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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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뜻깊은 등장과, 아시아 각국 출신 인물들의 다채로운 모국 소개,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연출자 장유정 감독과 스포츠 방송계 베테랑 이재후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역대급 호평 속에 공영방송의 품격을 한껏 살린 KBS의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중계는 23일 시청률 5.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압도적인 전체 1위를 달성하며 여러 모로 빛을 발했다. 분당 최고시청률은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던 시점, 9.2%까지 치솟았다.

KBS 1TV는 23일 밤 8시 40분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국내 방송사 중 단독 현지 생중계했다. 오프닝의 이재후 아나운서는 항저우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앞에서 고난의 시간을 견딘 그 시절을 기렸고, “대한민국 선수단이 가장 영광스러운 시간을 여기 항저우에서 보내는 청춘이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윽고 물의 도시 항저우답게 물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개막 댄스와 드럼 연주가 화면을 장식했다. 원형의 LED 무대로 만든 호수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물결이 밀려 나와 황금빛으로 물든 항저우의 가을 정취를 연출해 장관을 이뤘다. 이어 시작된 국기 입장에선 중국 인민해방군이 들고나온 오성홍기가 항저우의 학생들이 부른 ‘I LOVE CHINA’에 맞춰 무대를 둘러쌌다.

KBS는 각국 선수단 입장 때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각 나라 출신 인물들을 초빙했다. 이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해당 국가 소개를 하도록 구성해, 신선한 시도로 시청자들의 대호평을 받았다. 또 ‘국가의 한 소절’을 자막으로 보여주며 그 나라의 정체성을 낭만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소개 겸 응원 좋네요’, ‘시야가 넓어진다...사실상 비정상회담이다’, ‘수신료의 가치를 한다’며 KBS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가 소개자로는 일반인을 포함해 인도 출신 럭키, 파키스탄 출신 자히드, 몽골 출신 배구선수 에디, 일본 출신 사유리 등 친숙한 얼굴들도 등장했다.

한편, 각 프로그램에 담긴 의미와 최신 영상 기술을 명쾌하게 해설하던 장유정 감독은 “지난 다른 대회 개회식들은 파워풀한 느낌이 있었는데, 항저우는 유려한 느낌이 든다”는 감상을 남겼다. 송나라 시대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항저우의 대표 호수 ‘서호’의 물결과 문화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날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공연은 예전부터 사용했던 기술은 물론 최신 시각 기술을 사용하여 신구의 기술 조화를 보여줬다. 기술 설명을 마친 장유정 감독은 허공에 떠 있는 AR 폭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개막식에 도입한 AR기술은 성화 점화에서도 눈에 띄었다. AR로 만든 거대 인간이 항저우 상공을 지나 경기장의 벽면을 달렸고,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개인혼영 200m 금메달을 따낸 수영의 왕순 선수 선수와 만나 동시에 성화대에 점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장유정 감독은 “미래와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평했다.

환경 보호와 탄소 중립적인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AR로 만들어진 화려한 폭죽쇼로 성대한 개막식이 마무리될 무렵, 이재후 아나운서는 “승리의 기쁨에도 여러 빛깔이 있고 패배에도 다양한 명암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경기가 끝나도 몇 번이고 곱씹게 되는 마른 오징어 같은 중계방송을 시청자분들께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KBS만의 차별화되는 중계를 약속했다.

22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개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각국 선수단은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8일까지 금메달을 향한 대장정을 떠난다. 한국 또한 목표를 종합 3위로 잡고 빛나는 금빛 물결을 기원하고 있다. 역대급 개막식 방송으로 아시안게임의 본래 취지를 한껏 살린 KBS는 24일부터 본격적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을 시작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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