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평소 팬도 아니었으며 잘 알지도 못했던 푸바오. 그랬던 심형준 감독이 누구보다 푸바오의 매력에 그리고 주키퍼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심형준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안녕, 할부지' 관련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녕, 할부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와 판다 가족들, 그리고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2024년 4월 3일 중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았다.
관심 없던 푸바오를 촬영해야 했던 심형준 감독은 "처음에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갔는데 굉장히 판타지스럽더라. 그런 온도, 조명 환경 속에 예쁜 동물이 앉아있는데 너무 신비로웠다. '몇 개월 동안 계속 봐야 하구나'라는 기쁨도 있었지만, 가만히 있는 동물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 두려움도 있었다"라고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심감독은 약 80일 동안 매일 푸바오를 촬영했다. 그는 "삼각대에 카메라 올려놓고 계속 돌렸다. 계속 찍기 때문에 편집실에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데이터가 쌓였다. 100테라바이트가 넘었다. 편집 감독님이 너무 많이 찍었다고 힘들어했다. 이 정도면 드라마 한 편 나오겠다더라. 근데 저는 욕심이 생겨서 계속 돌렸다"라며 "푸바오 가족이 항상 하는 먹고 자는 것 외에 귀여운 행동을 할 때면 하이라이트로 편집했다"라고 밝혔다.
판다들에 비해 말이 통하는 주키퍼들과 가까워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심 감독은 "판다들은 그들의 환경에 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웠다. 주키퍼들과는 일단 대화가 되지 않나.'오늘 집에 가도 되냐', '회식 따라가도 되냐' 그랬다. 마음을 빨리 열어주셨고 민감할 수 있는 촬영 장면도 허락해줬다"라고 전했다. 푸바오는 태어난 순간부터 주목받으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끌었다. 유독 사람들이 푸바오에 열광한 이유는 뭘까. 이에 심 감독은 "아이바오·러바오도 같은 판다지만 성격은 아예 다르다. 이들은 이미 성체로 한국으로 온 아이들이고, 푸바오는 한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판다지 않나. 판다가 어릴 때 어떤 모습인지 아무도 몰랐는데, 푸바오가 '할부지'에게 팔짱 끼고 이런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비친 거 같다. 중국 안에서는 이미 이런 모습이 익숙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나. 타이밍도 코로나 기간에 심적으로 힘들고 아프고 외출도 못 하는 시기에 굉장히 귀여운 생명체를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모르게 빠져버리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탄생과 동시에 이별이 예정돼 있었다. 강 주키퍼는 모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푸바오 송환 과정에 동행하며 푸바오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에도 당시 상황이 담겨있다.
심형준 감독은 "강철원 주키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같이 오열했다. 촬영 목적으로 간 건 아니었는데 민감한 부분임에도 촬영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라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이 타이밍에 이럴 수 있나'싶었다. 강철원 주키퍼에 많이 이입해서 정식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새벽까지 장례식장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는데 아침이었고, 바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대중과 푸바오의 이별도 슬펐고 남겨진 사육사들과 푸바오의 이별 전날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롤러코스터였다. 지금도 울컥하고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심감독은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재회 장면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를 알아봤다고 100% 확신한다. 당시 기사화 됐을 때 '알아본 듯하다'가 헤드라인이더라. 알아본 듯은 애매하지 않나. 우리가 사자가 달려와서 안기는 영상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다. 저희도 물론 그런 장면을 원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날 비도 많이 왔지만, 말이 3개월이지 푸바오가 비행기를 타고 낯선 땅에 왔고, 중국 가기 전에도 혼자 격리하고 도착해서도 격리했다. 3개월 정도면 그곳에 적응된 상태 아니냐고들 하는데, 푸바오는 한국 내부 격리, 중국 비행 등을 따지면 그 공간에 들어간 지는 며칠 안 된 것"이라며 "다행히 다음날은 씩씩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대나무 먹다가 강철원 주키퍼를 보더라. 30분 동안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듯한 행동을 했다. 판다들은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푸바오는 혼자서 두 발로 일어섰다. 하루라도 빨리 영화가 공개돼서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를 알아봤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심 감독은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며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저한테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 않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봐줬으면 한다. '안녕, 할부지'를 찍고 나서 저 역시 깨끗해지고 순수해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평소 팬도 아니었으며 잘 알지도 못했던 푸바오. 그랬던 심형준 감독이 누구보다 푸바오의 매력에 그리고 주키퍼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심형준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안녕, 할부지' 관련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녕, 할부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와 판다 가족들, 그리고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2024년 4월 3일 중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았다.
