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싱어송 라이터' 임정희가 돌아왔다. 무려 3년 5개월 만에. 임정희가 20일 발표한 신곡 'Not4$ale'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모두에게 주는 용기다. 남이 만들어준 틀에 갇히지 말고 나를 믿고 나아가자는 가사를 담은 'Not4$ale'를 통해 임정희는 '거리의 디바'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데뷔 17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온 임정희. '자기복제'의 두려움, '거리의 디바'라는 수식어의 부담감 여러 고민을 깨고 진정한 '가수 임정희'로 거듭난 임정희를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더 나눴다.

10. 3년 5개월 만에 신곡을 낸다. 공백이 꽤 길었는데 뭘 하면서 지냈나. 공백기를 가졌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임정희 :
내가 쉰 시간을 세어보진 않았는데 음반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백 3년 5개월 정도 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활동을 안 하긴 했구나' 하는 반성을 조금 하긴 했다. (웃음) 무대는 서지 않았지만 뮤지컬도 했고, '불후의 명곡' 같은 방송도 했다. 또 대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고 가르치다 보니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대학원을 가서 음악에 대해 더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잘 몰랐다. 오랜만에 가수 임정희로 활동하게 돼 기대가 크고 기쁘다.

10.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팬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기 쉽지 않다. 음악방송 외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은 이 시기에 신곡을 낸 이유도 궁금하다.
임정희 :
시기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곡을 쓸 때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신곡 가사가 봄의 느낌이다. 사실 오랜만에 컴백하는 거라 화사한 느낌을 드리고 싶어서 무조건 상반기에 싱글을 내고 싶었다. 또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졌을 때 팬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는 곡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서 지금부터 하나하나 쌓아야 할 것 같았다.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다져지는 시간으로 삼고 싶다.

10. 처음으로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임정희 :
자작곡을 앨범 수록곡에 수록한 경험은 있는데 타이틀곡으로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쌓아놓고 고민만 했던 곡들이 있었는데 새로운 회사에서 음반 계획을 세우면서 '너의 곡을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자작곡을 내게 됐다.

10. 제목이 'Not4$ale' (not for sale. 비매품)이다. 노래로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뭔지 궁금하다.
임정희 :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라 모양은 다르지만 요즘 청년들과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기대치는 높아져만 가는데 '나는 어디쯤에 있는 사람인가'하는 고민들... 고민의 결도 크기도 다르겠지만 때론 좌절하기도 하고 해결하기도 하는 감정들을 담고 싶었다. 언제나 빛나고 있는 별을 위한 노래랄까. 내가 요즘 가볍게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기도 한데, 우리는 숫자로 가치를 정의할 수 없는 존재이지 않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곡에 다루고 싶었다.
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10. 곡 소개에 '다양한 작업을 거치는 동안 나만의 색이라는 명목 하에 '자기 복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찾아왔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자기 복제'란 애절한 감성을 강조하는 발라드만 불렀던 지난 활동들을 말하는 걸까?
임정희 :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다. 대표곡인 '시계태엽'이나 '눈물이 안 났어'가 다 발라드라 스스로도 나를 발라드 가수라고 생각했고, 많은 분들이 나를 발라드 카테고리 안에 넣어 생각하시더라. 기대하고 있는 부분(발라드)만 하다 보면 자기만족이 없을 것 같아서 '조금의 발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감성 복제가 아니라 새로운 감성을 만들고 싶었고,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보다는 발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펑키한 팝 스타일의 노래를 들고 나왔다.

10. '발전'에 대한 해소는 됐나.
임정희 :
한 곡이라 아쉽긴 한데 이것들로 채워졌다고 하긴 그렇지만 해소는 많이 된 것 같다. 내가 듣고 자랐던 뮤지션들의 노래 스타일, 펑키하고 트렌디한 장르를 타이틀곡으로 활동하게 돼 해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또 다른 곡들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더 꾸준히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웃음) 사람이다.

10. 'Not4$ale'을 만들면서 '거리의 디바' '실력파 여제' 등 임정희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고민을 했다고 들었다.
임정희 :
'거리의 디바'처럼 가창력에 대한 수식어는 정말 감사하다. 그런 수식어 혹은 대중의 기대치에 대한 고민을 했다. 수식어들을 뛰어넘어야겠다는 고민보다 내가 잘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야 하고 노래를 만들고 녹음하고 작업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반복해야 하는데, 꾸준한 반복을 통해 더 좋은 수식어를 얻으면 좋지 않을까. 예전에 붙여주신 수식어는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유지하는 것 역시 내겐 부담이었다.

10.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있다. 과거 싸이월드 BGM에서 빼놓을 수 없던 게 임정희의 노래다.
임정희 :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도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 2000년대 향수들로 인해 내 노래가 역주행하는 특혜도 누려봤으면 좋겠다. 하하.

10,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 '시계태엽' '사랑아 가지마' '나 돌아가' '눈물이 안 났어' '진짜일 리 없어' 등 수많은 히트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임정희 :
당연히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이 노래를 부를 때 내가 가장 좋다. 내 이야기여서 그런지 가장 애정 하는 곡이다.

10. '뮤직 이즈 라이프' 가사처럼 음악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언제인가?
임정희 :
음악을 듣고 노래를 하는 것만큼 내게 흥미를 주는 일은 없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을 땐 떨리기도 해서 무대 자체를 즐길 순 없다. 다만 음악 하는 삶을 살아가는 건 내게 너무 행복한 일이다. 난 '덕업 일치'를 이뤘다. 음악을 덕질하는데 음악이 나의 직업이다. 덕질이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는 분도 계시는데 난 여전히 음악으로 인해 행복하다. 가수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특별한 시점은 없다. 데뷔하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는데,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로 신인상을 탈 때 그땐 좋았다. 역시 상이 좋다. 하하. 앞으로도 관중들과 호흡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가수로서의 목표다.
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가수 임정희 / 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10. 아직 미혼이다. 결혼 계획은 없나?
임정희 :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좋은 만남,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갈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지금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10. 'Not4$ale'로 조금씩 진짜 임정희가 하고 싶은 음악의 길로 접어든 느낌이다. 임정희에게 'Not4$ale'는 어떤 의미인가?
임정희 :
이번 곡을 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한 곡이지만, 정규앨범 작업처럼 영혼을 갈아 넣었다. 이제부터 내 음악을 정리하고 확고한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다. (웃음) 주저하는 시간, 고민은 줄이고 내 노래를 더 자주 들려드린다면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10. 활동 계획은?
임정희 :
오랜만에 활동하는 거라 임정희가 이런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회가 되는 대로 노래 부르는 모습 보여드리려고 계획 중이다. 신곡 발표 소식을 전했을 때 나를 오랜 시간 잊지 않고 음반을 기다렸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다. 요즘 친구들은 내 음악을 어떻게 들어줄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기 때문에 세대를 떠나 공감해주실 노래라 기대를 하고 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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