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놀뭐', 반복되는 신곡 프로젝트
'싹쓰리'와는 다른 '토요태'
'놀면 뭐하니' 토요태/ 사진=MBC 캡처
'놀면 뭐하니' 토요태/ 사진=MBC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돌고 돌아 다시 신곡 프로젝트를 택했다. 최근 침체돼 있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로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고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과 멤버들이 미니홈피 BGM 콘서트 '도토리 페스티벌'의 참여 가수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도토리 페스티벌'은 과거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와 비슷한 성격을 띈다. '토토가'가 1990년대 추억의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자리였다면 '도토리 페스티벌'은 2000년대 활발히 활동한 가수들을 초청한 공연이다.

이에 이날 방송에서도 에픽하이, 윤하, 써니힐, 프리스타일 등 2000년대 초중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수들의 합류 소식을 예고했다.

여기에 유재석과 하하, 이미주는 '토요태'라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해 겨울 시즌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그룹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를 만들었던 블랙아이드필승(라도, 규성)과 전군을 만나 신곡 제작을 의뢰했다.

'놀면 뭐하니?'의 음악 프로젝트는 그동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유재석의 부캐를 활용해 명확한 콘셉트를 앞세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음원 차트 1위 등 가요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2000년대 미니홈피 감성을 소환하는 '도토리 페스티벌'은 새 멤버 투입 후 침체기를 맞았던 '놀면 뭐하니?'가 꺼낸 비장의 무기라고 볼 수 있다.
'놀면 뭐하니' 116회/ 사진=MBC 캡처
'놀면 뭐하니' 116회/ 사진=MBC 캡처
하지만 이마저도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분부터 시작된 '도토리 페스티벌' 특집은 2주 연속 6%대 시청률에 그쳤다. '토요태'의 신곡 준비는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도전, 가수 비와 이효리의 팀 결성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앞선 성공 경험이 있는 '놀면 뭐하니?'가 음악 프로젝트를 만만하게 여기고 성급하게 내놓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간 과거 '무한도전'이 그랬듯 유재석,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 등의 멤버들을 대결 구도로 한 가요제를 볼 수 있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도토리 페스티벌'은 이제 막 준비 과정을 보여줬을 뿐이지만 앞선 프로젝트들에 비해 확연히 적은 관심을 받는 건 '놀면 뭐하니?'만의 색채를 덧입지 못한 탓이 크다. 과거 에피소드는 제작진이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했다는 게 시청자들에게 느껴질 정도로 짜임새를 갖췄다. 특히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때마다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새 멤버들간의 케미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부턴 다음 에피소드를 향한 궁금증을 반감시켰다. 여전히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이탈된 시청자들이 많아진 원인이다.

이 가운데 내놓은 신곡 프로젝트는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길 수밖에 없다. 앞서 '놀면 뭐하니?'는 '부캐'의 정체성을 확립한 유산슬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그룹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던 MSG워너비까지 남다른 기획력을 바탕으로 손대는 프로젝트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도토리 페스티벌'은 '토토가'처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답습한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음악 프로젝트를 향한 피로도 역시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놀면 뭐하니?'가 음악을 다룬 에피소드만 해도 절반에 가깝다. 최근 가수들이 대거 소속된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유재석을 진짜 가수로 만들 작정인지 의심스럽다.

'놀면 뭐하니?'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과 확장성이다. 몇 번의 성공을 얻은 음악 프로젝트가 그 강점을 가리고 새로운 도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까 우려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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