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동성애…계속된 논란에 제작진이 내놓은 대답은? ('사상검증구역')
국내 최초 이념 서바이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과 관전 포인트를 직접 밝혔다.

지난 1월 26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사상검증구역')는 극과 극의 가치관을 가진 출연자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서바이벌로 12인의 출연자가 9일 동안 합숙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회적 실험을 그린다. 12인이 한 공간에서 벌이는 상호작용, 입장과 의견, 변화와 공존이 핵심.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은 “사회의 축소판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운을 떼며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의 사람들 중 과연 누가 리더가 될지, 그 과정을 ‘채팅 게임’ 아이디어와 접목시켰다”며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사상검증구역’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사상검증구역’에서는 출연진 사이의 권력, 협력 구도가 메인”이라는 말과 함께 “기존 서바이벌이 대부분 수 싸움과 숫자 계산이 주된 이른바 ‘이과 서바이벌’이었다면 ‘사상검증구역’은 인문 사회적 지식이 필요한, 본격 ‘문과 서바이벌’”이라며 차별점을 전했다.

또한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해 “정치나 페미니즘 등과 관련된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생각이 부딪치는 지점이라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하며 “이 프로그램이 이런 대립들을 다루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좋은 참고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회차에 대해 제작진은 “뒤로 갈수록 재밌는 건 확실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초반에는 탐색전을 펼치던 이들이 중반부에서는 갈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슈퍼맨(김재섭)과 백곰(박성민)이 대립할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끝으로 “출연자들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주제들을 다루는 콘텐츠에 용기를 내서 출연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출연자들을 향해 너무 날을 세우기보다는, 12명의 다양한 입장들 중에서 본인이 가장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제작진의 일문일답.

Q. ‘이념 서바이벌’이라는 본 적 없는 주제의 새로운 서바이벌이다. 타 서바이벌과의 구성상의 차이,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들이 공존하는 사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떤 의견이 ‘대등하게 발언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도 문제라고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없는 것처럼’ 대한다고 그 의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서로 대립되는 입장들 중 어떤 의견의 더 많은 지지를 얻어 제도를 만들어내는지 여부가 실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입장이 덜 확고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 때는 반드시 당위의 문제만 작동하지 않는다. ‘사상검증구역’은 사회의 작은 축소판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서 리더를 뽑는다면 과연 누가 어떻게 마음을 얻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채팅 게임’ 아이디어와 접목시켰다. 특히, 타 서바이벌의 양념이었던 권력, 협력 구도와 관계가 메인이 된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들이 대부분 수 싸움, 숫자 계산이 주된 이른바 ‘이과 서바이벌’이었다면, ‘사상검증구역’의 경우 인문사회 지식을 요하는 것들이라 본격 ‘문과 서바이벌’로 봐도 좋을 것 같다.

Q. ‘동성애’, ‘페미니즘’ 등 요즘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소재를 다룬다. 우려의 시선도 많을 듯한데,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데에 걱정은 없나?

실제로 첨예한 갈등을 다루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정치나 페미니즘 등과 관련된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생각이 부딪치는 지점이라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예고편에서 관련 문장이 노출되기도 했는데 공존할 수 없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동성애’ 자체는 토론의 논제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토론을 한다면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찬반 여부를 다루는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 밖에 실제로 다룬 토론들에 대해서는, 이 프로그램이 이런 대립들을 다루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참고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Q.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크게 4가지 분야로 코드를 분류했다. 크게 4가지 이념 대립을 선택한 이유는? 각각의 코드에서 반대를 나타내는 좌파-우파, 페미니즘-이퀄리즘, 부유-서민, 전통-개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배경도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사람의 다면성을 보여주길 원했고, 요즘 가장 친숙한 인간 분류 방식이 MBTI이기에 익숙한 구조로 만들었다. 정치 영역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다른 사회적 입장은 개방적일 수도 있고, 여성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 외의 지점에서 보수적일 수도 있다. 다만 게임 설정을 위해 프로그램 내에서만 쓰는 용어를 다시 정리했다.

1) 정치: 프로그램 내에서 좌-우는 ‘복지와 재분배 정책’에 관련해 ‘큰 정부-작은 정부’ 중 어느 쪽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분류했다.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한 분류다.

