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 사진=텐아시아DB
정성일 / 사진=텐아시아DB
"이력서에 '90'은 저도 놀랐어요. 하하."
디즈니+ '트리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작은 논란'이 있었다. 한도 PD 역을 맡은 정성일을 둘러싼 '나이 논란'이었다. 정성일이 이같이 해명한 건 실제로는 1980년생인데 극 중 1990년생이라 10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이었다.

"어리게 보이려고 딱히 노력한 건 없어요. 후드티 같은 극 중 의상도 제 옷이 많아요. 평소 스타일입니다. 정장보다 청바지, 추리닝을 많이 입어요. 평소 입던 대로 입고 연기하니 오히려 자유롭고 편했어요."
'트리거'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는 사회 여러 문제를 고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이름도 트리거다. 정성일이 연기한 한도 PD는 드라마국에서 시사국으로 발령 난 '중고신입'이다. '낙하산'이라는 의혹에 한도는 "요직에 꽂아주는 게 낙하산 아닌가. 이건 낙하"라고 당돌히 말해 시사국 사람들을 경악하게도 한다. 퉁명스레 말하지만 적당히 예의도 있고, 아웃사이더면서도 정이 있는 독특한 성격의 인물이다.

ADVERTISEMENT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하는 게 한도예요. 그런 점에서 MZ스러운 면모도 있지 않나 싶어요."

한도는 새끼손가락 손톱에 검정 매니큐어를 칠하고 다닌다. 매니큐어는 어릴 적 아버지 때문에 생긴 손가락 흉터와 관련 있는데, 정성일은 "'너네들이 내 상처를 보더라도 난 아무렇지 않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한도는 사탕도 자주 물고 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쪽쪽이를 물며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극 중 한도는 커서도 불안감을 느낄 때 쪽쪽이처럼 사탕을 무는 것이다. 그게 습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도는 동료애와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트리거와 비로소 한 팀이 돼간다. 정성일은 "후반부로 가면서 캐릭터에 변화가 생길수록 사탕 무는 신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사탕을 많이 먹었어요. 당뇨 걸리는 줄 알았죠. 하하. 캐릭터 설명을 위한 소품이었는데 명확히 전달은 안 된 것 같아요."
'트리거'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성일을 이번 드라마에서 김혜수, 주종혁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혜수는 취재 현장을 누비는 팀장 오소룡을, 주종혁은 계약직인 3년 차 조연출 강기호를 연기했다. 정성일은 "'트리거'를 하며 제일 크게 남은 게 두 사람"이라며 동료애를 드러냈다. 특히 김혜수에 대해서는 "누나는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사람이다. 저한테 큰 영향을 준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정성일은 여러 배우를 두루 챙기고 편히 연기할 수 있게 해주는 김혜수 덕분에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를 느꼈다고.

"혜수 누나는 연기 파트너로서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나이스'한 사람이죠. 하하. 누나가 눈이 크잖아요. 거울처럼 눈 안에 제가 보이는데, '내가 이 사람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죠. 내 감정을 이 사람에게 전달하고, 주고받기만 하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한도는 방송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닥터 트리거'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오소룡에게 처음으로 털어놓는다. 극 초반 닥터 트리거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고발 글을 올린다.

ADVERTISEMENT

"'한도가 왜 닥터 트리거가 돼서 분노 글을 올려야 했냐'는 이유를 저도 찾아야 했어요. 사람을 싫어하는 한도지만 '트리거만큼은 사람에 대한 희망 한 줌을 잡고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트리거 포스터 앞에서 '여기만큼은 사람 냄새 나는 곳일 거야'라며 잠깐 멈추는 신이 있어요. 그렇게 희망을 걸었던 트리거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닥터 트리거까지 된 거죠."
정성일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성일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사국 제작진의 이야기를 선보인 만큼 정성일은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모르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 나온 수많은 가짜 뉴스 탓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트리거'가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거죠. 진실을 말해주는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진실에 관심을 가져주고 희망을 품었으면 하는 마음이죠. '트리거'는 그런 작품이 된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정성일. 그는 "작품을 할 때 조금은 내게 선택권이 생겼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매체 연기 전에는 연극을 꾸준히 했던 정성일은 남다른 연극 사랑을 드러냈다. 다음 달부터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무대에도 오른다.

ADVERTISEMENT

"연극도 죽을 때까지 하려고요. 무대를 좋아해요. 매체 연기는 감독님, 배우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제가 가진 걸 다 소진할 수밖에 없어요. 다 썼으니 채울 시간이 필요해요. 무대는 관객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어요. 거기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연극을 하며 또 채우려고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