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시대의 아픔이 그림자에 묻힌다
, 시대의 아픔이 그림자에 묻힌다" /> 42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시대가 바뀌었지만 권력의 얼굴은 여전하다. 박정희 정권의 실세였던 장철환(전광렬)은 정치권 중심에선 밀려났지만 돈이라는 새로운 권력을 휘두르고, 신군부 실세의 시녀가 된 수혁(이필모)이 하는 일은 철환 밑에서의 “채홍사” 노릇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그처럼 가 일관되게 다뤄온 권력의 폭압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42회에서 그려진 삼청교육대 이야기는 단순히 기태(안재욱)의 수난을 위한 사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기태의 삼청교육대 입소는 수혁의 질투로 인해 일어난 것이고 그곳에서의 탈출은 철환의 비자금 장부 협박을 통해 손쉽게 해결된다.

삼청교육대 에피소드의 이러한 아쉬움은 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모든 이야기를 기태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정치권력의 억압성에 대한 이 작품의 비판적 시선은 기태의 수난기 안으로만 수렴되고 결국 그 문제의식까지 희석된다. 그 가운데 권력의 가장 큰 희생자인 평범한 개인들의 이야기는 늘 그림자에 머물러 있다. 예컨대 어제 삼청교육대 안에서 기태를 없애려는 수혁의 음모로 도주를 시도하다 집단 사살당하는 희생자들의 죽음은 극 안에서 너무나도 가볍게 처리된다. 그 사건에 대한 기태의 어떤 시선도 보이지 않고 단지 그가 위기를 무사히 빠져나오는 결말만이 중요하게 그려졌을 뿐이다. 이러한 전개는 결국 이 작품이 애초에 의도한,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뜨겁게 숨 쉬던 개인들의 다양한 욕망을 왜 담지 못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의 시대는 그렇게 기태의 수난과 복수를 위한 무대로 전락한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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