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루시, 데이식스, 잔나비/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JYP엔터테인먼트, 페포니뮤직
밴드 루시, 데이식스, 잔나비/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JYP엔터테인먼트, 페포니뮤직
밴드 루시(LUCY), 데이식스(DAY6) 그리고 잔나비는 국내 록 밴드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같은 록 밴드로 묶이는 세 팀 사이의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음악팬들에게 어필하며 각종 음악 차트에 두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밴드 루시/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밴드 루시/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는 최근 발매한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으로 최근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곡은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으며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루시의 음악은 세 밴드 중 가장 악기 및 보컬의 활용 규모가 크다는 특징이 있으며,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 HUGE DANDISM)을 대표로 하는 일본의 록 밴드 음악과 유사한 색채를 띠고 있다.

일본의 록 밴드 음악은 영미권 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톤의 메인 기타 리프와 음 간격이 큰 보컬 멜로디 진행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단순하기보다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악기 혹은 유사 음역의 신스 패드를 활용해 음악 전반의 분위기가 웅장하다. 루시의 음악도 그렇다. 최근작인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을 비롯해 '개화', '히어로' 등 대표곡 대부분이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데이식스 / 사진 = 텐아시아DB
데이식스 / 사진 = 텐아시아DB
대표적인 국내 록 밴드로 언급되는 데이식스의 음악은 역주행 및 장기흥행의 상징이다. 2017년 발매한 곡인 '예뻤어'는 28일 오후 2시 기준 멜론 TOP100 차트에서 12위를, 2019년에 발매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발매한 'Welcome to the Show'(웰컴 투 더 쇼) 역시 멜론 TOP100 차트에서 49위에 자리하고 있다.

데이식스는 세 밴드 가운데 가장 국내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루시와는 반대로 음 간격이 크지 않고 같은 음이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를 띄고 있는데, 이는 중독성을 부여해 떼창을 유도한다. 이들의 곡은 밴드 악기 자체에 충실한 구성으로 단순하면서도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들의 공격적인 톤을 내세우는 보컬 스타일도 하나의 큰 특징이다. 긍정적이고 강한 확신을 가진 노래를 단단한 목소리로 불러 대중의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의 특장점은 멤버 전원이 보컬이라는 데에 있다. 멤버마다 다른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다.
밴드 잔나비/사진=텐아시아 사진DB
밴드 잔나비/사진=텐아시아 사진DB
잔나비는 록 밴드로 결성된 그룹이지만, 서정성 짙은 음악들로 인지도를 쌓으며 막상 록 밴드로서 인지도는 가장 낮다. 흔히 록으로 받아들여지는 리드미컬한 곡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표곡은 2019년 발매된 발라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다. 이 곡은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크게 사랑받았다. 이 노래는 발매 6년 차지만 여전히 멜론 TOP100 차트 64위에 자리해 여전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일부 대중은 잔나비를 록 밴드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지만,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가 잔나비에 대해 "록의 역사를 모범생처럼 공부한 흔적이 보이는 밴드"라고 평가할 만큼 잔나비는 모범적인 록 밴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잔나비가 추구하는 음악은 20세기 해외 서구 록 음악에 기초하고 있다. '발라드가 과연 록이 맞냐' 생각할 수 있지만, 80년대 유행했던 소프트 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수 조용필과 이문세 그리고 유재하의 음악 모두 밴드 사운드 기반이다. 전 세계 대중가요의 역사에서 록과 밴드 사운드 황금기의 유산을 잔나비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극대화해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잔나비의 음악은 가수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와 '가리워진 길', 가수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을 떠오르게 한다. 이로써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쉽게 보기 어려운 서정적인 가사로 신선함을 선사한다.

세상에 같은 밴드는 없다. 특히 루시, 데이식스, 잔나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지금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들마다 겹치지 않는 캐릭터가 강하게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밴드 음악이 떠오르고 있는 지금, 각자의 개성을 활용한 이들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