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8회 13.1%로 연일 자체 최고치 경신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1위·전 세계 6위
감독 "평양냉면처럼 슴슴…열화와 같은 반응 예상 못해"
'유튜버의 자폐 비하 논란에는 "공론화 통해 시대 기준점 마련되길"
작가 "자폐 소재? 스릴러 구상하다 매력 느껴"
"한계도 있어"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1위·전 세계 6위
감독 "평양냉면처럼 슴슴…열화와 같은 반응 예상 못해"
'유튜버의 자폐 비하 논란에는 "공론화 통해 시대 기준점 마련되길"
작가 "자폐 소재? 스릴러 구상하다 매력 느껴"
"한계도 있어"
"이 드라마를 계기로 각계각층의 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는 게 영광입니다.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건 그 분들의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문지원 작가)
신드롬급 인기를 얻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 우영우가 자신만의 세계를 깨고 나와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가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공존한다고 인정하며, 드라마 방영 후 장애를 두고 새롭게 드러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번 드라마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6일 ENA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렸다.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
지난 21일 방송된 8회 시청률은 전국 13.1%, 수도권 15.0%, 분당 최고 시청률 16.8%(닐슨코리아)를 기록, 연일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TV 화제성 부문(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7월 2주차)에서 59.16%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강태오, 박은빈이 각각 1, 2위에 등극한 데 이어 하윤경이 4위, 강기영이 7위, 주종혁이 8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반응도 폭발적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31개 언어로 스트리밍 중인 가운데, 2주 연속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순위로는 6위까지 올라갔다. 인기 열풍에 대해서 유 감독은 "이렇게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다.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열화가 같은 반응이 올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또한 "십 몇 년 동안 연락 못했던 분들이 연락 온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이 연락와서 '아들이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연출이 너더라'고 하더라. 울컥했다.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작가도 "저에게도 많은 분들이 연락 온다"며 "카페 갔을 때 저쪽 테이블에서 '태수미는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하고 있고, 버스 탔는데 '우영우'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드라마를 구상한 계기에 대해 문 작가는 "에이스토리(제작사)의 PD들이 저를 찾아와서 영화 '증인'을 봤는데 주인공 지우(김향기 분)라는 캐릭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겠나, 그 이야기를 16부작으로 만들면 재밌겠나'라고 하길래 '재밌을 것 같고 제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세계관 연결에 대해서는 "뭘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인물이 어딘가에서는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나.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증인'의 지우가 살고 있다면 '우영우'를 재밌게 본방사수 하고 있을 것 같고, 영우의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 해도 유일하게 비난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영우는 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를 소재로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문 작가는 "제 자신이 자폐 진단을 받았거나 지인이 자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릴러 장르 작품을 구상하다가 사건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싶었다. 제가 아는 게 없으니 조사를 시작했다. 놀라웠던 게, 자폐인들이 가진 많은 특성이 매력적이었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 올곧음, 특정 분야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해박함,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이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강화되는 인간의 특성이다. 원래는 어두운 장르의 작품을 구상하다가 '증인' 같은 톤의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제목에 '이상한'을 넣은 이유에 대해 문 작가는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우영우를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낯설고 가끔씩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데 이상함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우영우'를 따라한 유튜버의 영상을 두고 '비하', '패러디'의 갑론일박이 오갔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드라마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얘기가 편하진 않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나 유튜브 상에서 우영우 캐릭터를 따라하신 분들이 자폐인들을 비하하려고 한 건 아닐 거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 쯤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드라마 안에서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에서 쌓아온 맥락에서 하는 행동이다. 드라마 클립을 볼 때 그 맥락을 이해하고 볼 수도 있지만 바깥에서 그 행동만 보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요즘은 바로 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지 않나.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조심성을 가져야하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받아들이던 감수성과 지금은 빠르게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여기서부터는 희화화고 여기서부터는 패러디'라고 누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에 따라 공론화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박은빈과도 캐릭터가 희화화될 것에 대해서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박은빈과도 처음에 조심스러워 했던 것은 우영우 캐릭터와 연기는 우리 드라마 밖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박은빈도 인터뷰 때 주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수용하고 즐기는 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제 의견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전에는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드라마 소재로 해서 만들어내고 또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니,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이나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 가주길 바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우영우가 회사 등 외부에서 김밥을 먹을 때는 가로로 먹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밥집에서는 세로로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의도한 건 아니다. 박은빈이 일부러 점심을 굶고 와서 먹기도 한다. 신에 따라서는 많이 먹어야 한다. 우영우 김밥 같은 경우는 (자주 먹어야 해서) 얇게 썰어 가볍게 세로로 먹기 좋았던 게 아닌가 한다. 구내식당이나 스타일이 다른 김밥은 두께감 등이 달라서 집어먹다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에 있냐는 물음에는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신이 없을 정도다. 현장에 오면 박은빈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본다.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이다. 거기에 조금 가미해 찍는 정도"라고 박은빈을 극찬했다.
