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휩쓰는 여성들의 활약 많아져
'오마베' '굿캐스팅' 여성 중심 드라마
'굿걸'은 여성 뮤지션 10人 출연
여성들의 주장도 무게감 있게 다뤄
배우 장나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강희, 유인영, 래퍼 퀸 와사비, 슬릭, 치타/ 사진=tvN, SBS, Mnet 제공
배우 장나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강희, 유인영, 래퍼 퀸 와사비, 슬릭, 치타/ 사진=tvN, SBS, Mnet 제공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여성 출연자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드라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예능에선 여성 출연자의 활약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배우 장나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남자 배우와의 로맨스를 그린다.

장나라가 맡은 역할은 결혼은 건너뛰고 아이만 낳고 싶은 육아전문지 기자 장하리. '출산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장하리와 그의 눈에 포착된 세 남자가 펼치는 로맨스는 물론, 출산·난임·육아 등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들을 집중 조명할 것으로 알려져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나라는 지난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 출연을 결정했다며 "내 나이 또래 여성들이 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남기훈 감독도 "장나라와의 케미를 고려해 남자 배우들을 섭외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가 맡은 역할의 비중이 크다.
배우 장나라(왼쪽)와 최강희/ 사진제공=SBS , tvN
배우 장나라(왼쪽)와 최강희/ 사진제공=SBS , tvN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에서도 여자 배우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을 다루는 '굿캐스팅'은 배우 최강희, 유인영, 김지영가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여기에 걸크러쉬가 느껴지는 통쾌한 액션과 3인방의 워맨스가 극의 재미를 책임진다.

그간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여성 위주의 코미디 액션에 시청자들도 화답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굿캐스팅'은 3주째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수성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새 예능 프로그램도 탄생했다. 힙합, R&B 등 다양한 장르의 여성 뮤지션 10인이 출연하는 Mnet '굿걸'은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굿걸' 포스터/ 사진=mnet 제공
'굿걸' 포스터/ 사진=mnet 제공
특히 그룹 소녀시대의 효연과 가수 에일리 등 강력한 라인업 중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래퍼 슬릭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간 방송 출연을 멀리하며 '언프리티 랩스타'를 디스했던 그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일컫는 래퍼다. 슬릭은 여성 인권을 수호하는 가사를 쓰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도 한 인물이기에 그의 출연 소식이 큰 화제를 모은 것.

일각에서는 "슬릭의 가치관이 프로그램에 투영되는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14일 첫 방송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비켜갔다. 이날 방송에서 슬릭은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도 섹시한 몸매를 드러내고 트월킹을 추는 래퍼 퀸 와사비의 공연에 대해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무대"라며 존중했다.

래퍼 치타도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성들끼리 한다길래 출연했다"고 밝혔다. 다른 출연진들도 "기 싸움은 전혀 없었다"며 "뮤지션 간 케미를 기대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퀸 와사비는 "여자들끼리 모아 놓으면 적이 된단 말이 있는데 요즘은 (서로) 돕는 게 대세"라며 이러한 우려를 떨쳐냈다.
'미우새' 홍진영과 '슈돌' 장윤정/ 사진=SBS, KBS 방송화면
'미우새' 홍진영과 '슈돌' 장윤정/ 사진=SBS, KBS 방송화면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여성들의 발언도 더욱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MBC '라디오스타'는 최근 여성들의 안경과 브래지어 착용 등 민감한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임현주 아나운서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힌 가수 핫펠트를 초대했다. 그리고 이들의 여성 관련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남성 위주로 연출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장벽도 허물어진지 오래다. 아빠들의 육아기를 담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가수 장윤정처럼 아내가 등장하거나 함께 에피소드를 꾸미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노총각 미혼 남성들을 주로 다뤘던 SBS '미운 우리 새끼'에도 가수 홍진영과 그의 언니가 나오는 등 여성 출연자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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