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3부작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
달콤쌉싸름한 멜로 '사랑은 낙엽을 타고'
거장의 마지막 연주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찬란, (주)엣나인필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찬란, (주)엣나인필름
싱숭생숭하면서도 설레는 느낌이 감도는 2023년 마지막 주말이 다가왔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연인, 가족들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이 찾아오는 2024년을 맞으면 좋을 듯하다. 그와 함께 연말을 알차게 채워줄 영화 3편을 소개한다.


▶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러닝타임 153분. 12월 20일 개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지난 12월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3)을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1598년 12월 16일(선조 31년 음력 11월 19일)의 노량해전을 차분하고 묵직하게 담아냈다.

'명량'의 용장(勇將)으로서의 이순신 면모 지닌 배우 최민식, '한산'의 지장(智將)으로서의 이순신 모습 담은 배우 박해일이 있다면, '노량'은 현장(賢將)으로서의 태도 지닌 김윤석이 이순신을 표현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마쳤다. 100여분가량의 해상 전투신과 지난 7년간의 세월 동안 임진왜란을 겪어온 성웅(聖雄) 이순신의 고뇌와 외로움 역시 '노량'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조선-명나라-왜군 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설득하고 포기하고 나아가는 과정은 10여년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끌고 온 김한민 감독의 고민이 담겨있는 듯 한 느낌도 든다.


▶ 달콤쌉싸름한 멜로, '사랑은 낙엽을 타고'(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러닝타임 81분. 12월 20일 개봉.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신작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오히려 단순하기에 멋이 있는 멜로다. 영화는 헬싱키의 두 중년의 노동자 안사(알마 포이스티)와 홀라파(주시 바타넨)가 펍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서로에게 눈길을 보내지만, 적극적으로 삶에 개입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남녀의 모습은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어쩐지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전달받았던 안사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장은, 홀라파가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다가 빠지며 없어지고 만다. 어긋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려고 하는 남녀의 모습은 의외의 사랑스러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2017년 '희망의 건너편'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복귀작이며, 특유의 냉소적인 데드팬(Deadpan/무표정한 얼굴. 동작이나 표정 없이 유머를 보여주는 코미디) 코미디의 대가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 거장의 마지막 연주,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감독 네오 소라) 러닝타임 103분. 12월 27일 개봉.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스틸컷.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스틸컷.
영화음악감독 故 사카모토 류이치(한국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지만, 이는 서양식 표기다)의 마지막 연주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요하면서도 진한 울림을 준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선정한 20여곡의 연주곡은 그의 손길에 닿아 피아노 선율로 뒤바뀌고, 고독하고 쓸쓸하기보다 일종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던 본인의 의지처럼, 사카모토 류이치는 암 투병 중인 상황에서도 연주 녹음을 지속한다.

영화는 콘서트 필름 형식으로 사카모토 류이치의 연주를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거나 꾸미는 것이 아닌 온전히 연주만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흑백 화면과 유영하듯 움직이는 카메라와 숨소리와 연주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온다. 영화 '마지막 황제'(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the last emperor',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aqua (*note: the sequence with "piano tuning break")',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감독 오시마 나기사)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등의 곡들이 극장을 꽉 채운다. 2023년 3월 28일, 우리 곁을 떠난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그의 음악을 다시금 느끼고픈 관객들이라면 추천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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