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한국영화에는 없었던 비주얼이다.
그래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그래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559709.1.jpg)
'사냥의 시간'은 기획 단계부터 영화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충무로를 이끌어갈 청춘 배우로 주목 받고 있는 이들이 대거 캐스팅됐을 뿐만 아니라 장편영화 데뷔작 '파수꾼'을 통해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파수꾼'에 출연했던 이제훈, 박정민이 또 한 번 윤 감독과 의기투합한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 포인트다. '사냥의 시간'이 국내외 영화 팬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비결을 세세히 살펴봤다.
충무로 차세대 주자들이 뭉쳤다
'사냥의 시간'에는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의 핫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촬영 당시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찬찬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750537.1.jpg)
대세 배우들이 모인 만큼 이들 스스로도 서로와의 작업에 흥미를 드러냈다. 이제훈은 "또래 배우들과 희희낙락대며 촬영장에서 농담하고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이렇게 하나하나 찍어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영화적 동지를 또 얻었다. 이들은 한국영화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최우식은 "이들은 떠들며 놀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는 돌변했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다른 이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일하더라. 서로에게 뒤처지기 싫어서 선의의 경쟁처럼 재밌고 치열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 '사냥의 시간' 이제훈(왼쪽), 박정민 /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750626.1.jpg)
이제훈은 윤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도 드러냈다. 그는 윤 감독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 굳이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조차도 나와 맞닿아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헬조선'이란 표현에 궁금증 느끼다
영화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성현 감독은 9년 만에 두 번째 장편으로 '사냥의 시간'을 내놓았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말이다.
'파수꾼'과 '사냥의 시간'은 형제처럼 닮았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구성의 측면에서 윤 감독은 "'파수꾼'은 감정에서 오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영화로, 드라마 중심에다 이야기 구조도 복잡하다. '사냥의 시간'은 표현주의적이고 이야기 구조도 단순하고 직선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냥의 시간'은 인물의 감정보다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췄다. 시네마틱한 음악과 사운드, 배우들의 표정으로 이뤄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 최우식 스틸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523523.1.jpg)
윤 감독은 "당시 젊은이들은 한국사회든, 조직사회든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가장 컸던 것 같다"면서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젊은이들이 희생돼야 하는 사회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네 청년들이 어딜 가든 쫓아오는 한의 모습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음울한 '헬조선'이 연상된다. 다만 영화가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을 다방면에서 고민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만 해 한계점을 가진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생생하게 전해지다
윤 감독은 낙후된 경제와 극단적 빈부격차의 모습이 강조된 새로운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을 담아냈다. 정체불명의 추격자에게 내몰리는 네 친구들의 모습은 극한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압도적인 스릴감을 선사한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750644.1.jpg)
최우식은 윤 감독이 '체험적인 영화'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 실제로 내가 (우주에 있는 듯)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이번 영화의 대본을 읽으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추격자에게 쫓길 때 극도로 겁에 질리는 그 느낌이 전해질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행'이 한국영화로는 좀비 소재를 처음 시도했다면 '사냥의 시간'은 장르적 체험을 처음 시도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 이제훈 /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2750654.1.jpg)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장센
'사냥의 시간'은 스트리트 패션부터 그래피티까지 차별화된 콘셉트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줬다. 이는 국내외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포인트였다. 이에 '사냥의 시간'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한국 영화로는 처음 초청됐다.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는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전 세계 취재진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제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극장 1600여석을 매진시켰다.
![영화 '사냥의 시간'의 배우 박정민(왼쪽부터), 안재홍, 이제훈, 박해수가 2월 22일(현지시간)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BF.21860859.1.jpg)
'사냥의 시간'에는 그래피티, 스트리트 패션, 힙합 음악 등 서브 컬쳐 요소들이 활용돼 다크한 분위기를 심화시켰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회라는 배경 설정을 감안하면서도 캐릭터마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각각 차별화를 뒀다. 이제훈은 꾸미지 않은 듯 하면서도 카리스마 있게, 안재홍은 소년의 느낌을 가미한 흑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최우식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로, 박정민은 일상적이고 편안한 스타일로 연출했다. 추격자 역인 박해수는 오랜 총기 사용으로 의상이 마모되는 부분까지 고려했다.
영화의 공간과 미술은 빈티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지나치게 강렬해 일반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스토리가 과도하게 직선적으로 그려지면서, 훌륭한 미장센과 어우러지지 못해 겉치장만 화려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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