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선생님은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헐값에 땅의 일부를 팔았고, 남은 농부들만 애가 탄다. SM엔터테인먼트가 변화의 씨앗을 뿌리자마자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가 맺을지 모르는데 어그러질 상황이다.
SM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씨는 SM의 가치를 깎아먹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이 프로듀싱과 음악적 자문을 평목으로 받아간 돈만 연간 100억 원. 2000년 상장 기준으로 해도 최소 2000억 이상 챙긴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라이크기획의 리스크를 꼬집으며 변화를 원했고, SM 이사진과 주주들은 이에 동의했다. 라이크기획은 SM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했다.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전방에서 뛰는 직원들과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 'SM 3.0' 전략을 발표했다. SM은 이전 시스템은 끊되 과거의 노하우와 현재 SM의 기술, 능력 있는 제작자들과 함께 새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질의 IP를 제작하고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적. 멀티 제작센터/ 레이블 체계의 도입으로 기존에 축적된 IP 제작 및 운영 노하우는 유지하되, 제작 역량은 확장하겠다고 했다. 주체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통해 사업 의사결정 권한을 각 디렉터들에게 위임해 IP 제작의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것.
또 아티스트 전담 제작/핵심 기능을 배치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보장 및 창작 자율성을 존중하는 5개 제작 센터와 Naevis(나이비스)와 같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제작 및 운영 관리를 전담하는 1개의 가상 아티스트/IP 제작 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 강화된 IP 창출로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미래 엔터 산업에 선도적 지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3.0'대로 간다면 SM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다. 돈이 새어나가는 구멍은 막고, 새로운 물줄기를 트니 상장사로서도 엔터테인먼트로서도 굉장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거라 본 것. 하지만 이 계획은 이수만 씨의 신경을 긁었다. 자신을 배제한 것도 모자라 카카오에게 지분 9.05%를 주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전략적 제휴를 맺으니 불명예스럽다고 여겼을 터다. 그래서 이수만 씨는 자신이 보유한 18.65%의 지분 중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1조까지 불렀던 작년과 달리 4228억으로 후려친 가격에. 단숨에 SM의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는 소액주주의 지분도 공개매수해 SM 지분 40%를 얻겠다고 공표했다. 경영권을 확보해 SM을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로 운영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SM 3.0'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독립적 권한을 준다고 해도 최종 승인은 하이브. 하이브는 SM 경영진 등을 하이브 사람으로 꾸릴 테고, SM은 원하는 대로 행하기 어려워진다. 오는 3월에 있을 주총이 시작인 셈. 3월 27일부로 이성수·탁영준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재임에 성공하지 못하면 두 사람도 'SM 3.0'도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는 이수만의 의결권을 받아 주총에 참석한다. 하이브는 "주주제안을 통해 하이브가 지정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가 됐든 이수만 씨는 다시 SM으로 돌아온다. 하이브는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SM엔터테인먼트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향후 3년 간 해외서는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SM 아티스트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NCT 127이나 에스파가 계약한 미국 음반사든 하이브의 해외 지사든 '해외'라는 허울 좋은 틀 안에서 3년 간 프로듀싱에 관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M은 단순히 이수만 씨의 이니셜로 세운 회사가 아니다. 이수만 씨가 시작한 건 맞지만, SM의 이름으로 이룬 모든 업적은 SM의 임직원이 일군 결과다. 기획하고 제작하고 완성해 선보이기까지 많은 직원들의 노력이 투자됐다. H.O.T부터 S.E.S, 신화, 보아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1세대부터 4세대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직원이 K팝 시장을 이끌었다.
SM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음악과 정체성은 K팝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SMP라는 장르로 많은 팬들 모았고 '핑크 블러드(SM 음악에 반응하는 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SM 색깔을 입은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컸다. 빅히트 뮤직, 플레디스, 쏘스뮤직, 어도어, 코즈, 빌리프랩까지 많은 레이블을 잘 운영하고 있는 하이브지만 SM은 SM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되는 엔터다.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정체성과 고유의 색이 없는 것과 확실하게 비교가 되는 지점.
하이브가 전문적인 인사를 채용하고 아티스트 우선인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음악 사업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도 넓혀가고 있다. 엔터를 넘어 거대 기업으로 통하고 있는 하이브와 엔터의 전문성이 강한 SM이 만나 시너지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브의 레이블 사업이 모두 좋은 결과만 낳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쏘스뮤직이 하이브로 넘어간 뒤 제 색깔을 잃어버리더니 결국엔 해체하지 않았나.
3월은 오지 않았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매끄러울지 또 카카오가 지분을 어떻게 얼마큼 모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수만 씨의 지분 인수로 '공룡'이 된 하이브. 지금은 독과점 우려보다 거대한 SM의 색깔을 감당할 수 있을지, 하이브 인수에 대한 반발심이 큰 SM 직원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선생님은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헐값에 땅의 일부를 팔았고, 남은 농부들만 애가 탄다. SM엔터테인먼트가 변화의 씨앗을 뿌리자마자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가 맺을지 모르는데 어그러질 상황이다.
