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사진= 인스타그램.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사진= 인스타그램.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 판을 휩쓸고 있다. 축구부, 야구부, 농구부, 격투기부, 동계 스포츠부 등 종목을 불문하고 TV를 켤 때마다 '선출'들이 등장한다. 특출나게 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 등장하니 줄줄이 비엔나소시지 마냥 따라 나오는 분위기다.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 스타들의 '놀자판'이 된 가운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 곽윤기가 '예능인'으로 인생 2막 레이스를 시작할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시점, 방송사는 '올림픽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었다. 이제는 쇼트트랙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으로,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기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투혼을 펼치며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이 단연 화제였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일정을 마친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곽윤기, 박장혁, 황대헌, 이준서, 김동욱 등이 MBC '라디오스타' 출연을 확정했다. 또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김아랑, 이유빈은 곽윤기와 함께 JTBC '아는 형님'에 나선다.

특히 핑크색 머리를 휘날리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맏형' 곽윤기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KBS2 '주접이 풍년' 제작진은 지난 18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요즘 '핑머'가 대세라며? 밀라노 올림픽도, 주접이 풍년도 꼭 나와주세요 #갓윤기 #곽윤기 #꽉잡아"라며 공개적으로 구애를 보냈다.

앞서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곽윤기 선수 저희도 기다릴게요"라며 러브콜 했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오래된 프로인 만큼 골수팬이 많다. 이에 곽윤기의 '나 혼자 산다' 출연 가능성에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곽윤기는 "그런데 나 혼자 안 산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보겠다. 꼭 나오도록 하겠다"고 센스있게 화답하기도 했다.

곽윤기의 예능 출연은 '나 혼자 산다' 골수팬뿐만이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시상식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댄스를 선보인 것부터, 이미 일찌감치 자신의 예능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곽윤기는 그동안 올림픽 참가 이후 종종 예능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남다른 끼를 발산하며 웃음을 안겼고, 이런 끼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117만 구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상대 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춤까지 선보이며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곽윤기는 이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뜻을 밝혔다. 아쉽게도 '올림픽서 금메달 딴 최초의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기점으로, '인생 2막'을 열게 될 지 미지수지만, 그의 '재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시청자가 대다수다.
[TEN피플] 곽윤기, 스포츠人 '놀자판' 된 예능 입성? 김동성과 다른 골인할까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이 예능 판을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1박 2일'을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끌었고, 방송 3사를 오가며 연예대상까지 품에 안으며 '국민 MC'로 인정받았다. 여전히 톱클래스 예능인이라 불리지만, 급격히 변화한 예능 판에서 예전만큼의 활약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이후 안정환, 서장훈 등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며 인기 예능 프로그램 MC를 꿰찼고, '연예대상' 시상식 대상 후보까지 올랐다. 시청자들은 잘생긴 데다 적재적소에 입담을 터트리는 안정환과 망가짐을 불사하며 무게감 있게 굵직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서장훈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잇고자 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넘쳐난다. 2002년 월드컵 영웅들부터 메이저리거, 과거 90년대 '농구대잔치'의 주역들, 그리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까지 수많은 운동선수 출신들이 TV에 등장하고 있다.

곽윤기 같은 스타만 예능 판에서 놀아준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최근 예능은 진정 시청자를 위한 것인지, 운동선수들의 놀이터인지 헷갈릴 만큼 이사람 저 사람이 출연해 물을 흐린다.

과거 행복과 위안을 선물한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은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긴다. 이들 스타들이 치열했던 경기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궁금하던 일상을 전하는 것에서 재미를 줬다.

그러나 이야깃거리가 사라지고, '끼'도 없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 '고정'자리까지 꿰차고, 제작진의 편집에 힘입어 인기와 경제적 이윤까지 챙기는 것을 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예능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들의 무분별한 예능 출연이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놀이터에서 뛰놀 듯하다가 한순간에 타락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트 동계올림픽 이후 방송계에서도 톱스타 취급을 받던 김동성은 여러 루머와 논란에 휩싸이다 추락했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한 때 강호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잘나가던 강병규도 그랬다.

왕년에 잘 나가던 스타였다고 해도 준비 되지 않은 사람과,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겠다는 개념을 상실한 사람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예능 판'이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당연한 듯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예능'에서 열고 있다. 예능은 그들의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시청자는 예능을 통해 잃어버린 웃음을 찾고 싶어 한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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