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 등장하자마자 시선을 끌었다. 엄청난 활약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위기에 빠졌다. 그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돌파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닌다. 인생이 드라마 같은지, 드라마가 인생 같은지 모를 한 톱스타의 인생.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인생의 기로에 섰다.
이병헌
이병헌
임창정 : 이병헌의 첫 주연작 KBS 에 함께 출연한 연예인. 이병헌은 서울에 갓 상경한 임창정을 집으로 데려와 숙식을 제공하며 친해졌다. 1991년 KBS 공채로 데뷔한 이병헌은 을 시작으로 , 등을 연이어 맡으며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병헌은 탤런트 연수 당시 대사를 국어책 읽듯 해 “가장 먼저 잘릴 놈”이라는 말을 들었고, 발음도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병헌은 얼마 안 가 사람들에게 “발음이 좋다”는 말을 들을 만큼 빠르게 발전했고, 계속 주연급 배우로 남을 수 있었다.

故 최진실 : 이병헌과 함께 KBS , 영화 등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분량의 대부분을 해외로케로 촬영했던 의 큰 스케일 속에서도 멜로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대작 드라마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끌고 가면서도 상대 여배우와의 멜로를 호소력 있게 풀어나가는 것은 이후 , 등으로 이어지는 이병헌의 특징. 이병헌은 “나도 나름의 캐릭터가 있는데, 그건 사랑의 아픔을 아는 아주 섬세한 캐릭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학 : 이병헌이 출연한 SBS 의 감독. 김종학 감독은 SBS 에서 강우석 검사 역을 이병헌에게 맡기고 싶어했지만, 이병헌은 “너무 어려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부족해” 박태수를 하겠다고 고집해 출연이 무산됐다. 이후 이병헌은 몇 편의 작품에서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시달렸고, “연기자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렸다. 그 때 이병헌은 김종학 감독에게 격려의 전화를 받았고, “할 말 못 할 말” 다 들어주며 자기 연기를 정확하게 지적하는 김종학 감독에게 감동하며, 그에게 연기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송승헌 :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복서로 출연한 SBS 에 스파링 파트너 역할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병헌과 친해져 에 함께 출연했다. 에서 이병헌은 이전의 잘 생기고 모범적인 터프가이와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당시 “이제 보니 내가 잘생긴 과가 아니라 촌스럽고 담백한 게 잘 먹히는 과”라는 걸 알았다는 그는 에서 능력도 없고 미래도 없는 야구선수 서태풍을 연기했고,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보기 드문 일이었다. 또한 그는 영화 에서도 어눌한 말투의 교사를, SBS 옴니버스 드라마 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아분열 증세를 가진 요리사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은희 : 이병헌의 동생. 미스코리아 출신이기도 하다. 이병헌의 연기에 있어 가족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정원 딸린 집에서 살 만큼 집안 경제사정이 괜찮았던 그는 데뷔 초창기에는 감독들에게 “유복한 성장과정이 배우로서의 단점”이라는 말을 들었다. 반면 그는 톱스타가 된 뒤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거액의 빚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면서 그 빚을 갚기 위해 쉴 틈 없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CF를 한바탕 하고 일을 그만 두려나”라는 말까지 들었고, “마음에 부담이 있다는 걸 내색 안하고 지내다 드라마 찍을 당시에 긴장이 풀리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고. 또한 그는 데뷔 직후 톱스타가 되면서 이후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공중 화장실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완벽한 톱스타지만 꽤나 스트레스도 많은 인생. 이병헌은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아픔도 있었고, 이전에 겪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도 경험했다. 그래서 나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많이 없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박찬욱 :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 옴니버스 영화 의 ‘컷’을 연출한 감독. 이병헌은 의 성공으로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받기 시작했고, 영화에서의 오랜 실패 끝에 성공했기 때문인지 “흥행배우 이병헌”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에 있어 이병헌에게 중요한 작품은 일 수도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너무나 모범적이지만 내면에는 사이코적인 모습이 있는 영화감독을 연기했다. 이런 캐릭터는 에서도 보여준 것이었지만, 의 연기는 그보다 훨씬 극단적이었고, 그는 전형적인 드라마 주인공만 맡던 배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최지우 : SBS 과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에서 이후 보여준 연기 변신을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에 녹여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멋진 ‘실장님’이기도 하지만 때론 악역으로 보일 만큼 야심에 가득차고, 자신의 가족사 때문에 내면에 불안함을 간직한 인물이기도 했다. 멜로드라마에서 이런 다양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는 흔치 않았고, 이병헌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또한 에서 세 자매와 동시에 사귀는 남자는 같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했던 멋진 남자 주인공을 스스로 바람둥이로 바꿔 버린 캐릭터였다. 스타로서 이병헌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어떤 장르 안에서도 멜로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면, 배우로서 이병헌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드러낼 줄 안다는 점이다.