관심 없던 푸바오를 촬영해야 했던 심형준 감독은 "처음에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갔는데 굉장히 판타지스럽더라. 그런 온도, 조명 환경 속에 예쁜 동물이 앉아있는데 너무 신비로웠다. '몇 개월 동안 계속 봐야 하구나'라는 기쁨도 있었지만, 가만히 있는 동물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 두려움도 있었다"라고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심감독은 약 80일 동안 매일 푸바오를 촬영했다. 그는 "삼각대에 카메라 올려놓고 계속 돌렸다. 계속 찍기 때문에 편집실에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데이터가 쌓였다. 100테라바이트가 넘었다. 편집 감독님이 너무 많이 찍었다고 힘들어했다. 이 정도면 드라마 한 편 나오겠다더라. 근데 저는 욕심이 생겨서 계속 돌렸다"라며 "푸바오 가족이 항상 하는 먹고 자는 것 외에 귀여운 행동을 할 때면 하이라이트로 편집했다"라고 밝혔다.
판다들에 비해 말이 통하는 주키퍼들과 가까워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심 감독은 "판다들은 그들의 환경에 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웠다. 주키퍼들과는 일단 대화가 되지 않나.'오늘 집에 가도 되냐', '회식 따라가도 되냐' 그랬다. 마음을 빨리 열어주셨고 민감할 수 있는 촬영 장면도 허락해줬다"라고 전했다. 푸바오는 태어난 순간부터 주목받으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끌었다. 유독 사람들이 푸바오에 열광한 이유는 뭘까. 이에 심 감독은 "아이바오·러바오도 같은 판다지만 성격은 아예 다르다. 이들은 이미 성체로 한국으로 온 아이들이고, 푸바오는 한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판다지 않나. 판다가 어릴 때 어떤 모습인지 아무도 몰랐는데, 푸바오가 '할부지'에게 팔짱 끼고 이런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비친 거 같다. 중국 안에서는 이미 이런 모습이 익숙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나. 타이밍도 코로나 기간에 심적으로 힘들고 아프고 외출도 못 하는 시기에 굉장히 귀여운 생명체를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모르게 빠져버리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탄생과 동시에 이별이 예정돼 있었다. 강 주키퍼는 모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푸바오 송환 과정에 동행하며 푸바오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에도 당시 상황이 담겨있다.
심형준 감독은 "강철원 주키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같이 오열했다. 촬영 목적으로 간 건 아니었는데 민감한 부분임에도 촬영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라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이 타이밍에 이럴 수 있나'싶었다. 강철원 주키퍼에 많이 이입해서 정식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새벽까지 장례식장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는데 아침이었고, 바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대중과 푸바오의 이별도 슬펐고 남겨진 사육사들과 푸바오의 이별 전날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롤러코스터였다. 지금도 울컥하고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심감독은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재회 장면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를 알아봤다고 100% 확신한다. 당시 기사화 됐을 때 '알아본 듯하다'가 헤드라인이더라. 알아본 듯은 애매하지 않나. 우리가 사자가 달려와서 안기는 영상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다. 저희도 물론 그런 장면을 원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날 비도 많이 왔지만, 말이 3개월이지 푸바오가 비행기를 타고 낯선 땅에 왔고, 중국 가기 전에도 혼자 격리하고 도착해서도 격리했다. 3개월 정도면 그곳에 적응된 상태 아니냐고들 하는데, 푸바오는 한국 내부 격리, 중국 비행 등을 따지면 그 공간에 들어간 지는 며칠 안 된 것"이라며 "다행히 다음날은 씩씩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대나무 먹다가 강철원 주키퍼를 보더라. 30분 동안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듯한 행동을 했다. 판다들은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푸바오는 혼자서 두 발로 일어섰다. 하루라도 빨리 영화가 공개돼서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를 알아봤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심 감독은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며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저한테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 않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봐줬으면 한다. '안녕, 할부지'를 찍고 나서 저 역시 깨끗해지고 순수해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