박은빈은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두고 고심했고, 제작진은 1년을 기다렸다. 유 감독은 "우영우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처음에 박은빈이 검토했는데 1차로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왔을 때, (박은빈이) 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가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박은빈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부담을 가질 만큼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대답이 싱겁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기다렸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다시 한 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우영우의 동기인 변호사 최수연(하윤경 분)은 우영우를 안쓰럽게 여기며 돕기도 하지만 그의 천재성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가진 권민우 변호사(주종혁 분)은 우영우에게 경쟁심을 느끼며 얄밉게 행동한다. 문 작가는 "대형 로펌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우영우 주변인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봤다. 영우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약자이기도 하지만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강자기도 하다. 최수연, 권민우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들을 보여주려고 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민우는 권력에 민감할 거라 생각해서 이름을 권민우라고 지었다"고 전했다.
강태오가 연기한 이준호 캐릭터에 대해 문지원 작가는 "영우 주변에 있을 때 너무 불쾌하지도 않으면서 인형 같지도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강태오가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영우와 준호의 관계에 대해서 준호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보호자의 마음일 것 같다고 하더라. 산책묘의 경우 보호자가 한발 떨어져서 고양이가 가는대로 떨어져서 간다더라. 제가 무릎을 치면서 감명을 받았고, 이런 느낌으로 잡아가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자폐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는 영우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세계에 초대해서 같이 발맞춰가는, 영우의 사랑 이야기는 성장에 필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둘의 순간이 액자에 넣어놓고 싶을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반부 8회까지는 설레는 과정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드러날 것 같다. 영우의 입장에서는 자폐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준호의 입장에서는 장애를 가진 여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드러날 것 같다"고 예고했다. '우영우'에 등장한 500살 넘은 팽나무는 실제로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를 받게 됐다. 문 작가는 "제가 의도한 건 아니고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너무 사랑해서 생겨난 일인 것 같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든다면 우리 드라마가 아닌 우리 드라마를 통해 쏟아져 나온 여러 이야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팽나무 등장 비하인드에 대해서는 "원래 대본에는 느티나무였는데 섭외 과정에서 아름다운 팽나무가 있어서 팽나무를 섭외하게 됐다"고 밝혔따.
우영우 캐릭터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문 작가는 "우영우 캐릭터가 드라마를 위해 창작자들이 창작한 건 맞다. 개연성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고 디자인된 캐릭터는 아니다. 이 세상 어딘가엔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너무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자문 교수님을 만났을 때 대본을 보고 맨 처음 했던 얘기가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였다. 캐릭터가 가진 명암 중에 지금껏 암이 부각됐다면 이번엔 명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자폐 전공자로서 좋다고 하더라.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건 없다.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고 있는 '우영우'는 해외에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반응도 얻고 있다. 문지원 "작가가 제 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많다. 한국어를 온전히 살려야 되는 말장난도 많고 법정용어도 한국어로 해야 뜻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는 '재밌어서'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로서 자기가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봐준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안다"고 겸손했다. 유 감독은 "한국 스케줄대로 올라오는 드라마가 생중계되는 느낌 아니냐.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동시대에 사람들이 지금 비슷한 갈증과 고민을 하나 생각해본다"며 "'오징어 게임' 같이 될까 싶긴 하다"고 덤덤히 반응했다.
