어보면 차분한 팝 멜로디 뒤로 스무드재즈 풍의 연주가 들려온다. 이번 EP에서는 기교를 배제해 음악이 담백해졌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앨범이다. “더하기보다는 빼기를 고민했어요. 연주를 할 때에도 많은 음표를 연주하기보다 좋은 음악이 나오도록 신경을 썼어요.”(남정훈) “1집은 라이브를 유념하고 밴드 형식으로 녹음을 했는데 이번에는 세션으로 퍼커션, 트럼펫, 오보에, 오르간 등을 써봤어요. 편성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만들어보려 했죠.”(이혜준)

로켓트리는 오는 8일 합정동 카페 에코브릿지에서 단독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라디오’를 콘셉트로 열려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예정이다. “저희 음악을 들으시고 긍정적인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같이 웃어주는 음악, 같이 울어주는 음악이 됐으면 해요.”(이혜준)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사운드홀릭

당신의 선택, ‘피겨여왕’ 김연아의 역대 최고 프로그램과 음악은?
[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뉴스스탠드 "MY뉴스" 설정 경품 이벤트]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EVENT] 달콤달콤 이현우, 해피 밸런타인데이! 2월 구매고객 이벤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