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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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눈부신 청춘, 봄은 누구에게나 항상 있다'라는 대사처럼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KBS2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에 출연한 배우 정지소는 "작품의 내용처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지소를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수상한 그녀'는 K-할머니 오말순(김해숙 분)이 하루아침에 걸그룹 연습생 오두리(정지소 분)로 변신하는 이야기. 오말순이 과거에 못다 한 꿈을 펼치며 다시 한번 빛나는 전성기를 누리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다. 같은 이름의 영화 '수상한 그녀'(2014)를 리메이크했다.
사진 제공=스튜디오브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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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소는 극 중 풋풋한 20대 '오두리'와 능청맞은 70대 노인 '오말순'을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정지소의 이미지는 달랐다. 그는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이었다.
그는 "제 성격이 외향적이진 않다 보니 오말순 연기를 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다. 최대한 왈가닥하면서 리딩을 시작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때 김해숙 선배님께서 이 역할을 같이 해주신 덕분에 제가 더 내려놓고 확신을 갖고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많이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정지소는 데뷔 51년차 배우 김해숙이 촬영장과 회식 자리에서 먼저 다가와 줬다며 "오래 전부터 연기를 해왔음에도 엄격한 선후배 문화를 싫어하신다. 얼마 전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는데 김해숙 선배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대기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선배님께서 '그렇게 인사하러 찾아다닐 필요 없다'며 편안하게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갑용 역의 정보석과는 실제로 38살 차이다. 정지소는 "김해숙 선배님도 그렇고 정보석 선배님도 그렇고, 같은 나이대의 입장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셨다. 대선배라는 선을 제발 넘어 달라고 멱살 잡고 끌어내시는 정도"라며 웃어 보였다.
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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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소는 극 중 진영(대니얼 한 역)과 유정후(박준 역)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받는다. 박갑용 역을 연기한 정보석을 포함하면 세 남자다. 한 작품 안에서 세 남자를 쟁취한 정지소는 "난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극 중에서 세 남자들한테 사랑을 받은 오두리였지만, 현실에서는 진영 오빠, 정보석 선배님, 유정후 배우한테 많은 도움과 배움, 피드백을 받었다. 행복한 여자이면서도 행복한 배우였다"고 기쁜 마음을 표했다.
이어 정지소는 "정보석 선배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고 소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실제 작곡가, 프로듀서이기도 한 진영 오빠와 함께 음악 드라마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정후 배우와도 호흡을 잘 맞췄다"고 덧붙였다.
사진 제공=스튜디오브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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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는 사뭇 달라진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정지소는 "굉장히 열린 결말이면서도 따뜻한 결말"이라며 "마지막에 나온 두리의 모습이 두리와 닮은 사람일 수도 있고, 두리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생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게 두리가 맞다면 새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라고 여지를 남겼다.

정지소는 시즌2가 나온다면 "김애심(차화연 분)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를 다뤄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못되게 해도 속사정은 모르는 거니까 그 사연을 풀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 제공=스튜디오브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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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소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2012년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5년 정도 선수 생활을 한 정지소는 "연기하는 걸 아버지가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을 하다 보면 표정이나 몸짓 등 연기를 해야 했다. 그걸 핑계 삼아 배우로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 작품에 바로 들어가게 됐다. 시간도 안 맞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며 "(피겨를) 잘 그만뒀다고 생각한다. 후회스럽진 않다. 운동 선수로 살았던 경험과 세월이 지금의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준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사진 제공=스튜디오브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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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2019),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2) 등 걸출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지소.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온 그는 "지금 20대인데 아직 제대로 된 로맨스를 못 해봤다. 로맨스물에 도전하고 싶다"며 "못된 듯하면서도 츤데레인 그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생긴 게 이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못된 역할이 안 들어온다. 안 해본 건 다양하게 다 해보고 싶다. 김해숙 선배님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정지소는 올해 계획에 대해 "마동석 선배님과 함께 출연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4월에 개봉한다. 그리고 '태양의 노래'(가제)도 올해 개봉 예정"이라며 스크린에서의 만남을 예고했다.

최재선 텐아시아 기자 reelecti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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