9회에서는 구교환이 특별출연한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구교환을 떠올린 순간 다른 배우는 안 되겠다 싶었다. 간곡한 부탁 끝에 성사됐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이후 관전 포인트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돼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상하고 남다른 존재로서 영우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한바다 사람들도 각자 고민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 감독과 문 작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긍정적 효과와 한계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유 감독은 "시청자 반응 중에 울컥했던 건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잘 그려도, 안 좋게 그려도 속상할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다가 박은빈이 연기하는 자폐의 특성을 사람들이 귀엽게도 매력적이게도 봐주는 걸 보고 '내가 내 아이에게서만 느끼던 귀엽고 빛나는 부분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이 드라마를 사랑하게 됐다'더라. 그걸 보고 촬영하다가 많이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자폐인이나 자폐인 가족들은 우영우 같지 않다. 여러 가지 일상생활의 소통 등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영우를 보고 상대적으로 속상해하면 어쩌나 했고, 실제로 그런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냐고 한다면 없다고 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은 천차만별의 양상을 갖고 있다. 그 중에 누구도 '이 사람이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라고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작가님과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들과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는 로펌이라는 세계에 들어가서 비자폐인들과 어울려서 변호사로 살아간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그 질문을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거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으려고 노력해서 만든 캐릭터다. 주인공의 현실가능성 측면보다 이 인물을 통해서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가, 우리가 창작자로 할 수 있는 노력은 그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자폐인의 고통이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재돼 있는 다른 영역까지 받아 안기에 우리 드라마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나아가서는 비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아쉬움에 대해 저도 접하고, 그렇다면 훨씬 더 진정성 있을 텐데 하기도 한다"며 "대중문화로 소통되기까지는 한 번에 가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를 통해 장차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을,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을 연기해서 좀 더 감동적이고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길이 오기까지 조금 더 앞당겨진다면 보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저는 사람들이 영우를 지지하는 이유가 불쌍한 게 아니라 씩씩하고 멋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지적한 부분에 대해 잔여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작품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제 계획에 대해서 유 감독은 "아직 방송이 반 남았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시즌제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성사되려면 사업적으로든 스케줄적으로든 이야기가 돼야 한다. 구체적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로펌에 들고 오는 문제들이 흔히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우리의 캐릭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답을 내지만 그 답이 정답도 아니고 모든 이가 동의하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 그게 우리 드라마의 한계기도 하지만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솔직한 답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답 없는 문제들, 소수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안 해 봤던 소재의 드라마가 이렇게 대중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생겨나는 풍요한 얘기들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지금까지 사랑해줬던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들을 봐주고 아낌 없이 의견을 달라"고 부탁했다.
문 작가는 "우리 드라마가 순두부 계란탕 같은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안에 야심이 숨어 있다. 예민한 소재와 업계 관례를 따르지 않는 도전들이 숨어져있다"며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게 시청자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그 또한 기쁘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신드롬급 인기를 얻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 우영우가 자신만의 세계를 깨고 나와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가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공존한다고 인정하며, 드라마 방영 후 장애를 두고 새롭게 드러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번 드라마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6일 ENA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렸다.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
지난 21일 방송된 8회 시청률은 전국 13.1%, 수도권 15.0%, 분당 최고 시청률 16.8%(닐슨코리아)를 기록, 연일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TV 화제성 부문(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7월 2주차)에서 59.16%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강태오, 박은빈이 각각 1, 2위에 등극한 데 이어 하윤경이 4위, 강기영이 7위, 주종혁이 8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반응도 폭발적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31개 언어로 스트리밍 중인 가운데, 2주 연속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순위로는 6위까지 올라갔다. 인기 열풍에 대해서 유 감독은 "이렇게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다.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열화가 같은 반응이 올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또한 "십 몇 년 동안 연락 못했던 분들이 연락 온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이 연락와서 '아들이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연출이 너더라'고 하더라. 울컥했다.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작가도 "저에게도 많은 분들이 연락 온다"며 "카페 갔을 때 저쪽 테이블에서 '태수미는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하고 있고, 버스 탔는데 '우영우'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드라마를 구상한 계기에 대해 문 작가는 "에이스토리(제작사)의 PD들이 저를 찾아와서 영화 '증인'을 봤는데 주인공 지우(김향기 분)라는 캐릭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겠나, 그 이야기를 16부작으로 만들면 재밌겠나'라고 하길래 '재밌을 것 같고 제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세계관 연결에 대해서는 "뭘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인물이 어딘가에서는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나.