송혜교 : 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은 이전의 대작 드라마에서 이병헌의 장점을 보여줬다. 그는 의 김인하를 복잡다단한 개인사를 가져 늘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이리저리 방랑하듯 하는 캐릭터로 소화했다. “극중 인물이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던 자신의 말을 연기에 그대로 실천한 셈. 그래서 그는 전형적인 플롯의 작품에서도 개인사나 심리 묘사를 두드러지게 만들고, 이 때문에 대중성과 연기력 양쪽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의 개인사였다. 이병헌과 송혜교의 교제는 큰 화제를 모았고, 그만큼 두 사람의 결별은 이병헌에게 다양한 루머가 떠돌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병헌은 “사랑을 많이 하거나, 더 큰 사랑을 하거나, 미친 사랑을 하거나 모두 배우에겐 재산”이라며 “스캔들이 무서워서, 팬들이 달아날까 무서워서 연애를 두려워하면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지운 : 이병헌이 출연한 , 을 연출한 감독.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엄청나게 잘 나가다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인생을 그리기엔 최고의 배우”라고 말한바 있다. “연기를 할 때 앞, 뒤의 개연성을 무척 따지는 스타일”인 이병헌은 영화 에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극중 캐릭터처럼 카레이서 자격증을 딸 만큼 배역에 깊게 몰입한다. 그래서 그는 캐릭터의 상황이 변하는 순간 불안하게 흔들리는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능하고, 은 이를 이병헌의 캐릭터로 구체화시켰다. 자신을 배신한 보스에게 복수하면서도 ‘왜’라는 의문을 갖고 고민하는 그는, 뜨거운 터프가이나 냉정한 킬러를 연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온갖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냉정하게 처리하는 남자의 예측 불가능한 아슬아슬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톱스타가 되면 될수록, 어떤 장르에서든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좋은 놈’은 물론 ‘나쁜 놈’이나 ‘이상한 놈’, 혹은 ‘미친 놈’도 할 수 있는 톱스타의 탄생.

기무라 타쿠야 : 일본 최고의 톱스타. 이병헌과 영화 와 에 출연했다. 이병헌은 이후 ,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한다. 특히 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을 거뒀고, 차갑고 음산한 목소리가 담긴 이병헌의 영어 연기는 애초에 발음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이병헌은 속편 출연이 결정된 상태.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할리우드에서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를 확 열어놓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톱스타가 될수록 자유로워진 그의 행보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는 악역을 맡는 것도,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조연을 연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이병헌은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였던 에서도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눈빛만으로 복잡한 내면을 표현할 만큼 자신의 연기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병헌은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흔들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김태희 : K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이병헌에게 을 2배쯤 부풀린 것 같은 영광을 가져다 줬다. 의 스토리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극 중 김태희와 재회하는 순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병헌의 연기는 감탄의 대상이었고, 그는 200억 원대 제작비의 작품을 짊어질 수 있는 배우로 인정 받았다. 그는 대작 드라마든 멜로드라마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악역이든 언제나 기대치 이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 달리 그는 종영과 함께 좋지 않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비록 합의하에 사귄 것이라 해도 끊임없이 공개되는 두 사람의 교제와 이별의 과정이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들은 이 사건들을 계기로 그의 이미지를 단정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스캔들만큼이나 분명한 사실. 그는 어떤 일이든 그것을 자신의 연기에 반영했고, 그 연기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는 톱스타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연기하는 것이 인생이었던 인간이니까.

Who is next
이병헌과 SBS 에서 함께 연기한 이휘향과 SBS 에 출연중인 김희철의 소속사 대표 이수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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