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굿바이 프레지던트
, 굿바이 프레지던트" /> 마지막회 SBS 목 밤 9시 55분
의 마지막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초심”이었다. 태산(차인표)은 정치적 인생의 마지막 기로에서 혜림(고현정)과 백성민(이순재)을 차례로 만나 “초심”을 떠올리며 개과천선한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가장 절실했던 대상은 이라는 드라마였을 것이다. 의 등장에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했던 것은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정치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올해의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혜림의 1인 시위장면에서처럼 현실 정치의 답답함을 해소해 줄 대리만족의 판타지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혜림은 대통령 판타지의 궁극인 영화 의 장동건의 외모, 이순재의 인간미, 고두심의 모성적 리더십을 다 갖춘 인물이었으며, 극 초반까지 도야(권상우)의 에너지는 영화 을 잇는 열혈검사 판타지의 주연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들이 맞서야할 상대가 권력형 비리로 점철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로 그려질수록 대결의 카타르시스에 대한 기대는 커져 갔다. 하지만 이 판타지와 현실의 만남은 어느덧 양측이 점차 ‘절대선’과 ‘절대악’의 단순함으로 축소되면서 정치드라마가 지녀야할 최소한의 긴장감을 잃고 만다. “절대선과 절대악의 논리가 아니라 49%의 악 속에 피어나는 51%의 선의 꽃, 그게 바로 정치”라던 말을 스스로 배반한 순간, 은 판타지의 대리만족과 현실의 날카로운 재현,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그려낼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회에 남은 것은 줌마렐라 판타지의 종결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림이 가슴을 울렸던 몇몇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은, 그녀의 퇴임사가 일깨워주듯 우리가 방관으로 동조한 불의의 정치와 무관심으로 떠나보낸 “원칙과 소신”에 대한 아픈 자책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초심과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그녀의 마지막은 인사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아쉽지만, 굿바이, 프레지던트.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