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정상을 지키는 것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오를 때의 마음은 가볍지만, 지킬 때는 무겁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외부의 관심과 이목을 받아내야 하고, 동시에 찾아오는 고독과 부담 속에서도 보란 듯이 해내야 한다.
김은숙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파리의 연인'(2004), '시크릿 가든'(2010), '태양의 후예'(2016),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2016), '미스터 션샤인'(2018) 등 몇 작품만 나열해도 김 작가의 굵직한 존재감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역사적 배경과 메시지에 녹여내며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도약한 김은숙 작가는 차기작인 '더 킹: 영원의 군주'(2020, 이하 '더 킹')에서 고꾸라졌다. '더 킹'은 '미스터 션샤인'으로 잔뜩 올랐던 기대감을 그만큼의 실망감으로 바꿨다. '더 킹'은 성희롱, 왜색, PPL 등 논란이 잇달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무너진 스토리 라인이었다.
평행세계를 오가는 판타지 설정이었는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데다 개연성이 헐겁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려운 설정에 말이 안 되는 전개가 더해지니 시청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직접 쓴 대본이 맞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 사이 김 작가가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민호와 김고은이라는 흥행 배우 둘, 320억 이상의 제작비, 톱 클래스 제작진 등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조건을 모아놓고 공식에 맞춰 그저 안일하게 접근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존심을 구긴 김은숙 작가는 3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돌아왔다. 하얗게 센 김 작가의 헤어스타일이 그간의 고뇌를 대변하는 듯했다. 백발의 김은숙 작가는 절치부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외치는 고등학교 2학년 딸에게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얻은 김은숙은 자신의 체질을 완벽히 바꿨다.
기존에 통했던 자신의 흥행 공식을 스스로 파괴하고, 새롭게 트렌드를 읽었다. 여성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터치했던 김은숙은 시대의 어두운 문제를 조명하며 도전을 꾀했다. 등장인물 캐릭터를 탄탄하게 빌드업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을 단번에 '더 글로리'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김은숙의 특장점이었던 대사 워드 플레이는 극 중 숨통을 트이게 하고, 때로는 통쾌한 기분마저 자아냈다. 대중이 '더 글로리'에 몰입하며 극 중 대사를 유행어처럼 유희하는 것은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주요했다. 또, 탁월한 이야기꾼인 김은숙은 장르와 상관없이 어떤 설정이 시청자에게 소구하는지 동물적으로 캐치했다. 적록색약이나 바둑 같은 설정이 그렇다.
다만, 복수물은 김 작가의 전공 장르가 아닌 만큼 파트1에서는 별다른 특징 없이 기존의 복수극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관계 역시 어김없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따르고 있는데, 이는 파트2에서 두 사람의 인물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여진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추락이 비상으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표현한 말이다. 김은숙 작가는 '더 킹'의 실패를 딛고 '더 글로리'로 다시 날아 올랐다. 중력을 거스르고 다시금 영광을 재현한 김 작가의 귀환이 반갑고 놀랍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정상을 지키는 것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오를 때의 마음은 가볍지만, 지킬 때는 무겁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외부의 관심과 이목을 받아내야 하고, 동시에 찾아오는 고독과 부담 속에서도 보란 듯이 해내야 한다.
김은숙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파리의 연인'(2004), '시크릿 가든'(2010), '태양의 후예'(2016),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2016), '미스터 션샤인'(2018) 등 몇 작품만 나열해도 김 작가의 굵직한 존재감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역사적 배경과 메시지에 녹여내며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도약한 김은숙 작가는 차기작인 '더 킹: 영원의 군주'(2020, 이하 '더 킹')에서 고꾸라졌다. '더 킹'은 '미스터 션샤인'으로 잔뜩 올랐던 기대감을 그만큼의 실망감으로 바꿨다. '더 킹'은 성희롱, 왜색, PPL 등 논란이 잇달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무너진 스토리 라인이었다.
평행세계를 오가는 판타지 설정이었는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데다 개연성이 헐겁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려운 설정에 말이 안 되는 전개가 더해지니 시청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직접 쓴 대본이 맞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 사이 김 작가가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민호와 김고은이라는 흥행 배우 둘, 320억 이상의 제작비, 톱 클래스 제작진 등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조건을 모아놓고 공식에 맞춰 그저 안일하게 접근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존심을 구긴 김은숙 작가는 3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돌아왔다. 하얗게 센 김 작가의 헤어스타일이 그간의 고뇌를 대변하는 듯했다. 백발의 김은숙 작가는 절치부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외치는 고등학교 2학년 딸에게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얻은 김은숙은 자신의 체질을 완벽히 바꿨다.
기존에 통했던 자신의 흥행 공식을 스스로 파괴하고, 새롭게 트렌드를 읽었다. 여성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터치했던 김은숙은 시대의 어두운 문제를 조명하며 도전을 꾀했다. 등장인물 캐릭터를 탄탄하게 빌드업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을 단번에 '더 글로리'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김은숙의 특장점이었던 대사 워드 플레이는 극 중 숨통을 트이게 하고, 때로는 통쾌한 기분마저 자아냈다. 대중이 '더 글로리'에 몰입하며 극 중 대사를 유행어처럼 유희하는 것은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주요했다. 또, 탁월한 이야기꾼인 김은숙은 장르와 상관없이 어떤 설정이 시청자에게 소구하는지 동물적으로 캐치했다. 적록색약이나 바둑 같은 설정이 그렇다.
다만, 복수물은 김 작가의 전공 장르가 아닌 만큼 파트1에서는 별다른 특징 없이 기존의 복수극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관계 역시 어김없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따르고 있는데, 이는 파트2에서 두 사람의 인물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여진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추락이 비상으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표현한 말이다. 김은숙 작가는 '더 킹'의 실패를 딛고 '더 글로리'로 다시 날아 올랐다. 중력을 거스르고 다시금 영광을 재현한 김 작가의 귀환이 반갑고 놀랍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