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자는 무술 하나쯤은 해야 멋있는 거 같아. 그치?
나도 동의한다만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조금 생소하다?
이번에 ‘무릎 팍 도사’에 타이거 JK 나온 거 못 봤어? 인종차별 하는 미국인들을 태권도 발차기로 쓰러뜨렸다고 하잖아. 진짜 멋지지 않아?
본인은 후회하는 일이지만 멋있기야 멋있지. 그런데 좀 새삼스러운 반응 아니야? 이미 듀엣 가요제 할 때도 타이거 JK 태권도 잘한다는 얘긴 나왔잖아. 기억 안 나? 유재석에게 랩은 안 가르쳐주고 발차기 가르쳐주던 거.
맞다. 그런데 그 땐 멋있다기보다 좀 웃겨서.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날의 발차기와 연결해서 이해하면 이번 ‘무릎 팍 도사’에서 나온 타이거 JK의 태권도 이야기의 맥락이 더 풍성해질 수 있거든.
풍성해진다는 건?
음… 내가 잘난 척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뜻?
그럼 잘난 척할 기회를 줄게. 근데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네.
우선 때의 기억을 더듬어봐. 그 때 타이거 JK가 유재석의 음…어…중요부위…를 발로 콕 찍으면서 발차기 시범을 보였잖아. 그러면서 정말 진지한 얼굴로 지도관 태권도는 앞차기가 최고라고 말하고.
유재석의 어…어… 암튼 발로 차는 걸 보여준 건 기억나는데 지도관 태권도라는 건 뭐야? 지도하는 관점, 뭐 그런 건가?
그래, 이런 질문을 원했어. 지도관이라는 건 도장 이름이야. 우리나라에 태권도라는 무술이 현재의 이름과 형태로 보급되기 전에는 각기 다른 도장이 나름의 유파처럼 존재했거든. 타이거 JK의 지도관을 비롯해서 청도관, 무덕관, 창무관, 송무관 같은 도장이 당수, 혹은 공수라는 이름의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어. 공수? 공수부대의 공수?
아니 공수도의 공수. 그러니까 가라테인 거지.
가라테? 가라테는 일본 거 아니야?
그래서 좀 민감한 얘기기도 해. 우리나라 국기 태권도가 일본 가라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학계 안에서도 수박 같은 한국 고유무술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국기원 부원장까지 올랐던 이종우 지도관 관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태권도의 뿌리가 가라테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어. 생각해봐. 일제강점기에 배울 수 있는 현대적 격투기가 뭐겠어. 일본의 유도나 가라테 정도겠지? 그 중 가라테는 국내에서 당수, 공수, 혹은 권법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고, 광복 이후에 이걸 익힌 고수들이 자기만의 도장을 연 거야. 그게 아까 말한 청도관, 지도관 등인 거고. 이들 도장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청도관 이원국 관장 역시 일본 송도관 가라테를 수련한 가라테 파이터였지.
그럼 그게 어떻게 태권도가 될 수 있었던 건데? 이름만 바꾼 거야?
그건 아니지만 처음 태권도라는 이름이 나올 때는 가라테라는 일본식 명칭을 버리는 게 더 급했던 거 같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최홍희라는 장군이 군인들에게 가라테를 가르치기 위해 오도관이라는 도장을 창설했는데 그가 아까 말한 도장들과 오도관 등을 통합하면서 태권이라는 명칭을 제시했어. 태권도라는 이름과 함께 여기저기 난립해 있던 중요 도장들을 통합하려 한 거지. 쉽게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이름의 2PM 팬클럽들이 있는데 그 중 제법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핫티스트가 자기네 이름으로 통일하자고 한 거야. 그러니 당연히 반발이 있었겠지? 지금은 태권도라는 이름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시 최홍희의 뜻에 반대하는 관장들은 태권과 당수를 합친 태수도라는 이름을 제시하기도 했대.
그래서 결국 통합이 된 거야?
