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에 출연한 배우 배성우는 이 작품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했다. 배성우가 연기한 중만 역은 사우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이다. 그는 “중만이 사우나에서 가방을 발견하고 보관실에 놔두는 것 외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지 않나”라며 “제작자와 친한 사이라 시나리오를 보긴 했지만 매력도 없는 것 같고 중요한 역할이라지만 중요한지도 모르겠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성우는 영화를 연출한 김용훈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서 이 영화에 점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중만이라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공감을 줄 수 있는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에 끌렸다. 결핍으로 인한 절박함,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중만의 모습은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설정이 깔려있는 캐릭터라면 표출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오히려 수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만은 현실적인 캐릭터라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배성우는 “연기하면서 답답하긴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관조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잖아요. 원작 소설에는 중만에 대한 심리묘사가 세세하게 그려져요. 영화는 ‘보는 맛’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중만이 나왔을 때 관객들이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죠.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재미 요소를 끌어내보려고 했어요. 이 영화에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들어가 있으니 촬영 때 그런 부분도 고려했죠. ‘보는 맛’이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민도 했는데 다른 인물들과 차별성도 필요하고 수동적인 면모가 있어야 관객들이 더 공감하겠다 싶었어요. 그 선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성우는 이 영화에서 배우 윤여정과 모자(母子)로 호흡을 맞췄다. 윤여정은 극 중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모 순자 역을 맡았다. 죽은 남편, 그리고 아들 내외와 함께 일궜던 횟집이 망하자 충격에 정신을 놓은 캐릭터다. 배성우는 윤여정에 대해 “그렇게 재밌는 분은 처음 봤다”고 했다.

“캐스팅 담당 스태프가 윤여정 선생님에게 제가 캐스팅됐다고 말씀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내가 캐스팅됐다고?’라면서 반문했죠. 사실 제가 이 영화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됐거든요. 하하. 윤여정 선생님이 출연한다는 것도 이 작품을 고르는 데 영향을 미쳤어요. 선생님과 같이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았죠. 촬영하면서 선생님의 수다를 듣는 게 재밌었어요. 하하. 선생님이 무섭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제게는 처음부터 잘해주셨어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 ‘라이브’도 재밌게 보셨다고 해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더니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알겠습니다’라고 했죠. 하하.”

이번 영화의 500만 관객 돌파 공약으로 동생인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오겠다고 한 배성우. “그쪽에서 원하면 하겠는데 배성재가 불편해 할 것 같아요. 하하.”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번 영화의 500만 관객 돌파 공약으로 동생인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오겠다고 한 배성우. “그쪽에서 원하면 하겠는데 배성재가 불편해 할 것 같아요. 하하.”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의 중만처럼 실제로 거액이 든 돈 가방을 줍는다면 배성우는 어떤 선택을 할까. 배성우는 “신고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히 뒤탈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30만원이 들어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자 “신고해야 한다. 오히려 액수가 크면 고민될 것 같다”고 말했다. 30억이 현금으로 들었다면 고민되겠느냐고 하자 살짝 웃고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신고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배성우는 문득 자신의 지갑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떠올리곤 당시를 이야기해줬다.

“예전에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연락 온 적이 있어요. 밤에 편의점을 갔다왔는데 근처에서 잃어버린거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상암동 어딘가였어요. 금방 다시 갔는데 없어져서 어떻게 그새 가져갈 수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경찰서에서 누가 놓고 가셨다고 연락이 왔죠. 그 때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느꼈습니다. 하하. ”

이번 영화는 독특한 구성과 인물들 간 촘촘히 얽히는 사연, 섬세한 연출이 신선한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상업성과 예술성을 다 갖추긴 어려운 일. 배성우는 “관객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주고 높은 완성도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술이라는 건 마음에 감동을 남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을 잘 만들고 싶지만 흥행도 욕심나는 일이다. ‘지푸라기’도 상업영화다. 투자 받은 데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또한 영화가 잘 돼야 앞으로 일할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 것 이상의 돈을 얻고자 한다면 뒤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상업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한 배성우. 그렇다면 그가 삶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한 단어로 표현하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행복 아닐까요. 행복이라는 단어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모호하지만 포괄적이죠.”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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