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소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철부지 엄마(오타케 시노부)가 어느 날, 나이차가 띠동갑이 넘는 연하남을 집에 데려오더니 덜컥 결혼발표를 해버린다. 엄마의 재혼을 결사반대하던 딸 츠키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죽은 아빠의 위패를 가지고 집을 나가려다 엄마와 몸싸움까지 벌이고, 함께 결혼예복을 보러 가자며 자신의 손을 끈질기게 붙잡는 엄마를 끝끝내 뿌리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
에 이은 재일교포 오미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는 미야자키 아오이의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일방통행 같은 모녀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늘 엄마에게 화를 내고 투덜대는 츠키코”와 달리, 평소에도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미야자키 아오이는 “대단히 어리광을 부리는 딸”이다. 아직까지 “어렸을 적 운동회 때 엄마가 계란말이랑 주먹밥 그리고 닭튀김을 싸 준” 도시락을 그리워하고, 힘들 때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에서 힘을 얻는 모습은 결혼 3년차 유부녀라기보다는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딸이다.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나의 롤 모델은 우리 엄마”라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지난 26년간 받아 온 어머니의 내리사랑 덕분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딸들 역시 미야자키 아오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영화를 통해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왜, ‘있을 때 잘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글. 부산=이가온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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