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 감독 강제규 인터뷰
오는 27일 개봉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과 작품성을 잡으며 관객들을 만났던 강제규 감독이 무려 8년 만에 돌아왔다. 1947년 당시,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의 서윤복 마라토너와 그를 도운 스승 손기정 마라토너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 '1947 보스톤'.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은 같은 날, '천박사 퇴마 연구소'(감독 김성식), '거미집'(감독 김지운)과 맞붙는다. 그간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강제규 감독이 '1947 보스톤'으로 다시 한번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강제규 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나섰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던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하정우는 손기정 역으로, 배우 임시완은 서윤복 역으로 출연한다.


◆ 8년 만에 복귀작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장수상회'(2015) 이후, 8년 만에 '1947 보스톤'으로 스크린 복귀한 소감에 관해 강제규 감독은 "'장수사회' 끝나고 나서 2~3년 지나고 나니까. 2018년도 됐다. 그때 '1947 보스톤' 시나리오를 받고 준비했다. 3년에 한 작품은 너무 하고 싶은데 다른 감독들도 같은 입장일 것 같다. 다들 그렇게 하고 싶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1947 보스톤'은 팬데믹과 더불어 '남승룡' 역의 주연배우인 배성우가 2020년 11월 배성우의 음주운전이 적발되면서 면허가 취소되면서 개봉 시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강제규 감독은 "사실은 영화를 여러 사람이 모여서 긴 시간을 작업했다. 몇 사람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들도 생긴 것 같다. 주연 배우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면 데미지가 많이 크다. 일부 촬영이 있다면 보충 촬영을 하는 최대한의 방법을 할 수 있지만.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화를 엎거나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도 연기된 것이 이유였다. 관객들에게 조금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 스포츠 영화는 첫 도전, 놀라운 임시완 배우의 연기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에서 '서윤복'으로 출연한 임시완 배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강제규 감독은 "촬영하면서 '야 요놈 봐라'라며 소름을 돋은 것이 처음이었다. 육상 장면도 임시완 배우의 첫 촬영이었다. 임시완 배우가 나오는 날이 기다려지더라. 에너지가 생기더라. 모니터를 통해서 눈빛이나 동작을 볼 때 신선했다. 과하지 않고 시대감 속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그 속에서 만들어내는 흡입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군소리나 잔소리가 필요가 없었다. 임시완 배우한테 문자가 오기도 했다. '그 대사 어떠세요?'라는 말이 오면 다시 고쳐서 내가 보내는 식의 교감들을 계속했다"라고 말했다.

'1947 보스톤'에서 임시완은 실제 마라토너처럼 끊임없이 달리면서 열연을 펼친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남승룡 대사 중에서도 '죽도록 뛰어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 영화의 운명이 '너의 발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네가 마라토너처럼 보이지 않으면 이 영화는 망한다'라고 말했다. 정말 독하더라. 몸이 노출되는 것을 찍을 때까지는 닭가슴살만 먹어서 '감독님 어때요?'라고 했다. '조금만 더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 내가 체지방까지는 터치하지 않았다(웃음) 원래 서윤복 선수가 타고난 체격을 가지고 있다. (임시완 배우에게) 그 자세가 나오고 근육이 나오니까 딱 마라토너 같고 좋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하정우는 마라토너 손기정을 맡아 서윤복(임시완)의 페이스 메이커이자 스승으로 등장한다. 강제규 감독에게 하정우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캐스팅 제일 먼저 한 배우가 하정우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당연히 많다. 하정우는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지만, 옛날부터도 동료 감독과 작업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언제 같이 일하냐'고 장난처럼 말했다. 기회가 닿지는 않았다. 보스톤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 성격도 그렇고 외형적으로도 그렇고 닮은 부분이 많더라. 일단은 실화를 바탕은 외형이 너무 다르면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흔쾌히 첫 만남에서 하겠다고 하더라. 한 번 만나서 출연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 고맙더라"라고 말했다.


◆ 손기정, 서윤복의 실화에 끌린 이유는?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평소에도 마라톤이라는 소재와 손기정 마라토너에 관심이 많았다는 강제규 감독은 "1981년도의 영화 '불의 전차'(감독 휴 허드슨)를 보고 크게 감동했다. 달리는 것이 매력이 있다. (달리기가) 밋밋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맨몸이라서 가장 원초적인 운동이라서 나를 움직이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밸런스 조절을 하는 점에서 시나리오 초반부터 고민을 거듭했다는 강제규 감독. 그는 후반부 보스톤 마라톤 대회 장면은 언급하며 "셰퍼트가 뛰어나오는 장면이 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왜냐하면 일반 관객들은 모르고 오지 않나. '거기서 1등 하고 있다가 쓰러진다고?' '마이웨이' 때도 실화였다. 조금은 실화에 덜 충실한 지점에 대한 자기반성이 많았다. 이건 실화고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서 당당하게 가야 한다. 다큐 화면을 찾았는데,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없더라. 관객들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서윤복 선수가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가장 큰 위기인데, 그 위기가 없으면 가장 극적인 모멘트이지 않나. 서윤복 선생이 만들어놓은 극적인 모멘트를 뺄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실화 바탕이나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다는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을 준비하며 밸런스 조절을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한 시대나 인물을 다룰 때, 정확하게 캐릭터가 일치하느냐보다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달하는게 중요하다. 장벽이 생기면 몰입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 부분을 완충시키고 융화시키려고 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신경을 쓰던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영화 산업을 지켜보며 강제규 감독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시작했다. 한국 영화 점유율 시대에 10퍼센트 경험한 당사자로서는 많은 영화인의 큰 변화와 큰 성장을 보면서 너무 자랑스럽다. 내 자식이 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 이후 관객의 변화가 많이 생겼다. 늘 위기는 있었으니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극장을 안 가지는 않는다. 가는 사람은 간다. 그 문턱이 조금 더 높아진 것이다. 그 문턱을 넘는 것이 영화인들의 숙제이자 과제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차기작에 관해 묻자 "지금 준비하는 게 잘 되어서 빨리 다음 작품 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영화 '1947 보스톤'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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