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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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불황이고 저는 높은 위치에 있는 배우가 아닙니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기회 자체가 큰 영광이었습니다. 실제 제 성격은 '능청'과 거리가 멀어요. 이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해내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작이 너무 잘 돼서 제가 언제 또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머지않아 훌륭한 작품에 참여하게 됐네요. 저는 복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의 임금 역을 맡은 송지호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인연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텐아시아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3년 영화 '친구2'로 데뷔해 올해 12년 차 배우다.

그는 지난해 방송된 JTBC '닥터 차정숙'(이하 '차정숙')에 이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최고의 화제성을 자랑하는 '선업튀'로 연기 스펙트럼과 인지도를 업그레이드했다. '선업튀'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극 중 송지호는 임솔의 오빠 '임금' 역으로 분했다. 그는 여러 등장 인물과 호흡하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든든하고 능청스러운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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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는 "어쩌면 미래의 복을 조금 당겨쓴 것 같기도 할 정도로 너무 과분하고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서 인터뷰 내내 따뜻한 감정을 전달했다. 그는 "'차정숙'을 마치고 가장 먼저 제안 받은 작품이었다. 작가님께서 서정민 캐릭터를 흥미롭게 보신 것 같았다. 리딩도 미팅도 없이 바로 참여하게 됐다. 이런 경험이 드물었는데 너무 큰 영광이었다.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또 작가님께서 날 부르신다면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할 거다"라면서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임금을 연기하면서 너무 편했습니다. 멋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됐으니까요. 이 역할을 맡으면서 제 '본캐'도 전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후줄근한 의상에서 나오는 느낌이 있거든요. 너무 만족스럽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차정숙'과는 상반된 비주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송지호는 "'차정숙' 때는 훈훈해 보이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패션에 신경도 많이 썼었다. 날 캐스팅하신 작가님께서도 그 점을 좋게 보시고 러브콜을 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선업튀' 임금은 다소 우스꽝스럽다. 이빨도 빠지고 거꾸로 매달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가 망가지는 모습을 원하셨던 것 같다"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사진=tvN '선재 업고 튀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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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업튀'는 사전 제작 작품으로 3월 말 촬영을 마쳤다. 흥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송지호는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웹소설 읽듯 쭉쭉 넘겼다. 흥행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또래 친구들끼리 돈독해진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촬영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회 시청률만큼 우리 반응도 당시엔 잔잔했다. 그랬는데 화제성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어느 순간부터 안부 인사가 '선업튀 봐?'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SNS에 짤도 부쩍 많아졌다"면서 뜨거운 인기를 체감하고 있단 사실을 밝혔다.

송지호의 본래 성격은 임금과 달리 내향적이라고. 그는 "평소 '자기야, 공주님' 이런 말을 잘 못한다. 리딩할 때 몸에 땀이 줄줄 날 정도였다. 너무 힘들었다"면서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품에 폐가 되지 않게 이겨 내려고 노력하고 대본을 라이트하게 보기 시작하면서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선업튀'를 통해 코믹 연기의 두려움이 허물어졌냐는 말에 송지호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성장했다고 느낀다. 이번에 배우고 터득한 걸 다음 작품에서 더 능숙히 표현하고 싶다"면서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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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윤이에게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슛이 들어가면 돌변해요.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이 가능한 배우예요. 대선배와 연기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배운 것도 많고 에너지를 받아서 좋았어요."

송지호는 동료 배우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0개월을 촬영하다 보니 여름에 겨울을, 겨울에 여름을 연출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나는 하루 이틀만 고생하면 됐었는데, 김혜윤과 변우석은 수개월 혼신을 다했다"면서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1회 연출된 변우석의 우산신을 보고는 너무 멋있어서 그에게 실시간 카카오톡까지 보냈었다고. 좋은 사람들과 '선업튀'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웃어 보였다.

러브라인을 그린 서혜원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지호는 "대중도 그렇지만 업계에서도 연기 잘하고 에너지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난 배우다.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티키타카가 너무 잘됐다. 비슷한 성향을 가져서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연기 외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관해 송지호는 "최근 감사하게 '캐치테이블' 1위에 등극했다. 영광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겹경사를 알렸다. 그는 와인바에 지인을 초대해 간단한 요리를 해주는 것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말하면서 훈훈함을 전했다. 작품 화제성에 힘입어 매출 영업률도 증가했냐는 물음에 그는 "요식업을 4년 정도 했는데 한 번도 그런 기대를 한 적 없다. 인기와 화제성으로는 롱런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요식업에 관한 책임감을 나타냈다.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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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팔로워가 '선업튀' 방송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어요. 말도 안 되는 조회수를 보면서 하루하루 경이로움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28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송지호는 화제성 체감을 묻는 말에 이처럼 대답했다. 그는 "SNS를 자주 하고 즐기는 편은 아니다. 가끔 여행 사진을 올리는데 그럴 때마다 팔로워가 확 떨어진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선업튀' 인기가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 송지호는 "솔직히 말하면 맞다.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반응이 좋으니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라면서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비하인드 영상도 좋아해 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회사 분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시고 계신다"면서 흥 차오른 모습을 보였다.
사진=tvN '선재 업고 튀어' 제공
사진=tvN '선재 업고 튀어' 제공
'선업튀'는 화제성으로 '차정숙'은 시청률로 전설을 기록한 작품이지만, 방송 전에는 그만큼의 기대작은 아니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에 관해 송지호는 "원래 흥행 예상 여부가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더 결과를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작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나는 대본 보고 글이 너무 좋아서 잘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다"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는 너무 재밌었고, 캐릭터는 도전성을 일으켰고, 작가님께서는 저를 원하셨어요. '선업튀'를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는 "2049세대에게 반응을 끌어낸 게 너무 뿌듯하다. '차정숙의 서정민이 선업튀의 임금이었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너무 행복하다"면서 활짝 웄었다. 송지호는 코믹 연기의 장벽을 허물고 화제성을 실감할 수 있어서 '선업튀'가 연기 인생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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