꼭 최홍희의 태권도라는 명칭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난립한 도장 중 대표적인 도장 9개 관을 한데 모으고 도장마다 조금씩 다르던 품새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어. 태극 1장이니 2장이니 하는 태권도 품새 있지? 적어도 그건 도장마다 같아야 국기원이든 어디서든 한 곳에 모아놓고 평가할 수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대한태권도협회로 묶인 각 도장의 사람들이 모여 태권도 품새를 만들었어. 도장마다 어느 정도 성격의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통의 코드는 만들어진 셈이지. 그 중에서도 타이거 JK는 지도관 태권도라는 거지?
맞아. 정확히 말하면 그의 삼촌이 지도관 출신 사범인 거겠지. 미국에 태권도를 보급하던 1세대 태권도 사범들은 아직 청도관이나 지도관으로 분류되던 시기의 사람들이니까. 타이거 JK는 그런 환경에서 태권도를 배웠기 때문에 무도인의 자세에 대해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겠지. 스스로 말하길 처음에는 태권도 안 가르쳐주고 도장 닦는 것만 시켰다고 했잖아. 그런 식으로 인내를 기르고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가르치는 게 지도관의 오랜 특징이기도 해. 지도관의 전신인 조선연무관의 이교윤이라는 사람은 “신입 수련생은 초단을 딸 때까지 도장 마루를 매일 닦아야 했다”고 증언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남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실력인 거고?
아무래도 당시의 태권도가 지금처럼 스포츠에 가까운 태권도보다는 좀 더 실전에 강한 타입이었다는 게 중론이야. 특히 지도관의 경우에는 타이거 JK가 보여준 것처럼 빠른 스텝과 앞차기로 심판 모르게 상대의 급소를 차는 걸로 유명했다고 하더라고. 그 외에 청도관의 위력적 옆차기는 이소룡 역시 중요하게 받아들였고, 무덕관 태권도는 조금 독특하게 손기술이 많이 발달한 타입이라고 해.
그렇구나. 그럼 너도 그런 거 잘 하겠네? 너는 무슨 유파야?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아까 말한 9개 관 이후 새롭게 등장했다가 잊힌 열 번째 유파가 있어. 무슨 관일까?
설마 십관…?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해.
이해가 빨라서?
아니, 잘 속아서.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나도 동의한다만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조금 생소하다?
이번에 ‘무릎 팍 도사’에 타이거 JK 나온 거 못 봤어? 인종차별 하는 미국인들을 태권도 발차기로 쓰러뜨렸다고 하잖아. 진짜 멋지지 않아?
본인은 후회하는 일이지만 멋있기야 멋있지. 그런데 좀 새삼스러운 반응 아니야? 이미 듀엣 가요제 할 때도 타이거 JK 태권도 잘한다는 얘긴 나왔잖아. 기억 안 나? 유재석에게 랩은 안 가르쳐주고 발차기 가르쳐주던 거.
맞다. 그런데 그 땐 멋있다기보다 좀 웃겨서.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날의 발차기와 연결해서 이해하면 이번 ‘무릎 팍 도사’에서 나온 타이거 JK의 태권도 이야기의 맥락이 더 풍성해질 수 있거든.
풍성해진다는 건?
음… 내가 잘난 척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뜻?
그럼 잘난 척할 기회를 줄게. 근데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네.
우선 때의 기억을 더듬어봐. 그 때 타이거 JK가 유재석의 음…어…중요부위…를 발로 콕 찍으면서 발차기 시범을 보였잖아. 그러면서 정말 진지한 얼굴로 지도관 태권도는 앞차기가 최고라고 말하고.
유재석의 어…어… 암튼 발로 차는 걸 보여준 건 기억나는데 지도관 태권도라는 건 뭐야? 지도하는 관점, 뭐 그런 건가?
그래, 이런 질문을 원했어. 지도관이라는 건 도장 이름이야. 우리나라에 태권도라는 무술이 현재의 이름과 형태로 보급되기 전에는 각기 다른 도장이 나름의 유파처럼 존재했거든. 타이거 JK의 지도관을 비롯해서 청도관, 무덕관, 창무관, 송무관 같은 도장이 당수, 혹은 공수라는 이름의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어. 공수? 공수부대의 공수?
아니 공수도의 공수. 그러니까 가라테인 거지.
