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이선균, "안했다" 지드래곤…마약 수사판 키운 경찰은 어쩌나
마약 복용 혐의를 받는 지드래곤은 6일 오후 인천 논현경찰서에 자진출석하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이 모델로 있는 BMW 차량을 타고 경찰서로 들어왔다. 모델로서 품위손상에 따른 위자료를 낼 일이 없다는 상징적 선언으로 읽혔다. 통상 수사전 피의자들이 보여주는 '저자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앞서 입장문을 통해 밝혔던대로 마약를 한 적이 없다는 반박도 육성으로 남겼다.

지난 4일 경찰의 2차 소환조사를 받은 배우 이선균도 진술 과정에서 "술집 여성이 건네주는 게 마약인 줄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과거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입 혐의를 받을 때 "술집에서 건네 받은 것이 대마초인 줄 모르고 한 것"이라고 대응하며 무혐의를 이끌어냈던 사례와 동일하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진술 자체는 마약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기 위한 변호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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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변호 전략은 모두 '마약 검사 음성'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앞서 이선균은 모발 검사 등에서 국과수 검사까지 거쳤지만 '음성'이 나왔다. 다리털 등의 추가 검사로 판도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검사 결과를 통한 혐의 입증은 어렵게 됐다. 지드래곤도 마약 간이검사 키트서 음성이 나왔고, 정밀 검사를 위한 모발 등을 이날 제출했다. 만일 이 결과 또한 음성으로 나온다면 경찰로서는 핵심 피의자 두명에 대한 입증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마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관련 진술이나 다른 정황 증거로서 이를 입증해야 한다. 만일 법원이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처벌 수위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이 증거가 부족하다 판단하면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마약 수사판을 벌린 건 경찰이었다. 언론에 관련 수사 내용이 보도되면서 경찰의 연예인 마약 수사는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처음 불거질 때만 해도 대규모 연예인 마약 게이트가 터질 듯 했지만, 막상 수사 뚜껑을 열어보니 혐의 입증이 첩첩산중이다. 통상 마약 유통망을 캘 때까지, 관련 수사 보안을 지키는 게 마약 수사의 일반적 절차다. 꼬리자르기식으론 마약 근절이 어렵기 때문. 그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확실한 증거 확보가 먼저 이뤄지기 전까지 수사 보안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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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경찰 단계에서 소환조사는 2~3차례 선에서 마무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한 두 차례 더 서면서 관련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경찰로선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구속영장 신청 등의 카드를 무리하게 썼다간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특히 지드래곤의 혐의 입증을 실패할 경우 엔터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이 스스로 벌린 마약 수사판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마약 수사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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