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쿨하지 못해 미안해
김C, 쿨하지 못해 미안해
‘1박 2일’ KBS2 일 5시 20분
멤버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김C의 퇴장은 예정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와의 이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1박 2일’ 안에서 특별했던 그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김C는 때론 따뜻한 모닥불처럼 멤버들의 잠자리를 보살피고, 선뜻 내켜하지 않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1박 2일’의 엄마였다. 그건 말수도 적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리액션도 적었던 이 사내가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예능을 다큐로 만든다’며 불명예스러워 보이던 김C의 수식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의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한 건 ‘1박 2일’이 재미를 겸비한 여행 가이드 프로그램의 역할을 할 때부터였다. 그러나 우리가 예능 안의 김C로부터 다큐의 즐거움을 얻고 있을 때, 티내기를 싫어하는 그의 길어진 고민의 시간들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끝내냐”는 수근의 말처럼 멤버들을 섭섭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이런 이별의 속상함을 뒤로한 채 ‘1박 2일’ 여섯 멤버들이 손수 차린 아침만찬은 고향을 떠나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처럼 느껴져 뭉클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이제 예능에서 보기 어렵게 된 그의 부재가 못내 아쉽다. “7만개의 개인기”가 없어도 빛이 났던 김C였기에. 굿바이 김C.

글. 원성윤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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