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 정수정 인터뷰
배우 정수정.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정수정.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2009년 그룹 f(x)로 16살 나이에 데뷔한 정수정은 우리에게 크리스탈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할 테다. 그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상속자들'(2013),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애비규환'(2020)에 이르기까지 연기자로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배우 정수정은 어딘가 묵직한 느낌이 있다. 물론 스크린에서 비치는 발랄한 모습과 똑 닮아있다. 하지만 정수정의 문장들에는 자신의 연기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담겨있다. '거미집'을 통해 송강호, 오정세, 임수정, 전여빈과 연기하며 많이 배웠다는 정수정은 주인공보다는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 배우 정수정은 영화 '거미집'의 젊은 여공 한유림 역의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을 연기한다.

'거미집'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정수정은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간 소감을 밝혔다. 정수정은 "말로만 듣던 칸 영화제를 내가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미집'을 이어서 찍는 느낌이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찍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내 역사의 역사적인 순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즐기다 왔다"라고 말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평소 집요한 편이라는 김지운 감독을 현장에서 겪어보니 어땠느냐고 묻자 "일단 감독님이 집요한지 몰랐다. 처음 작업이라서 그런 느낌은 못 받았다. 감독님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디렉팅을 봐줘야 해서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또한, 컷하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따로 김지운 감독님의 말씀이 없어서 헷갈렸다는 정수정은 "임수정 배우가 감독님이 별다른 코멘트를 안 하시는 스타일이라고 하시더라. '오케이면 오케이인 거야'라고 했다. 그때 감독님의 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라고 답했다.

헤어 메이크업부터 속눈썹까지 한유림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정수정은 "맨날 할러윈 파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해야만 '거미집' 같았다. 70년대 룩을 안 하면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극 중에서 신성필림 '신미도' 역의 전여빈 배우와 호흡을 묻자 "첫 장면이 머리끄덩이를 잡히는 신이었다. 뺨도 때려야 해서 합이 잘 맞아야 했다. 리허설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리허설을 실전처럼 해서 스태프들이 놀랐던 것 같다. '언니 나 머리 몇 가닥 빠졌어'라고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톱스타 '호세' 역의 오정세와 베드신을 촬영하기도 했던 정수정. 앞서 오정세는 인터뷰를 통해 정수정과의 베드신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정수정은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필요했던 장면이어서 무리 없이 했던 것 같다. 오정세 배우와의 로맨스는 많이 도움을 받았다. 조언도 해주고 아이디어 뱅크라서 애드리브도 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현장에서 본 대선배 송강호는 어땠냐고 묻자 "처음 송강호 선배랑 리딩을 했을 때, '애비규환 잘 봤어'라고 하시더라. 그 작품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현장에서도 아빠처럼 스윗하셨다. 항상 스크린에서만 보다가 이걸 내 두 눈으로 보는 것도 신기하고 '럭키하구나. 지금 이 자리에 서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런 자세로 임했다"라고 답했다.

'거미집' VIP 시사회에 응원하러 온 언니 제시카가 평소에 모니터링이나 응원을 해주느냐고 묻자 "우리 자매는 서로에게 관심 없는 스타일이다. 뒤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 '거미집'은 너무 하고 싶었다는 것도 언니가 알고 있었고, 할 때도 응원을 많이 해줬다. 아마도 시사회 당일에 '거미집'을 보려고 미국에서 입국한 것 같다.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이가 좋은 것 아닐까"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배우 정수정.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정수정.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2009년 그룹 f(x)로 데뷔한 정수정은 연기 필모그래피도 차곡차곡 쌓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에 정수정은 "처음에는 시트콤으로 시작했다.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민이 있을 때,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났다. 연기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하고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게 있는 타입은 아니다.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에서 욕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거미집'이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정수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터닝포인트고, '거미집'은 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영화 '거미집'은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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