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증인'의 지우가 살고 있다면 '우영우'를 재밌게 본방사수 하고 있을 것 같고, 영우의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 해도 유일하게 비난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영우는 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를 소재로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문 작가는 "제 자신이 자폐 진단을 받았거나 지인이 자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릴러 장르 작품을 구상하다가 사건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싶었다. 제가 아는 게 없으니 조사를 시작했다. 놀라웠던 게, 자폐인들이 가진 많은 특성이 매력적이었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 올곧음, 특정 분야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해박함,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이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강화되는 인간의 특성이다. 원래는 어두운 장르의 작품을 구상하다가 '증인' 같은 톤의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제목에 '이상한'을 넣은 이유에 대해 문 작가는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우영우를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낯설고 가끔씩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데 이상함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우영우'를 따라한 유튜버의 영상을 두고 '비하', '패러디'의 갑론일박이 오갔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드라마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얘기가 편하진 않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나 유튜브 상에서 우영우 캐릭터를 따라하신 분들이 자폐인들을 비하하려고 한 건 아닐 거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 쯤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드라마 안에서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에서 쌓아온 맥락에서 하는 행동이다. 드라마 클립을 볼 때 그 맥락을 이해하고 볼 수도 있지만 바깥에서 그 행동만 보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요즘은 바로 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지 않나.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조심성을 가져야하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받아들이던 감수성과 지금은 빠르게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여기서부터는 희화화고 여기서부터는 패러디'라고 누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에 따라 공론화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박은빈과도 캐릭터가 희화화될 것에 대해서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박은빈과도 처음에 조심스러워 했던 것은 우영우 캐릭터와 연기는 우리 드라마 밖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박은빈도 인터뷰 때 주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수용하고 즐기는 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제 의견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전에는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드라마 소재로 해서 만들어내고 또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니,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이나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 가주길 바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우영우가 회사 등 외부에서 김밥을 먹을 때는 가로로 먹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밥집에서는 세로로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의도한 건 아니다. 박은빈이 일부러 점심을 굶고 와서 먹기도 한다. 신에 따라서는 많이 먹어야 한다. 우영우 김밥 같은 경우는 (자주 먹어야 해서) 얇게 썰어 가볍게 세로로 먹기 좋았던 게 아닌가 한다. 구내식당이나 스타일이 다른 김밥은 두께감 등이 달라서 집어먹다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에 있냐는 물음에는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신이 없을 정도다. 현장에 오면 박은빈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본다.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이다. 거기에 조금 가미해 찍는 정도"라고 박은빈을 극찬했다.
박은빈은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두고 고심했고, 제작진은 1년을 기다렸다. 유 감독은 "우영우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처음에 박은빈이 검토했는데 1차로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왔을 때, (박은빈이) 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가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박은빈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부담을 가질 만큼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대답이 싱겁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기다렸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다시 한 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우영우의 동기인 변호사 최수연(하윤경 분)은 우영우를 안쓰럽게 여기며 돕기도 하지만 그의 천재성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가진 권민우 변호사(주종혁 분)은 우영우에게 경쟁심을 느끼며 얄밉게 행동한다. 문 작가는 "대형 로펌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우영우 주변인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봤다. 영우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약자이기도 하지만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강자기도 하다. 최수연, 권민우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들을 보여주려고 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민우는 권력에 민감할 거라 생각해서 이름을 권민우라고 지었다"고 전했다.
강태오가 연기한 이준호 캐릭터에 대해 문지원 작가는 "영우 주변에 있을 때 너무 불쾌하지도 않으면서 인형 같지도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강태오가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영우와 준호의 관계에 대해서 준호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보호자의 마음일 것 같다고 하더라. 산책묘의 경우 보호자가 한발 떨어져서 고양이가 가는대로 떨어져서 간다더라. 제가 무릎을 치면서 감명을 받았고, 이런 느낌으로 잡아가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자폐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는 영우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세계에 초대해서 같이 발맞춰가는, 영우의 사랑 이야기는 성장에 필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둘의 순간이 액자에 넣어놓고 싶을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반부 8회까지는 설레는 과정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드러날 것 같다. 영우의 입장에서는 자폐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준호의 입장에서는 장애를 가진 여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드러날 것 같다"고 예고했다. '우영우'에 등장한 500살 넘은 팽나무는 실제로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를 받게 됐다. 문 작가는 "제가 의도한 건 아니고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너무 사랑해서 생겨난 일인 것 같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든다면 우리 드라마가 아닌 우리 드라마를 통해 쏟아져 나온 여러 이야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팽나무 등장 비하인드에 대해서는 "원래 대본에는 느티나무였는데 섭외 과정에서 아름다운 팽나무가 있어서 팽나무를 섭외하게 됐다"고 밝혔따.
