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음악 프로그램 한 문장 요약정리. “아이유, 3단 부스터!” 아이유가 신곡 ‘좋은 날’에서 ‘하나 둘’ 준비하고 세 단계로 쭉쭉 올라가는 고음을 지르자 전국의 오빠, 삼촌, 향우회 등등 어쨌건 남자들은 모두 열광했고, 경쟁하듯 , , , 등에 ‘3단 부스터’를 합성했다. ‘좋은 날’은 디지털 음원차트를 ‘올킬’했고, 지난 13일 음원 사이트 도시락에서는 아이유의 노래 4곡이 5위안에 올랐다. 걸그룹의 의상이나 춤이 아니라 솔로 여가수의 목소리가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아이유의 ‘3단 부스터’ 중 1단과 2단은 이미 켜진 상태였다. 아이유는 MBC GAME < IU의 STAR 4U > 진행 등으로 게임 팬들의 관심을 모았고, 애니메이션 의 주제가를 불렀다. ‘3단 부스터’라는 단어나 합성된 영상물들이 누구에게 어필하는지 생각해보라. 거대한 팬덤은 없어도, 아이유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걸친 어떤 취향의 남성들에게 지지를 받는 장외시장의 강자였다.
오빠와 삼촌들에게 ‘깔 게 없는 소녀’ 2단 부스터는 ‘음악’이다. 아이유는 KBS 가 아닌 KBS 에서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연주로 ‘그런 날에는’을 불렀다. 성시경과 함께 부른 ‘그대네요’에서 곡의 분위기를 잡는 건 시작과 함께 나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아이유의 애잔한 목소리다. 1993년생 여고생이 KBS 에 고정출연해 유희열과 루시드폴과 함께 이소라와 토이의 노래를 부른다. 아이유의 매니지먼트를 맡는 배종한 실장은 “은 중요한 활동이었다. 아이유는 음악적인 부분을 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SBS 의 ‘영웅호걸’에서 싸이가 ‘나쁜 남자 구별법’에 대해 말하자 학교 수업 듣듯 눈을 크게 뜨고 경청한다. 귀엽고, 공부 잘하고, 깎아 만든 듯한 연예인 느낌도 덜한데 노래 부를 때는 성숙한 감성이 있다. 결론. (오빠와 삼촌들에게) ‘깔 게 없는 소녀’.
아이유의 ‘3단 부스터’는 이런 아이유의 캐릭터와 합쳐져 의미를 갖는다. ‘좋은 날’은 철두철미하게 아이유의 가창력을 극대화시킨다. 현악세션과 브라스, 일렉기타로 화려한 사운드를 과시하지만, 그 소리들은 공간을 꽉 채우지 않는다. 드럼과 베이스, 현악세션의 세 요소가 중심인 편곡은 여러 소리를 겹겹이 쌓은 요즘 댄스곡에 비교하면 심플한 편이고, 드럼과 베이스는 울림을 최소화해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비유하자면, ‘좋은 날’은 위, 아래만 채우고 가운데는 비워 놓은 것처럼 녹음돼 가운데를 전부 아이유의 보컬에 할당했다. 아이유는 이 빈 공간에서 목소리를 감아올리는 듯, 몸에서 소리를 깊게 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창법으로 노래하며 고음의 최대치를 끌어낸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성숙하게 들렸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에 저음이 배어 있는 아이유는 이런 창법에서 깜찍한 톤을 낼 수 없다. 또한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잔잔하게 시작한 곡은 드럼으로 추진력을 얻어 10여초 만에 힘찬 분위기로 바뀌며 아이유가 시작부터 힘을 넣고 곡을 끌고 가도록 만든다. 최근 가요계는 멜로디를 반복하는 ‘후크 송’ 대신 심플하지만 강한 리듬으로 곡을 시작해 보컬의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곡들이 자주 발표된다. ‘좋은 날’은 여기에 아이유의 가창력과 어쿠스틱적인 편곡을 동원, 발라드의 감성적인 힘을 더했다.
대세를 넘어 자기만의 영토를 가질 수 있을까 ‘좋은 날’은 아이유에게 기대했던 모든 걸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충족시킨다. 아이유에게 기대했던 음악성, 음악성에 전제되는 성숙함, 그럼에도 오빠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녀의 풋풋함. 게임 팬도, 애니메이션 팬도, 1990년대에 음악 좀 꽤나 들었다고 자부하는 삼촌 팬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소녀의 열창’ 탄생. 물론 중요한 건 열창 그 자체가 아니라 ‘소녀’다. ‘3단 부스터’ 자체가 음악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날’은 획기적이라기보다는 아이유의 캐릭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 반보쯤 더 나간 명민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하지만 걸그룹이 모두 콘셉트와 춤으로 승부할 때,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하나 둘’ 숫자를 센 뒤 모든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가 되는 소녀가 이슈의 중심에 선 현상은 흥미롭다. ‘좋은 날’의 작곡가 이민수는 이미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에서 탱고를 도입했고, 아이유의 이번 앨범에는 김형석과 윤종신도 참여했다. 윤종신의 노래가 히트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윤종신이 아이유에게 준 곡이 히트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지금 걸그룹으로 대표되는 주류시장의 음악은 보다 다양해질 가능성을 얻었다.
