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블랙은 결코 잘생긴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매력이 넘친다. 단순히 얼굴은 별로지만 사람은 진국이더라,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정말 ‘남자로서’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하비 케이틀이나 월렘 데포, 크리스토퍼 월큰처럼 남성성이 극대화된 소위 ‘어글리 섹시’와도 다르다. 그는 때론 따뜻한 유머러스함으로, 때론 말도 안 되는 뻔뻔함으로 잭 블랙만이 가능한 섹시함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다음은 그가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남자의 향기를 뿜어냈던 페로몬 지수 백퍼센트의 순간들이다.

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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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니까 존중해 달란 소리는 관두자. 잭 블랙의 단호한 취향은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다. 의 까칠한 레코드 가게 점원 배리로 등장한 잭 블랙에게 스티비 원더의 80년대 곡들은 ‘음악적 범죄’고 벨 앤 세바스찬은 거지같다. 누군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좋다 말하면 대뜸 “왜? 빌어먹을 베토벤도 리스트에 넣지 그래?”라고 독설을 퍼붓는 이 무례한 취향의 독재자도, 결정적인 순간 친구를 위해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부른다. 굳은 절개로 지켜온 취향을 친구의 사랑을 위해 초개와 같이 버리다니, 이런 뼛속까지 로맨티스트를 봤나.
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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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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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팽팽한 복부는 얼마나 탐스러울 수 있는가. 잭 블랙은 결코 근육질이거나 슬림한 체형의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측면에서 보면 정확히 B자 모양을 만드는 그의 몸은 결코 보기 싫게 축축 늘어지거나 출렁이지 않는다. 에서 스판바지 위로 불룩 튀어나온 그의 배는 오히려 터질 듯 탄력적이다. 그 희고 풍만한 몸과 전사의 심장이 링 위에서 결합할 때, 테스토스테론 분출과는 또 다른 섹시함이 만들어진다. 상대 레슬러들의 격렬한 드롭킥도 쫀득쫀득한 질감으로 받아내는 그의 몸을 보라. 직접 그 몸에 가라데ㅊㅛㅂ을 날려보고 싶다. 만져보고 싶다. 이보다, 유혹적일 수는 없다.
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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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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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못생긴 주제에 못생긴 여자는 죽어도 싫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이 남자, 의 잭 블랙은 나쁜 남자다. 뇌 반쪽이 없는 여자가 한 쪽 가슴이 없는 여자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 구제불능은 일반적인 나쁜 남자들이 지향하는 ‘차도남’ 코스프레와는 다른 노선을 택한다. ‘아님 말고 식’의 무차별적 들이대기, 예쁘면 성형미인이라도 상관없다는 뚝심 있는 일관성, 수치심을 잊은 유혹의 춤사위에 근래에 보기 힘든 쾌남의 상징 구레나룻까지 호방하다, 호방해. 최면요법 정도는 돼야 치유가 가능한 극렬한 외모지상주의도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아버지의 유언으로 인한 트라우마였으니, 이 남자를 어찌 미워하리.
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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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원대한 야망 하나 없는 남자는 시시하다. 에서 잭 블랙은 죽여주는 밴드를 만들어 콘테스트에 나가겠다는 야망 하나에 모든 걸 건다. 열 살짜리 아이들을 속여 락을 가르치고, 깐깐한 교장을 설득하기 위해 스티비 닉스의 노래에 맞춰 온몸을 살랑댄다. 대책 없는 루저에 입만 살은 사기꾼이지만, 잭 블랙은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겐 백만 볼트짜리 밴드가 있고, 그의 기타 솔로는 관객들의 심장을 터트릴 테니까. 그 무모한 꿈에 전염된 아이들이 잭 블랙과 함께 무대에 선 순간, 루저는 록 스타가 되고 그를 비웃던 모든 이들은 열광적인 그루피가 된다. 꿈 하나만 바라보고 돌진하는 황소 같은 남자, 치명적이다.
잭 블랙│후덜덜한 섹시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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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주드 로 옆에 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는 배우가 아닌 남자로서도 잭 블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준다. 컨버터블 옆자리에 미인을 태우고 다니는 영화음악가 마일즈는 그가 맡았던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심지어 잘 나간다.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말빨’, 경계심을 가질 수 없는 겸손한 외모까지. 그러나 DVD를 고르는 짧은 순간에도 여자의 혼을 쏙 빼놓는 그는 자신의 섹시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 에서 에 이르는 주옥같은 OST들을 라이브로 리플레이하며 여자를 끊임없이 웃게 만드는 건 주드 로도, 브래드 피트도, 조니 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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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글. 이지혜 seven@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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