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KBS2 저녁 8시 50분
의 고등학생들은 싱그럽지 않다. 아이들은 등수를 올리기 위해 각성제를 먹거나, “평범한 학교 다니면서 내신 잘 받고, 좋은 대학 가서 스펙 잘 쌓으면 그뿐”인 미래와 타협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바우(이준)처럼 학교를 떠나 거리에서 수모를 당해야 한다. 출구를 찾지 못 하고 헤매는 아이들은 욕지거리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서열을 정해 귀족과 ‘셔틀’을 가린다. 주인공들이 모처럼 함께 웃는 순간이 “같이 놀고 같이 웃던” 중학교 시절을 회고할 때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성인의 문턱도 채 넘지 않은 이들은 벌써 좋았던 과거를 음미해야만 오늘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고통과 외로움조차 SNS나 문자를 빌리지 않으면 고백할 수 없다. ‘청소년 드라마’라는 장르명은 종종 착각을 일으킨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고 읽어야 할 것을 자꾸 ‘청소년들에게 보여줘도 될 만한 드라마’라고 읽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은 휘발되고, 어른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걸러진 ‘요즘 아이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욕망만 남곤 한다. 는 1회에서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으로 고등학교 시절의 질풍노도를 창백하고 음울하게 그려내며 이런 실수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한 극의 특성 상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어쩌면 는 팬시한 학원물이 아니라 ‘고삐리’의 생생한 ‘쌩얼’을 담아내는 모범적인 ‘청소년 드라마’의 전범을 세우는 데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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