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가 돌아왔다. 지난 1월 갑작스레 불거졌던 해체 위기를 극복한 후 6월, 팬미팅을 통해 ‘맞잡은 열 개의 손, 다섯의 미소, 하나의 마음’이라는 메시지로 팬들 앞에 다시 나타났던 그들은 약 3개월이 지나 세 번째 정규 앨범 < STEP >을 들고 무대에 다시 섰다. 멤버 중 누군가가 농담을 할 때마다 일제히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는 얼굴은 변함이 없지만, 이번 앨범을 두고 “다른 어떤 앨범들보다도 애착을 많이 가지고 노력한 앨범”(한승연)이라거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모습을 (팬분들이) 많이 엿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박규리)는 말에서는 가장 힘들었던 한철을 겪은 그들의 내면이 읽힌다. 만약 ‘STEP’을 부르는 카라의 보컬과 안무에서 예전과 다른 성숙함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뼘도 넘게 성장한, 그렇지만 여전히 “정규 3집을 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강지영)하다는 카라의 이야기를 14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들어보았다.10개월만에 발표한 새 앨범 < STEP >은 어떤 앨범인가.
박규리: < Revolution >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다. 총 열 트랙으로 구성돼 있고, 이 중 타이틀곡인 ‘STEP’은 ‘미스터’와 ‘Honey’ 등 그 동안 카라의 타이틀곡들을 많이 만들어주신 스윗튠(한재호, 김승수) 분들이 쓰셨다. 록과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한, 카라만의 팝적인 느낌이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강지영: 카라 하면 귀여움이 빠질 수 없다. (웃음) 이번 앨범에서도 ‘STRAWBERRY’와 ‘DATE’ 두 곡에서 깜찍하고 상큼한 카라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구하라: 특히 ‘STRAWBERRY’는 카라만 할 수 있는 샤방샤방한 곡이다. (웃음) 딸기를 크림에 찍어먹는 듯한.
한승연: ‘내 마음을 담아서’라는 곡도 있다. 한국팬들을 위해서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던 ‘今、贈りたい「ありがとう」(지금 하고픈 말 ‘고마워요’)’라는 곡의 가사를 다시 한글로 번역한 다음 녹음했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들으시고 저희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박규리: 이번 앨범에는 ‘Thanks to’가 없다. 저희가 있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수고해주셨다는 걸 알지만, 저희에게 그 누구보다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은 팬들이기 때문에 글이 아닌 노래로 (마음을) 대신 전해드리는 거다.
“앨범 준비를 하면서 80시간 동안 눕지를 못했다”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박규리: 80시간 동안 눕지를 못했다. 아예 못 잤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연습을 하거나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침대에 눕지 못하고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MC를 보시는 (김)신영 언니가 정~말 예뻐보인다. (웃음) 너무 고와!
한승연: 원래 쇼핑도 인터넷으로만 하고 슈퍼도 잘 안 갈 정도로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공백기 때는 강아지 ‘푸리’를 키우게 되면서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바빠서 집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한 시간 자다가 다시 나오고, 또 샵에 갔다가 연습하러 가는 걸 반복했다. 짐을 아예 챙겨 다녔다. (웃음)
니콜: 두 달 동안 매일 빠짐없이 2시간씩 웨이트 운동이나 필라테스를 했다. (벌떡 일어나서 포즈 잡으며) 어때요? 그래도 밥 먹으면 배는 나온다. (웃음) 사람의 행복이라는 게 먹는 데 있는 건데… 요즘에는 참는 기술이 많이 늘어서 (먹을 것에) 손이 덜 가긴 한다.
구하라: 저는 요즘 체력관리를 하고 있어서, 홍삼이나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 (웃음)
섹시한 의상과 각종 액세서리를 이용해 예전보다 성숙미를 강조한 앨범 재킷 사진이 인상적이다.
한승연: 제가 했던 목걸이가 굉장히 차갑고 무거워서, 목이 아프다고 “아~” 이랬는데 담이 걸린 사람처럼 나왔다. (웃음) 에이, 몰라. (강)지영이 사진은 보면 엄청 어색했다는 걸 알 수 있는게, 팔꿈치에 힘이 꽉 들어가 있다.
