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계에 블록버스터가 있다면, 지금 그 이름은 2NE1이다. 그들은 세 곡의 뮤직비디오를 동시에 찍고, 동시에 활동하며, 컴백무대에서 모두 불렀다. 지난 9월 30일 Mnet < M! COUNTDOWN >(이하 <엠카>)에서 보여준 ‘박수쳐’는 두 개의 무대를 따로 녹화, 편집을 통해 하나로 합쳐 가요 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무대 완성도는 제작진의 능력이지만,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2NE1의 역량을 음악 프로그램 출연에만 집중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크게, 많이, 세게 활동한다. YG는 회사의 힘을 집중시켜 2NE1을 뜻대로 활동시키면서 그들이 게임의 룰을 다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9월 9일 발표한 2NE1의 ‘Go away’와 ‘Can`t nobody’는 멜론차트에서 여전히 2, 3위를 기록 중이다.

바뀐 게임의 룰은 바뀐 음악을 전제로 한다. 데뷔 당시 2NE1의 신선함은 스트릿 패션을 입고 또래 소녀들에게 어필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Fire’는 아프리카 리듬을 연상시키는 ‘에에에에에….. 2NE1’에 깔리는 비트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랩과 노래로 변주, 힙합적인 작법을 주류 가요의 감성 안에 녹였다. ‘I don`t care’는 레게 리듬과 팝을 결합했고, 일반적인 가요의 ‘지르는’ 후렴구 대신 깔끔한 팝적인 멜로디를 내세웠다. 2NE1은 가요를 벗어나는 음악으로 가요 시장 안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2NE1, CG로 화려하게 포장한 블록버스터



반면 이번의 세 타이틀곡에는 독특한 비트도, 새로운 구성도 없다. ‘Can`t nobody’와 `Go away`에는 평이한 드럼 톤의 사운드가 정박으로 반복될 뿐이다. 그 리듬 위에 대중적인 요소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Can`t nobody’는 마치 리믹스곡처럼 같은 리듬 위에 이질적인 요소들이 이어진다. 박봄이 후렴구를 부른 뒤 산다라박이 흐름을 끊고 ‘Can`t nobody’를 반복하는 식이다. 어느 파트에서든 귀에 쉽게 걸리는 멜로디가 등장한다. 또한 그 자체가 이미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는 박봄의 파트 외엔 보컬에 오토튠이 걸리고, 노래에 강한 전자음이 깔린다. 이 사운드들은 멜로디나 리듬이 아닌 음향의 역할에 가깝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들이 끊임없이 귀를 자극한다. ‘Go away’도 곡 대부분에 오토튠과 강한 전자음이 사용된다. 여기에 후렴구는 ‘Can`t nobody’보다 멜로디를 길게 끌고 가면서 보다 다이내믹한 멜로디의 힘을 강조하고, 록 기타를 더한다. ‘Can`t nobody’가 여러 곡의 ‘후크’를 모은 것 같다면, ‘Go away’는 익숙한 가요멜로디를 가장 자극적이고 다이내믹하게 포장했다. 정작 작곡은 테디가 안 했지만 ‘박수쳐’도 테디가 원타임 시절 만든 ‘핫 뜨거’를 연상시킬 만큼 구성은 기존 YG 곡과 다르지 않다. 대신 이 곡에도 오토튠과 강한 전자음이 부각된다. ‘Can‘t nobody’와 ‘Go away’가 곡 후반부에 똑같이 떼창으로 강하게 부르는 부분이 있는 건 곡의 다이내믹한 느낌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장치다.

그 점에서 세 곡은 익숙한 스토리를 CG로 화려하게 포장한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다. ‘Can`t nobody’의 짧은 멜로디, ‘Go away’의 익숙한 멜로디, 또는 ‘박수쳐’처럼 익숙한 힙합 리듬에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쌓고 쌓아 만든 자극의 블록버스터다. 그리고 대중은 익숙한 음악이 가장 자극적인 형태로 자신의 귀를 때리는 순간 2NE1의 노래 중 어느 한 부분을 흥얼거릴 것이다. 2NE1이 세곡을 동시에 활동하는 건, 그 세곡이 2NE1의 곡을 들을 거의 모든 대중을 노리기 때문이다. 세 곡의 노래는 가요, 힙합, 일렉트로니카의 모든 범위를 포함하고, 이어폰과 거리와 클럽 모두에서 울릴 수 있다. 빅뱅이 ‘거짓말’ 이후 ‘붉은 노을’로 모든 세대에 어필했듯, YG는 2NE1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것을 더 쉽게 풀어내며 범 대중적인 반응을 얻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다시 목소리에 집중해야할 때



이를 음악적으로 옹호할 수는 없다. 2NE1의 지난 곡들이 놀라웠던 이유는 이번 앨범이 아쉬운 이유와 같다. 세 곡의 타이틀에는 기존 가요의 구성을 깨는 새로운 접근방법이나 신선한 비트가 전혀 없다. 오토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기존의 곡과 다르지 않은 곡들을 포장하는데 썼을 뿐이라는 게 문제다. 포장의 기술 자체를 인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 음악계가 대중에게 자극적인 소리로 다가가려는 건 이미 하나의 경향이다. 이번 신곡들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지금 가요계보다 더 자극적인 음악을 만들고, 그에 걸맞는 마케팅을 밀어붙인 YG의 과감성에 있다.

그러나 이건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대에 나온 최후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세 곡의 타이틀과 뮤직비디오, 탄성이 나오는 무대, 자극으로 일관된 노래들을 내세워 이정도 성과를 거뒀다. 자극과 마케팅을 앞세우려면, 이 정도는 해야 이런 것들에 익숙해진 대중의 귀를 뚫고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다. 전자음, 자극, 귀에 박히는 멜로디, 마케팅. 지난 몇 년 동안 대중음악을 지배한 것들이다. 그리고 2NE1이 나왔다. 그 다음엔 뭘 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 대중음악계는 다시 어떤 자극도, 포장도 없는 ‘목소리’에 주목해야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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