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 : 공채 개그맨이 아니었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었다. MBC 에 뒤늦게 들어왔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었다. 그러다 사건도 터졌고,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받고 싶었다. 그리고 ‘쩌리짱’이 되며 사랑받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또 일이 벌어졌다. 정말, 그는 사랑 받는 ‘정주나’가 될 수 있을까?

정자용 : 정준하의 아버지. 과거 영화 <전우>, <소령 강재구>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로, 정준하는 자신의 끼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가 직장인으로 살길 바랐고, 그는 고등학교까지 나름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학력고사 때마다 그는 원하는 대학의 커트라인에 조금씩 부족한 성적으로 불합격했고, 결국 4수를 할 때는 학업 대신 얼음창고에서 아이스크림 옮기기, 술집 웨이터 등을 하며 사회로 나섰다. 그리고 MBC에서 소품을 나르며 방송일과 인연을 맺는다.

이휘재 : 개그맨. 정준하는 소품 나르는 일 이후 MBC <경찰청 사람들> 섭외담당, FD 등을 하며 알게 된 선배를 통해 이휘재의 매니저를 맡았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이휘재를 보면 ‘매니저의 자세’가 나오기도 한다고. 그의 데뷔도 1994년 MBC <테마극장>에서 재떨이로 이휘재의 담뱃재를 받아내며 “금연석인데 밖에서 태우시죠”라고 말하는 웨이터로 출연한 것이었다. 이후 정준하는 개그맨으로 활동했지만 “(공채가 아니라)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덜컥 들어와서 그런지 처음엔 상처받을 일”이 많았고, 무대에서 동료와 선배들에게 응원 받는 공채 개그맨과 달리 자신은 그런 사람이 없어 자신감을 잃었다. 그래서 정준하는 새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길 때마다 출연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목을 끌다 빠지곤 하는 것이 일이 됐다. 그래서 당시 별명이 ‘개업 떡’과 ‘독한 맛에 6주’.

문천식 : 개그맨. MBC <코미디 하우스>의 ‘노 브레인 서바이버’에 함께 출연했다. 문제를 푸는 대신 핸드폰, 구두 등 온갖 물건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풀어놓는 정준하의 바보 연기는 큰 화제가 됐다. “이 몸 하나 빼곤 가진 게 없다”, “나밖에 믿을 게 없으니까”라고 말하던 개그맨이 자신의 외모를 이용한 1인극에 가까운 코미디로 반응을 얻은 것. 하지만 그건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었다. 코너가 끝나자 그의 동료 문천식이 “인기는 거품이라는 걸 느꼈다”고 할 만큼 인기는 금방 사라졌고, 정준하는 그 후 연기에 관심을 가지며 SBS <장길산> 등에 조연으로 출연, 1년 6개월 동안 개그계를 떠난다.

유재석 : 정준하와 MBC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 중인 MC. 정준하가 방송 활동에 대한 갈피를 못 잡자 그에게 <무한도전> 출연을 권유하고, 그가 “왠지 프로그램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하차를 고민하자 “조금만 기다려봐. 형 이거 재미있어”라며 그를 설득했다. 정준하는 유재석을 “큰 형처럼 느껴지는 믿음직스러운 친구”라고 말했고, 유재석의 권유로 한동안 파마머리를 풀지 않았을 만큼 그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두 번째 전성기로 돌아왔다.

김병욱 :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 정준하를 캐스팅한 감독. 당시 정준하는 김병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무한도전>과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정준하는 “연기에 대한 폭도 좁았고, 작품을 크게 좌지우지 할 역할도 없었던” 배우에서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정준하는 실직 가장으로 자신감 없이 사는 작품 속 캐릭터가 자신의 옛 모습과 겹쳐 깊게 몰입할 수 있었고, 자신이 취직한 줄 알고 기뻐하다 취직이 취소되는 에피소드에서는 3시간을 울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배우들이 정말 부모님, 아내, 아들들처럼 여겨졌던” 촬영장을 통해 개그와 연기 모두 변방의 ‘쩌리’ 신세였던 그가 중심에 들어간 순간.

최종훈 : 이젠 ‘최코디’가 이름이 된 것 같은 정준하의 매니저. 최종훈도 정준하처럼 연기자를 꿈꾸며 방송사 FD로 활동했고, 정준하는 그를 매니저가 아닌 연기자로 키우려 생각했다. 정준하는 최종훈의 월급 외에도 월세와 적금 붓는 돈을 따로 주고, 사투리를 교정할 수 있도록 뮤지컬 <라디오 스타> 현장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최종훈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 정준하는 “원만한 대인관계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데서 오는 피곤함”이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여자친구와도 둘만 있는 건 싫어했을 정도. 그가 <무한도전> 초반 ‘니 편, 내 편’하며 편을 가르는 모습을 보여준 건 이런 인간관계 때문일지도.

