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세윤은 단지 특출난 개그맨에 머무르지 않았다. 개인적인 쇼핑몰 사업을 할 때도 그는 기괴하면서도 일차원적이지 않은 유머 감각을 반영했고, 최근 발표한 그의 신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 역시 폭소를 자아내는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다. 이미 ‘닥터 피쉬’의 활동으로 음악을 통한 개그를 시도한 바 있지만,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보다 발전된 가사와 음악성을 통해 무대와 방송의 도움 없이도 대중을 웃길 수 있는 전대미문의 개그맨으로서 유세윤의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연예인이 되었고, 신부는 누굴까, 아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이제 다 알잖아요. 그래서 계속 두근거릴 수 있는 일이 필요했어요”라며 존재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만들 호기심을 찾아다니는 유세윤은 이제 생활이라는 무대 위에서 기습적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 게릴라가 되었다. 그래서 그가 털어놓은 그의 성장기도, 그리고 그 시기마다 그가 즐겨 들었던 인생의 BGM들도 마냥 예사롭게 들리진 않는다. 혹시 창의력을 쑥쑥 키워주는 음악들은 아니었을까.
유세윤의 기억은 빅스타를 통해 귀가 열린 유년기에서 출발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팝송이 나오는 라디오 채널을 항상 집에 틀어놓으셨던 기억이 나요. 그 덕분에 유명한 팝송을 많이 들으면서 컸는데,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노래이자 처음으로 좋다고 느끼고 따라 불렀던 노래는 마이클 잭슨의 ‘Don`t Stop `Til You Get Enough’였어요. 물론, 너무 어려서 영어로 된 가사를 정확히 이해하거나 발음을 알아듣지는 못했죠. 그래서 가사를 제 나름대로 한국어 발음으로 알아듣고서 외우고 다녔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이클 잭슨은 제가 정말로 최고로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언젠가 DJ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데, 그런 기회가 실제로 주어진다면 아마 첫 곡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틀 것 같아요. 저에게 음악을 사랑하게 해 준 최초의 뮤지션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니까요.”
“처음으로 제 돈으로 샀던 앨범이에요”라고 들뜬 표정으로 기억을 되살리는 유세윤이 두 번째로 추천한 앨범은 보이즈 투 맨의 데뷔작 < Cooleyhighharmony >다. 에디 머피가 주연한 영화 <부메랑>의 OST에도 수록된 이 곡은 발표 당시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3주간 1위를 차지하는 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으로 출발했기 때문인지 어릴 때는 흑인 음악을 참 좋아했어요. 보이즈 투 맨의 목소리와 하모니를 듣는 순간 얼마나 반했던지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서 앨범을 샀다니까요. 그중에서도 ‘End Of The Road’는 지금 들어도 진짜 명곡이잖아요. 그 시절에는 라디오에서 언제나 이 노래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들을 때마다 새삼 감탄하게 되는 곡이에요.”
메탈 밴드 익스트림의 최대 히트곡이 ‘More Than Words’라는 사실만큼 록계에 아이러니한 일도 드물 것이다. 감미로운 ‘More Than Words’에 매료되어 앨범을 샀다가 낭패를 본 여학생이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처럼, 유세윤 역시 앨범 < Pornograffitti >를 구입했다가 당황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다. “앨범을 플레이 하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었죠. 앨범 커버나 제목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강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에이, 이게 뭐야’ 하면서 잘 듣질 않았는데 록 음악에 기호가 생기고 나서는 새롭게 들으며 좋아하게 된 앨범이기도 해요. 고등학생 때는 록 밴드가 하고 싶은데 악기를 연주할 줄을 몰라서 친구들과 ‘입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었어요. 입으로 악기소리를 내면서 노래도 하는 거죠. 주요 연습곡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대학생이 된 유세윤은 장동민과 유상무를 만났다. 그리고 기묘한 유머감각을 공유한 이들은 ‘옹달샘’이라는 팀을 만들어 개그맨의 인생을 함께 걷는 평생의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옹달샘’을 위한 노래를 골라달라는 부탁에 유세윤은 이들이 처음 만난 해를 상징하는 노래들을 떠올렸다. “저희가 99학번이에요. 그 해를 상징하는 노래가 드렁큰타이거의 ‘난 널 원해’, 그리고 코요태의 ‘순정’이었어요. 대학 신입생 때 클럽에 가거나 어디 놀러 가기만 하면 두 곡이 꼭 흘러나왔거든요. 듣기만 해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그런 노래 있잖아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힙합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특히 ‘난 널 원해’는 아직도 굉장히 아끼는 노래입니다. 가사도 거의 다 기억 하는걸요. 타이거 인 더 프레즌스 범범! 예!”
한때 국내 록밴드 ‘신조음계’의 앨범을 소장할 정도로 지극한 록키드였던 유세윤이 딥 퍼플의 명곡 ‘Smoke On The Water’를 추천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곡을 아주 오랫동안 결혼식의 주제곡으로 꿈꿔왔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비범하다. “결국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 결혼식을 상상할 때는 ‘Smoke On The Water’가 배경음악이었어요. 처음엔 멀쩡하게 결혼행진곡으로 시작해요. 딴딴딴따- 그러다가 음이 고조될 때 슬쩍 바뀌는 거죠. 딴딴딴- 딴딴따라- 어때요? 감쪽같을 거 같죠? 하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신혼여행도 사실은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 같은 걸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 무산됐죠. 아내가 아기를 임신 중이어서 그런 무리한 모험을 할 수는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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