우영우 캐릭터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문 작가는 "우영우 캐릭터가 드라마를 위해 창작자들이 창작한 건 맞다. 개연성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고 디자인된 캐릭터는 아니다. 이 세상 어딘가엔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너무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자문 교수님을 만났을 때 대본을 보고 맨 처음 했던 얘기가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였다. 캐릭터가 가진 명암 중에 지금껏 암이 부각됐다면 이번엔 명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자폐 전공자로서 좋다고 하더라.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건 없다.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고 있는 '우영우'는 해외에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반응도 얻고 있다. 문지원 "작가가 제 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많다. 한국어를 온전히 살려야 되는 말장난도 많고 법정용어도 한국어로 해야 뜻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는 '재밌어서'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로서 자기가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봐준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안다"고 겸손했다. 유 감독은 "한국 스케줄대로 올라오는 드라마가 생중계되는 느낌 아니냐.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동시대에 사람들이 지금 비슷한 갈증과 고민을 하나 생각해본다"며 "'오징어 게임' 같이 될까 싶긴 하다"고 덤덤히 반응했다.
9회에서는 구교환이 특별출연한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구교환을 떠올린 순간 다른 배우는 안 되겠다 싶었다. 간곡한 부탁 끝에 성사됐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이후 관전 포인트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돼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상하고 남다른 존재로서 영우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한바다 사람들도 각자 고민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 감독과 문 작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긍정적 효과와 한계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유 감독은 "시청자 반응 중에 울컥했던 건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잘 그려도, 안 좋게 그려도 속상할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다가 박은빈이 연기하는 자폐의 특성을 사람들이 귀엽게도 매력적이게도 봐주는 걸 보고 '내가 내 아이에게서만 느끼던 귀엽고 빛나는 부분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이 드라마를 사랑하게 됐다'더라. 그걸 보고 촬영하다가 많이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자폐인이나 자폐인 가족들은 우영우 같지 않다. 여러 가지 일상생활의 소통 등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영우를 보고 상대적으로 속상해하면 어쩌나 했고, 실제로 그런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냐고 한다면 없다고 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은 천차만별의 양상을 갖고 있다. 그 중에 누구도 '이 사람이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라고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작가님과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들과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는 로펌이라는 세계에 들어가서 비자폐인들과 어울려서 변호사로 살아간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그 질문을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거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으려고 노력해서 만든 캐릭터다. 주인공의 현실가능성 측면보다 이 인물을 통해서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가, 우리가 창작자로 할 수 있는 노력은 그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자폐인의 고통이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재돼 있는 다른 영역까지 받아 안기에 우리 드라마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나아가서는 비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아쉬움에 대해 저도 접하고, 그렇다면 훨씬 더 진정성 있을 텐데 하기도 한다"며 "대중문화로 소통되기까지는 한 번에 가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를 통해 장차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을,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을 연기해서 좀 더 감동적이고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길이 오기까지 조금 더 앞당겨진다면 보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저는 사람들이 영우를 지지하는 이유가 불쌍한 게 아니라 씩씩하고 멋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지적한 부분에 대해 잔여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작품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제 계획에 대해서 유 감독은 "아직 방송이 반 남았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시즌제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성사되려면 사업적으로든 스케줄적으로든 이야기가 돼야 한다. 구체적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로펌에 들고 오는 문제들이 흔히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우리의 캐릭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답을 내지만 그 답이 정답도 아니고 모든 이가 동의하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 그게 우리 드라마의 한계기도 하지만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솔직한 답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답 없는 문제들, 소수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안 해 봤던 소재의 드라마가 이렇게 대중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생겨나는 풍요한 얘기들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지금까지 사랑해줬던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들을 봐주고 아낌 없이 의견을 달라"고 부탁했다.
문 작가는 "우리 드라마가 순두부 계란탕 같은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안에 야심이 숨어 있다. 예민한 소재와 업계 관례를 따르지 않는 도전들이 숨어져있다"며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게 시청자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그 또한 기쁘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