2) 젠더: ‘이퀄리즘’ 단어 사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페미니즘을 아우르는 전제는 ‘현대사회에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게 존재하느냐’ 혹은 ‘남성의 기득권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가’에 동의 여부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은 ‘여성에 대한 차별은 해소되었다’, ‘이미 평등하다’가 될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입장은 ‘안티-페미니즘’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인데, 실제로는 정확한 대립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입장들도 일단 구조적으로 대등하게 다루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추어 ‘안티-페미니즘’ 진영에서 자신들을 ‘이퀄리즘’이라고 적극적으로 지칭했던 말을 논란을 감수하고 차용하기로 했다.

3) 계급: 계급은 사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치사회적 입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 포함되었다. 테스트 안에서도 따로 분리되어 있다. 단어 선정을 고심했는데, ‘가난’이라거나 ‘상류층’이라거나 하는 단어들은 너무 감정적인 부담도 생기고 포괄하는 범위도 적다. ‘서민’과 ‘부유’는 최대한 감정적인 뉘앙스가 적고 폭이 넓은 표현이 뭘까 고민한 결과다.

4) 개방성: 그 밖의 여러 사회적 입장 차들을 포괄하는 지점이다. 기본적으로 소수자, 새로운 질서 등에 대한 태도로 분류했다.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주로 소수자 입장에 서는 사람과, ‘그래도 다수를 따라야지’하는 입장이 나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수파는 종종 세대 갈등에서도 기존의 권위를 옹호하면서 ‘꼰대’로 지칭되기도 하는데 이쪽 입장은 ‘전통’으로, 반대 입장은 ‘개방’으로 지칭했다.

Q. 출연진들이 ‘신념 코드’를 받기 위해 테스트를 거쳤다. 예상한 대로 코드 결과가 나왔나? 테스트 문항은 얼핏 봐도 문항 수가 상당해 보이는데, 실제로 새롭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참고한 것이 있나.

이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부분이다. 페미니즘 관련해서 상당히 반대 의견을 열심히 피력한 사람도 정작 페미니즘 쪽 점수를 받기도 했다. ‘나는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친족관계에서 성별에 따라 호칭이 다른 것은 성차별이다’라든지, ‘출산하지 않는 여성에겐 세금을 더 부과해도 된다’와 같은 질문에는 페미니즘적인 답변을 선택한 것이다. 테스트는 기존의 여러 테스트를 참고하고, 연세대학교 김용찬 교수님의 자문을 얻어 직접 작성한 질문들을 종합했다. 리서치 업체를 통해 1000명의 표본조사를 거쳐 신뢰도 검증까지 완료한 테스트이니 충분히 유의미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Q. ‘불순불자’를 등장시킨 이유는? 벤자민(임현서)을 불순분자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리 서로 다른 사람들도 한 지붕 아래서 부대끼고 살다 보면 어느 정도 교집합을 찾아가며 평화를 만들기 쉽다. 그럴 때 갈등을 조장하는 존재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조장하는지, 이런 시도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고 싶었다. 벤자민(임현서)은 타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을 보고 불순분자로 선정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쇼맨십까지 갖춘 인물이다. 그와 별개로 ‘불순분자가 있다’는 인식 자체가 주민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Q. 이후 회차에서의 관전 포인트나 주목할만한 인물이 있나?

‘사상검증구역’은 크게 세단계다. 서로를 경계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초반부, 교집합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갈라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반부, 그리고 결국 개인들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후반부다. 이후 회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슈퍼맨(김재섭)과 백곰(박성민)이다. 이 둘이 대립각을 세우며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어갈지 기대해달라. 그 외에도 초반 활약이 강하지 않았던 고애신(안근영), 그레이(전민기)의 활약상,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의 교류, 코드 점수에서 비롯된 각 인물들에 대한 선입견이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 역시 관전 포인트다. 뒤로 갈수록 재밌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Q. ‘사상검증구역’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전하자면?

‘사상검증구역’은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는 서바이벌’이다.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지는 주제들을 선정하려 노력했다. 두뇌, 신체 대결을 지켜보는 ‘구경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출연진 12명의 입장에 동조, 비판하면서 시청하면 훨씬 재밌을 것이다. 또한, 출연자들 역시 사회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주제들을 다루는 콘텐츠에 용기를 내서 출연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출연자들을 향해 너무 날을 세우기보다는, 12명의 다양한 입장들 중에서 본인이 가장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