물론, 아이유든 아이유가 대표하는 조금 다른 음악들은 이제 본 게임을 시작했다. 이 ‘깔 게 없는’ 소녀는 지금까지 걸그룹과 다른 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적’이라 할 만한 안티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언론은 수없이 기사를 쏟아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아이유는 어떤 이유로 비난 받을지 모를 일이다. 아이유가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들이 다른 아이돌의 음악과 꾸준히 차트 경쟁을 할지는 미지수다. ‘3단 부스터’로 시장의 핵심으로 진입한 소녀와 그 소녀의 음악이 ‘대세’를 넘어 자기만의 영토를 가질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
오빠와 삼촌들에게 ‘깔 게 없는 소녀’ 2단 부스터는 ‘음악’이다. 아이유는 KBS 가 아닌 KBS 에서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연주로 ‘그런 날에는’을 불렀다. 성시경과 함께 부른 ‘그대네요’에서 곡의 분위기를 잡는 건 시작과 함께 나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아이유의 애잔한 목소리다. 1993년생 여고생이 KBS 에 고정출연해 유희열과 루시드폴과 함께 이소라와 토이의 노래를 부른다. 아이유의 매니지먼트를 맡는 배종한 실장은 “은 중요한 활동이었다. 아이유는 음악적인 부분을 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SBS 의 ‘영웅호걸’에서 싸이가 ‘나쁜 남자 구별법’에 대해 말하자 학교 수업 듣듯 눈을 크게 뜨고 경청한다. 귀엽고, 공부 잘하고, 깎아 만든 듯한 연예인 느낌도 덜한데 노래 부를 때는 성숙한 감성이 있다. 결론. (오빠와 삼촌들에게) ‘깔 게 없는 소녀’.
아이유의 ‘3단 부스터’는 이런 아이유의 캐릭터와 합쳐져 의미를 갖는다. ‘좋은 날’은 철두철미하게 아이유의 가창력을 극대화시킨다. 현악세션과 브라스, 일렉기타로 화려한 사운드를 과시하지만, 그 소리들은 공간을 꽉 채우지 않는다. 드럼과 베이스, 현악세션의 세 요소가 중심인 편곡은 여러 소리를 겹겹이 쌓은 요즘 댄스곡에 비교하면 심플한 편이고, 드럼과 베이스는 울림을 최소화해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비유하자면, ‘좋은 날’은 위, 아래만 채우고 가운데는 비워 놓은 것처럼 녹음돼 가운데를 전부 아이유의 보컬에 할당했다. 아이유는 이 빈 공간에서 목소리를 감아올리는 듯, 몸에서 소리를 깊게 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창법으로 노래하며 고음의 최대치를 끌어낸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성숙하게 들렸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에 저음이 배어 있는 아이유는 이런 창법에서 깜찍한 톤을 낼 수 없다. 또한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잔잔하게 시작한 곡은 드럼으로 추진력을 얻어 10여초 만에 힘찬 분위기로 바뀌며 아이유가 시작부터 힘을 넣고 곡을 끌고 가도록 만든다. 최근 가요계는 멜로디를 반복하는 ‘후크 송’ 대신 심플하지만 강한 리듬으로 곡을 시작해 보컬의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곡들이 자주 발표된다. ‘좋은 날’은 여기에 아이유의 가창력과 어쿠스틱적인 편곡을 동원, 발라드의 감성적인 힘을 더했다.
대세를 넘어 자기만의 영토를 가질 수 있을까 ‘좋은 날’은 아이유에게 기대했던 모든 걸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충족시킨다. 아이유에게 기대했던 음악성, 음악성에 전제되는 성숙함, 그럼에도 오빠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녀의 풋풋함. 게임 팬도, 애니메이션 팬도, 1990년대에 음악 좀 꽤나 들었다고 자부하는 삼촌 팬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소녀의 열창’ 탄생. 물론 중요한 건 열창 그 자체가 아니라 ‘소녀’다. ‘3단 부스터’ 자체가 음악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날’은 획기적이라기보다는 아이유의 캐릭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 반보쯤 더 나간 명민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하지만 걸그룹이 모두 콘셉트와 춤으로 승부할 때,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하나 둘’ 숫자를 센 뒤 모든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가 되는 소녀가 이슈의 중심에 선 현상은 흥미롭다. ‘좋은 날’의 작곡가 이민수는 이미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에서 탱고를 도입했고, 아이유의 이번 앨범에는 김형석과 윤종신도 참여했다. 윤종신의 노래가 히트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윤종신이 아이유에게 준 곡이 히트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지금 걸그룹으로 대표되는 주류시장의 음악은 보다 다양해질 가능성을 얻었다.
물론, 아이유든 아이유가 대표하는 조금 다른 음악들은 이제 본 게임을 시작했다. 이 ‘깔 게 없는’ 소녀는 지금까지 걸그룹과 다른 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적’이라 할 만한 안티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언론은 수없이 기사를 쏟아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아이유는 어떤 이유로 비난 받을지 모를 일이다. 아이유가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들이 다른 아이돌의 음악과 꾸준히 차트 경쟁을 할지는 미지수다. ‘3단 부스터’로 시장의 핵심으로 진입한 소녀와 그 소녀의 음악이 ‘대세’를 넘어 자기만의 영토를 가질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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