강지영: 제목을 붙인다면… ‘거기 누구 없어요?’ (웃음)
구하라: 저는 머리에 비쥬를 얹었는데, 이게 정말 무거워서 계속 흘러내리는 바람에 잡으면서 찍어야 했다.
니콜: 제 포즈는 손가락을 딱 세워서 (직접 보여주며) 이렇게 어깨에 올리면 된다.
구하라: 따라해봤는데 진짜 힘들었다.
박규리: 제가 한 목걸이가 제일 비싸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냥 남는 걸 한 거다. (웃음)
특히 막내인 강지영이 부쩍 성숙해진 것 같다.
강지영: 아무래도 한 살을 더 먹었으니까. (웃음)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발머리를 하기도 했다. 요즘에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까 제 자신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성숙해지려면 아직 멀었다. (웃음)
“도쿄돔 공연의 꿈, 꼭 이루고 싶다” ‘미스터’ 때는 ‘엉덩이춤’이, ‘루팡’ 때는 ‘비상구춤’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독특한 포인트 안무가 있나.
박규리: 있다. 골반을 이용한 춤인데 이름은 아직 못 지었다. 첫 무대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지어주셨으면 좋겠다.
‘STEP’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나.
한승연: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안무를 하는 큰 세트에 ‘미스터’나 ‘Pretty Girl’, ‘Honey’, ‘Rock U’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활동했던 곡들의 타이틀이 숨겨져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웃음) 그리고 스케줄이 빡빡해서 다들 지친 상태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됐는데, 그 중에서도 컨디션이 특히 안 좋았던 (구)하라 양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구하라: 묵언수행을 했다. (웃음) 정말 멤버들과 이야기도 하고 싶고, 스태프분들과 놀고 싶기도 했는데 원래 약했던 편도가 완전히 확! 가버렸다. 그래서 말도 못하고 가만히 마스크를 쓴 채로 촬영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웃음)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앨범 < Jet Coaster Love >와 < GO GO Summer! >가 발매 첫 주 10만장 이상 판매되는 등 오리콘 차트에서 각종 기록을 세웠고, 최근에는 일본 최대 음원 다운로드사이트 레코초크 설문조사에서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나.
박규리: 일본에 데뷔한 지 시간이 좀 흘렀는데,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차트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도 사랑 받고 있다는 증거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항상 도쿄돔 공연을 일본 데뷔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언젠가 꼭 이루고 싶다.
최근 박규리는 로 뮤지컬에, 한승연은 SBS 으로 MC에, 구하라는 SBS 를 통해 연기에 도전했다. 나머지 멤버들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니콜: 다른 멤버들이 하는 걸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저 역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지만, 아직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는 없다. (웃음) 그냥 카라로서 활동하고 싶다.
강지영: 저는 연기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웃음)
“‘STEP’ 첫 무대를 할 때 약간 찡했다” 다른 걸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카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박규리: 지금까지는 ‘카라의 색다른 매력이나 개성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항상 ‘친근함이 매력’이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색다르고 좀 더 프로페셔널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도 되도록 많이 보여드릴 생각이다.
앞으로 3주 동안 활동하게 되는데, 각자 각오를 밝힌다면.
한승연: 팬분들과 만나서 토크도 하고 무대도 보여드리는 게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아까 ‘STEP’ 첫 무대를 할 때 약간, 정말 약간, 요만~큼 찡했다. (웃음) 활동하는 동안 여러분들께 요만큼 더 진한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규리: 버라이어티에도 출연하면서 알차게 활동할 계획이다. 사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지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도록 멋진 무대를 많이 보여드리겠다.
구하라: 이렇게 팬분들을 만나 뵙게 돼서 굉장히 반갑고 감사하고, 그렇다. (웃음)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활동 할 테니 예쁜 모습을 많이 지켜봐 달라.
강지영: 유튜브로 쇼케이스를 시청하고 계신 전 세계의 팬 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니콜: 오늘부터 시작이다. 많이 기다린 만큼 같이 힘차게 달렸으면 좋겠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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