SM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씨는 SM의 가치를 깎아먹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이 프로듀싱과 음악적 자문을 평목으로 받아간 돈만 연간 100억 원. 2000년 상장 기준으로 해도 최소 2000억 이상 챙긴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라이크기획의 리스크를 꼬집으며 변화를 원했고, SM 이사진과 주주들은 이에 동의했다. 라이크기획은 SM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했다.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전방에서 뛰는 직원들과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 'SM 3.0' 전략을 발표했다. SM은 이전 시스템은 끊되 과거의 노하우와 현재 SM의 기술, 능력 있는 제작자들과 함께 새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질의 IP를 제작하고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적. 멀티 제작센터/ 레이블 체계의 도입으로 기존에 축적된 IP 제작 및 운영 노하우는 유지하되, 제작 역량은 확장하겠다고 했다. 주체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통해 사업 의사결정 권한을 각 디렉터들에게 위임해 IP 제작의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것.
또 아티스트 전담 제작/핵심 기능을 배치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보장 및 창작 자율성을 존중하는 5개 제작 센터와 Naevis(나이비스)와 같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제작 및 운영 관리를 전담하는 1개의 가상 아티스트/IP 제작 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 강화된 IP 창출로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미래 엔터 산업에 선도적 지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3.0'대로 간다면 SM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다. 돈이 새어나가는 구멍은 막고, 새로운 물줄기를 트니 상장사로서도 엔터테인먼트로서도 굉장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거라 본 것. 하지만 이 계획은 이수만 씨의 신경을 긁었다. 자신을 배제한 것도 모자라 카카오에게 지분 9.05%를 주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전략적 제휴를 맺으니 불명예스럽다고 여겼을 터다. 그래서 이수만 씨는 자신이 보유한 18.65%의 지분 중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1조까지 불렀던 작년과 달리 4228억으로 후려친 가격에. 단숨에 SM의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는 소액주주의 지분도 공개매수해 SM 지분 40%를 얻겠다고 공표했다. 경영권을 확보해 SM을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로 운영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SM 3.0'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독립적 권한을 준다고 해도 최종 승인은 하이브. 하이브는 SM 경영진 등을 하이브 사람으로 꾸릴 테고, SM은 원하는 대로 행하기 어려워진다. 오는 3월에 있을 주총이 시작인 셈. 3월 27일부로 이성수·탁영준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재임에 성공하지 못하면 두 사람도 'SM 3.0'도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는 이수만의 의결권을 받아 주총에 참석한다. 하이브는 "주주제안을 통해 하이브가 지정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가 됐든 이수만 씨는 다시 SM으로 돌아온다. 하이브는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SM엔터테인먼트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향후 3년 간 해외서는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SM 아티스트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NCT 127이나 에스파가 계약한 미국 음반사든 하이브의 해외 지사든 '해외'라는 허울 좋은 틀 안에서 3년 간 프로듀싱에 관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M은 단순히 이수만 씨의 이니셜로 세운 회사가 아니다. 이수만 씨가 시작한 건 맞지만, SM의 이름으로 이룬 모든 업적은 SM의 임직원이 일군 결과다. 기획하고 제작하고 완성해 선보이기까지 많은 직원들의 노력이 투자됐다. H.O.T부터 S.E.S, 신화, 보아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1세대부터 4세대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직원이 K팝 시장을 이끌었다.
SM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음악과 정체성은 K팝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SMP라는 장르로 많은 팬들 모았고 '핑크 블러드(SM 음악에 반응하는 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SM 색깔을 입은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컸다. 빅히트 뮤직, 플레디스, 쏘스뮤직, 어도어, 코즈, 빌리프랩까지 많은 레이블을 잘 운영하고 있는 하이브지만 SM은 SM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되는 엔터다.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정체성과 고유의 색이 없는 것과 확실하게 비교가 되는 지점.
하이브가 전문적인 인사를 채용하고 아티스트 우선인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음악 사업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도 넓혀가고 있다. 엔터를 넘어 거대 기업으로 통하고 있는 하이브와 엔터의 전문성이 강한 SM이 만나 시너지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브의 레이블 사업이 모두 좋은 결과만 낳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쏘스뮤직이 하이브로 넘어간 뒤 제 색깔을 잃어버리더니 결국엔 해체하지 않았나.
3월은 오지 않았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매끄러울지 또 카카오가 지분을 어떻게 얼마큼 모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수만 씨의 지분 인수로 '공룡'이 된 하이브. 지금은 독과점 우려보다 거대한 SM의 색깔을 감당할 수 있을지, 하이브 인수에 대한 반발심이 큰 SM 직원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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