가라테? 가라테는 일본 거 아니야?
그래서 좀 민감한 얘기기도 해. 우리나라 국기 태권도가 일본 가라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학계 안에서도 수박 같은 한국 고유무술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국기원 부원장까지 올랐던 이종우 지도관 관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태권도의 뿌리가 가라테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어. 생각해봐. 일제강점기에 배울 수 있는 현대적 격투기가 뭐겠어. 일본의 유도나 가라테 정도겠지? 그 중 가라테는 국내에서 당수, 공수, 혹은 권법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고, 광복 이후에 이걸 익힌 고수들이 자기만의 도장을 연 거야. 그게 아까 말한 청도관, 지도관 등인 거고. 이들 도장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청도관 이원국 관장 역시 일본 송도관 가라테를 수련한 가라테 파이터였지.
그럼 그게 어떻게 태권도가 될 수 있었던 건데? 이름만 바꾼 거야?
그건 아니지만 처음 태권도라는 이름이 나올 때는 가라테라는 일본식 명칭을 버리는 게 더 급했던 거 같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최홍희라는 장군이 군인들에게 가라테를 가르치기 위해 오도관이라는 도장을 창설했는데 그가 아까 말한 도장들과 오도관 등을 통합하면서 태권이라는 명칭을 제시했어. 태권도라는 이름과 함께 여기저기 난립해 있던 중요 도장들을 통합하려 한 거지. 쉽게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이름의 2PM 팬클럽들이 있는데 그 중 제법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핫티스트가 자기네 이름으로 통일하자고 한 거야. 그러니 당연히 반발이 있었겠지? 지금은 태권도라는 이름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시 최홍희의 뜻에 반대하는 관장들은 태권과 당수를 합친 태수도라는 이름을 제시하기도 했대.
그래서 결국 통합이 된 거야?
꼭 최홍희의 태권도라는 명칭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난립한 도장 중 대표적인 도장 9개 관을 한데 모으고 도장마다 조금씩 다르던 품새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어. 태극 1장이니 2장이니 하는 태권도 품새 있지? 적어도 그건 도장마다 같아야 국기원이든 어디서든 한 곳에 모아놓고 평가할 수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대한태권도협회로 묶인 각 도장의 사람들이 모여 태권도 품새를 만들었어. 도장마다 어느 정도 성격의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통의 코드는 만들어진 셈이지. 그 중에서도 타이거 JK는 지도관 태권도라는 거지?
맞아. 정확히 말하면 그의 삼촌이 지도관 출신 사범인 거겠지. 미국에 태권도를 보급하던 1세대 태권도 사범들은 아직 청도관이나 지도관으로 분류되던 시기의 사람들이니까. 타이거 JK는 그런 환경에서 태권도를 배웠기 때문에 무도인의 자세에 대해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겠지. 스스로 말하길 처음에는 태권도 안 가르쳐주고 도장 닦는 것만 시켰다고 했잖아. 그런 식으로 인내를 기르고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가르치는 게 지도관의 오랜 특징이기도 해. 지도관의 전신인 조선연무관의 이교윤이라는 사람은 “신입 수련생은 초단을 딸 때까지 도장 마루를 매일 닦아야 했다”고 증언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남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실력인 거고?
아무래도 당시의 태권도가 지금처럼 스포츠에 가까운 태권도보다는 좀 더 실전에 강한 타입이었다는 게 중론이야. 특히 지도관의 경우에는 타이거 JK가 보여준 것처럼 빠른 스텝과 앞차기로 심판 모르게 상대의 급소를 차는 걸로 유명했다고 하더라고. 그 외에 청도관의 위력적 옆차기는 이소룡 역시 중요하게 받아들였고, 무덕관 태권도는 조금 독특하게 손기술이 많이 발달한 타입이라고 해.
그렇구나. 그럼 너도 그런 거 잘 하겠네? 너는 무슨 유파야?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아까 말한 9개 관 이후 새롭게 등장했다가 잊힌 열 번째 유파가 있어. 무슨 관일까?
설마 십관…?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해.
이해가 빨라서?
아니, 잘 속아서.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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