술집 사장 정준하 : 정준하는 1997년 포장마차 ‘오리 궁뎅이’를 차린 뒤 사업수완을 발휘, 그 후 술집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술집 사장 정준하’에 대해 거론하는 건 물론 ‘그 일’ 때문이다. 정준하는 누군가 인터넷에 자신이 경영하는 술집에 여성 접대부가 있다는 글을 올리자 그 사람이 술집 직원을 사칭했고, 여성 접대부에 대해서는 “가게 동료들에게까지 엄하게 말해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여성이 고용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그런 작업을 해왔던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제의 술집은 일반 식당으로 신고 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단란주점으로 운영됐고, 정준하는 술집에서 얻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영수증 처리 된 것도 아니고 소득신고도 안했으니까 불법이라고 인정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주변 증언에 따르면 그는 ‘10년 지기 친구’를 돕기 위해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고, 그는 술집의 영업주가 아니어서 술집의 불법 운영에 관한 법적 책임은 없으니 법적으로는 방송활동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준하와 <무한도전>이 이 부분을 계속 지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잊고 싶어도,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남아있다.

김태호 : <무한도전> PD. 김태호 PD는 정준하의 술집 사건에 대해 “인터넷이나 언론에 알려진 것 외에 이면의 일들이 너무 많다”며 “이미 한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정준하를 신임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에게 정준하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친근한 ‘동네 바보 형’이었던 정준하는 사건 이후 “기차 안에서 떠들지 않았는데 소란스럽게 했다고 구설수”에 오를 만큼 비호감이 됐고, 2007년에 이미 ‘서울 구경’ 등 출연자간의 대결로 각자의 캐릭터를 개개인을 부각하는 에피소드를 제작하던 <무한도전>은 정준하 사건 이후 1년여 동안 정준하에게 어떤 캐릭터도 부여하기 힘들었다. 당시 김태호 PD가 할 수 있는 건 정준하를 놀리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자체를 희화화 하는 것뿐이었다. 콘셉트가 아니라 정말로 못 웃기고, <무한도전>에 있지만 뭔가 눈에 띄지는 않는 ‘쩌리’ 인생의 시작.

송형석 : 정신과 전문의. <무한도전>의 ‘정신감정 특집’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정준하가 “본인이 문제를 저질렀을 때 내가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저 인간(지적하는 사람)이 나한테 야단을 치네?”라고 하는 성격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다른 사람의 애정을 갈구”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단을 토대로 하면 정준하는 연예계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자리 잡으면서 늘 타인의 인정을 원했고, 사랑을 받고 싶어 친구 술집에 지분 없이 이름만 걸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챙겼다고도 할 수 있다. <무한도전>에서도 그는 기분 좋을 때는 한 없이 밝지만, 자신이 인정받지 못할 때면 아이처럼 토라진다. <무한도전>만을 보면, 그는 사회의 가치관 보다 주변의 관심이 더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에게 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사건 이후에는 철없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좋아하자니 찜찜하고, 싫어하자니 왠지 불쌍한 애증의 캐릭터. 그는 뮤지컬 <풀몬티>에서 자신이 연기한 배역을 설명하며 “내 삶과 거의 비슷하다. 살면서 좌절도 많이 해봤고, 데이브처럼 외롭고, 힘들고, 고독하고, 살기 싫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명수 :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 중인 예능인. <무한도전> 출연 초반에는 박명수의 ‘호통개그’ 때문에 적응이 안 돼 그만둘 생각도 했고, 박명수가 자신의 바지를 벗기다 속옷까지 내린 일이 벌어진 뒤로는 한동안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명수는 ‘무한도전 TV’에피소드에서 정준하를 쩌리(겉절이)들의 우두머리 ‘쩌리짱’이라 말하며 정준하를 ‘구원’했다. ‘쩌리짱’은 <무한도전>의 멤버지만 ‘1인자’가 될 수도 없고, 길이나 노홍철 같은 ‘젊은 피’도 아닌 그의 신세 그 자체였다. 박명수가 그것을 캐릭터로 규정하는 순간, 존재는 있으나 이름은 없는 무엇처럼 <무한도전>을 떠돌던 그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과 역할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쩌리짱’이라는 말에 대해 “뭐 그냥 이렇게 살아요”, “난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것이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코미디가 아닌 자신의 현실 인정이라는 것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늘 사랑받고 싶고, 중심이 되고 싶던 그가 자신이 ‘쩌리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오히려 다시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명현지 : <무한도전>의 ‘<무한도전> in NewYork’ 에피소드에서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에게 요리를 가르친 셰프. 모두 알고 있듯 정준하는 명현지 셰프에게 자신이 막아놓은 개수구를 뚫어달라고 하는 등 무례한 모습을 보여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쩌리짱’으로 그에 대해 반감을 갖던 시청자가 그나마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의 행동은 또다시 그에 대한 비호감 여론이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무한도전>에서 그의 모습은 제작진의 말처럼 캐릭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무한도전>은 리얼을 내세우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 중 출연자의 실제 캐릭터와 쇼의 캐릭터의 경계가 가장 희미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다른 출연자가 아닌 정준하가 그 역할을 하기엔 정준하는 시청자에게 긴장감이 아닌 짜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그는 현재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마음껏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다. 한창 비호감일 때는 불쌍하지만, 호감일 때는 알아서 비호감으로 변한다. 그러니 지금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딱 한마디다. 인간아, 에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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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와 MBC 에 출연하는 유재석과 함께 ‘출연료가 많다’는 논란에 올랐던 손석희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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