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한 프로그램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프로그램은 외면당한다. 식상해질 즈음 다시 돌아온 온스타일 (이하 ) 시즌 4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파이널 오디션’이라는 형식으로 첫 회를 시작하며 프로그램의 진보가 시작됐음을 예고했다. 도전자들의 캐릭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앞선 시즌들에서는 남성 도전자 중 기껏해야 1~3명만이 뚜렷한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현재 (방송 상에서)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남성 도전자 5명 모두 비교적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 시즌들에 등장했던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기보다는, 몇몇 포인트를 다양하게 조합한 ‘하이브리드형’ 캐릭터에 가깝다. 과연 누가 누구의 계보를 잇게 된 것인지 시즌 4에 출연 중인 남성 도전자 5명의 캐릭터를 분석해보았다.

<프런코 4> 진보한 캐릭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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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도=남용섭의 깔끔한 이미지+최형욱의 초식성
이 정도면 진정한 ‘사기 캐릭’이다. 세계적 디자인 명문 뉴욕 파슨스 스쿨 졸업, 청각장애 극복과 같은 독특한 이력을 굳이 읊을 필요도 없다. 시즌 1의 남용섭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하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외모는 유난히 돋보이고, 조막만 한 얼굴 덕에 전체적인 비율은 모델 못지않다. 올 굵은 니트와 줄무늬 티셔츠 등 기본적인 아이템만 걸쳐도 반짝반짝 빛이 날 지경.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명제는 진리였던 것이다. 또한, 다른 도전자들과 별다른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차분하게 디자인에 집중하거나, 팀 미션에서 팀장을 맡아 우승한 뒤 팀원들을 한 명씩 호명하며 “고마워”라 말할 줄 아는 태도는 그의 순한 심성을 짐작게 한다. 마치 남 탓하는 법 한번 없이 늘 웃는 얼굴로 조용히 미션을 해결해나가던 시즌 2의 ‘초식남’ 최형욱처럼. 원더걸스의 아시아프로모션투어 의상을 제작하는 2회 미션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까지 갖춘 강성도인 만큼, 이번 시즌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그러고 보니, 남용섭과 최형욱 모두 TOP 3 진출에 성공했던 도전자들이다.
<프런코 4> 진보한 캐릭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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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정고운의 포스+α
“어둠이 막 내리면서… 먹구름을 같이 가지고 오더라고요, 사람이.” 현재 에 함께 출연 중인 임제윤은 첫 만남에서 김성현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렇다. 검은 모자를 쓴 채 검은 재킷을 걸치고 건들건들 걸어오던 김성현의 등장은, 시즌 2에서 장님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정고운 만큼이나 강력한 포스를 내뿜었다. 그러나 “거의 지하에 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개인 브랜드 이름까지 ‘JIHA’로 지었다는 ‘지하 몬스터’ 김성현은 정고운보다 훨씬 더 냉소적이고 솔직한 어법을 구사한다. 개인 인터뷰에서 원더걸스를 커피에 비유하는 팀원을 향해 “들었어요. 궁금하니까. 어떻게 생각을 하면 그런 개소리가 나오는지”라 말할 땐 다소 무섭기도 하지만, 숙소를 두고 “제가 이때까지 숙박해본 곳 중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전세 5천 이상으로는 자본 적이 없어가지고”라며 웃는 모습을 보면 솔직함이야말로 그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생긴데다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고 놀랄 만큼 직설적인 24세 청년. 지금까지 에서 본 적 없었던 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 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지 않을까.
<프런코 4> 진보한 캐릭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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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윤춘호의 자기애+황재근의 새치름함+김원식의 메이크업
김재웅이 화면에 나타난 그 순간, 의 골수팬들은 세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시즌 2의 윤춘호와 시즌 3의 황재근, 김원식. ‘오빠’보다는 ‘언니’ 같고, 데이트보다는 함께 쇼핑하거나 수다를 떨고 싶은 그들의 매력 포인트만을 쏙쏙 뽑아 가진 듯한 캐릭터가 바로 김재웅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 앞에 앉아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김원식처럼 김재웅 역시 비비크림 바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도도한 캣워크를 흉내 내는 특기를 가졌다. 모델의 헤어 메이크업을 두고 헤어 디자이너와 마찰이 생겨 “(제가) 정신 나간 그런 사람처럼 보여서 짜증 났어요. 너무 짜증 나요”라고 샐쭉 토라질 때는 미션을 혼자 잘못 이해한 뒤 “나만 완전 바보가 됐구나. 짜증나”라며 삐치던 황재근의 얼굴이 문득 겹쳐진다. 하지만 김재웅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사람은 단연 윤춘호다.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종종 노골적인 자기 자랑을 일삼거나 “생각보다 못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다”며 자신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하는 등 강한 자기애라는 공통점은 두 사람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이상한 건, 그럼에도 둘 다 밉기보다 귀엽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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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정재웅의 얼굴+윤춘호의 사투리
몸에 착 달라붙는 정장 셔츠, 둥글둥글한 얼굴, 작은 눈, 톡 튀어나온 배. 외모만으로도 이번 시즌의 ‘귀요미’는 안재현이 맡아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죽 귀여우면 같이 첫 번째 미션을 진행했던 박소현이 그에게 “브리티시 프렌치 러버”니 “어린 왕자”니 하는 수식어들을 붙여 주었을까. 스타일링의 힘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자칫 거칠어 보일 수도 있었을 얼굴은 시즌 1의 정재웅과 유사한데, 그 역시 직접 만든 헝겊 인형 ‘퉁이’를 항상 데리고 다니며 은근히 ‘귀요미’ 자리를 노린 바 있다. 결국, 이러한 비주얼은 에서 깜찍함을 담당하게 될 운명인 것이다. 더구나 안재현은 분위기 메이커이자 시즌 2 최고의 인기남이었던 윤춘호처럼 매력적인 경상도 사투리까지 구사하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딱 좋은 캐릭터다. 다만 언제든지 당차고 똘똘했던 윤춘호와 달리 조금은 더 쑥스러움이 많고 순박한데, 그래서 더 ‘우쭈쭈쭈’ 하게 된다. 자기소개를 하다 말이 꼬이자 “아~ 이 병이, 또 병이 왔습니다. 병이 없는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요”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고도 응원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 것인가.
<프런코 4> 진보한 캐릭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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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이태경의 순함+조한용의 조용한 카리스마
솔직하게 말하자면, 김성권은 다른 도전자들보다는 캐릭터가 다소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다. 곱슬곱슬한 헤어스타일과 자그마한 얼굴은 어딘가 귀엽긴 하나 명확한 인상을 남기기엔 조금 모호하고, 스스로 “손은 좀 빠른 편이에요. 남들 두 번 할 때 한 번이면 했었고요”라고 밝혔지만 아직 미션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사실, 김성권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너무나 강한 캐릭터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미션 도중 갈등이 일어났을 때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들 말이 세서 그래요(오해가 생기는 거예요)”라고 최대한 부드럽게 해결하려 했던 것도 이 평범한 캐릭터가 굳어지는 데 한몫을 했다. 나름의 매력이 충분했음에도 순하고 조용하게만 지내다가 별다른 인상을 심어 주지 못한 채 2회 만에 탈락해 버린 시즌 3의 이태경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물론 김성권이 언젠가 캐릭터든 실력이든 자신의 틀을 깨고 확 튀어 오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와 비슷하게 성실함과 빠른 손, 조용한 카리스마를 무기로 삼았던 시즌 3의 조한용이 매번 탈락 위기에 놓이다 5회에서 갑자기 우승을 거머쥐었던 것처럼.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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