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My name is...
백진희│My name is...
My name is 백진희.
1990년 2월 8일생. 올해 드디어 성년의 날을 맞이한다!
생일 선물로 클래식 카메라를 갖고 싶었는데 결국 손에 넣지 못했다. 영화 를 찍으면서 호야 오빠가 카메라로 사진을 자주 찍어 줬는데, 디지털 카메라와는 정말 색감이 다르더라. 그런데 엄마가 사진 찍을 줄도 모르면서 카메라는 있어서 뭐 하냐고……. 카메라가 있어야 사진 찍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다닐 때 피아노랑 플루트도 배웠고, 워드 프로세서 자격증이랑 한자 급수 자격증도 땄다. 5학년 때 학교에 단소 열풍이 불었을 땐 머리가 띵할 정도로 연습해서 아리랑까지 마스터 했었다. 일단 시켜 주면 끝까지 열심히 하는 편이다.
여동생이 둘 있다. 막내는 심지어 초등학생이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이 되면서부터 엄마가 치마를 입혀 준 기억이 없는데, 막내는 항상 예쁘고 귀여운 옷만 입는다. 집에서 애교부리는 것도 언제나 막내의 몫이고. 물론, 나도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하면 애교를 슬쩍… 하하.
중학교 3학년 겨울에 친구들이랑 교복을 입고 가다가 에이전시에 발탁되었다. 길거리 캐스팅의 산증인이다. 첫 촬영이 유명 탈취제 광고였는데, 교복 입고 안경 쓰고 나오는 여학생 역할이었다. 친구들이 전혀 나랑 다르게 보인다고 못 알아보고 그랬었다.
지금까지 번 돈은 차곡차곡 모아서 대학 등록금으로 썼다! 지금도 쇼핑도 하고 싶고, 용돈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그렇게 쓰질 못한다. 적금도 들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니까.
영화 를 찍을 때 프로듀서님이 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촬영 끝나고 읽었는데, 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도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다. 그리고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으니 참 행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하고 싶은 일조차 없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행복한 거다.
를 끝냈을 때는 학교를 하나 졸업한 기분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고, 그 영화 한 편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특히 다 함께 고생했는데 결국 조명을 받는 건 배우와 감독이라는 것을 깨닫고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마음은 항상 잊지 않을 거다.
학교 다닐 때 체육을 정말 못했다. 더운 날 땡볕에서 뛰라고 하고, 겨울에는 눈이 왔는데 철봉에 매달리라고 하고! 나는 춥고 힘든 게 싫어서 스키장도 안가는 사람인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경쟁심이 있는 편이라 매달리기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하하.
시간이 나면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전에는 베스트셀러나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책만 읽었는데 요즘에는 고전도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덜컥 전집을 샀는데, 아무래도 고전은 공감대 형성이 되질 않아서 그런지 여전히 어렵더라. 솔직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들은 에세이다. 법정스님이나 공지영 씨의 책도 좋아하고,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집인 이 정말 좋다.
가족들조차도 내 영화 취향에 쉽게 공감하질 않는다. 어린 애가 왜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냐고……. SF나 로맨틱 코미디는 영 비현실적이라서 잘 안 보는 편인데, 그래서 친구들이랑 극장 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를 데리고 광화문 시네큐브에 가서 를 본 일이 있는데 졸다가 깬 친구가 “앞으로는 너 혼자 영화 보러 가” 그러더라.
세계정세에 관심이 많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 국제면을 열심히 읽는다. 요즘 분위기? 아주 난리가 났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침투해서 팔레스타인 간부를 살해한 것 때문에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될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사프로그램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한때는 꿈이 아동 인권운동가였던 적도 있다. 지금도 내가 좀 더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된다면 인권 단체에 도움을 주거나 외국으로 봉사 활동을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연예 뉴스도 물론 관심이 많다. 특히 고등학생 때는 아침에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꼭 챙겨 와서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교실 뒷 편 사물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었다. 무가지만 잘 읽어도 연예계 소식은 꼼꼼하게 알 수 있다. 정말 유용했지.
배우가 되고 나서 가장 신기한 건 팬카페가 생겼다는 거다! 들어가서 가끔 글을 남기기도 한다. 오빠 팬들이 많은데 무대 인사할 때는 플래카드도 만들어 오시고, 팬레터도 주시고, 싸인 요청도 해 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실 겁이 좀 나기도 한다. 첫 작품인 가 워낙 반응이 좋기도 했고, 사실 나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많은 분이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봐 주셔서. 하지만 계속 겁만 내다보면 내가 작아져 버릴 것 같아서 이제는 그만 두려워하기로 했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시겠지, 믿고 잘해 볼 거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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