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배용준이 작가로 데뷔했다. 94년 KBS <사랑의 인사>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지 15년 만에 내놓은 그의 첫 번째 책은 ‘한류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하 <한아여>)이다. 발매를 하루 앞두고 22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배용준을 비롯해 도예가 천한봉, 청매실농원 홍쌍리, 옻칠예술가 전용복,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명창 윤진철,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건축가 이상해, 천연염색가 안화자,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차 문화연구가 박동춘과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석했다.

<한아여>는 배용준이 지난 1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도예, 천연 염색, 옻칠 공예, 전통음식과 전통주 등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직접 만나 체험하며 느끼고 배운 것들을 수필과 기행문으로 엮은 책이다. 책 속에는 배용준의 일상생활을 비롯해 주위 지인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 배용준이 김치를 담거나 도자기를 빚는 모습 등이 담겨 있으며, 평소 사진이 취미인 배용준은 대부분의 사진을 직접 찍어 수록했다.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한 초보자의 문화체험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이 날 출판기념회장 앞에서 줄지어 그를 기다리던 해외 팬들에게 <한아여>가 미칠 영향력은 적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인 옻칠예술가 전용복 씨는 출판기념회에서 “얼마 전 하토야마 총리 부인이 말하길, 자신의 모친이 배용준 씨 때문에 80대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이제는 상당히 잘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 22년간 나도 일본에서 열심히 옻칠을 하며 노력했지만 배용준 씨가 그동안 한일 관계에 기여한 바에는 발밑에도 못 미쳐 가끔은 질투를 느낄 정도”라는 농담으로 일본 내에서 배용준의 인기를 새삼 확인시키기도 했다. 다음은 출판기념회에서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이다.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상태는 어떤지.
배용준
: 걱정 끼쳐 드려서 가족(팬), 부모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오늘 선생님들을 뵙고 많은 힘을 얻었다. 그동안 글을 쓰다 보니 힘이 들어서 체중이 한 10kg 정도 줄었는데 그래서 체력이 저하된 면이 있고, 이번에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됐는데 지금은 회복하고 있다. 워낙 회복력이 좋아서 바로 건강해질 거다.

“이제는 책보다도 배우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

영화배우인데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집필을 마친 뒤의 소감이 궁금하다.
배용준
: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많지만 일본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명소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대답을 잘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항상 촬영장에만 계시다가 자국으로 돌아가시는 해외 가족(팬)분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에 한국의 좋은 관광지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한국의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는 책을 기획했다. 그러다가 책의 콘셉트가 문화체험서로 바뀐 이유는 한국의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기 전에 한국의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앞선다면 가볍게 보고 지나갈 수 있는 장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쓰는 건 너무 힘들었는데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무사히 잘 끝나게 되어서 감사하다.

책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혼자 썼나? (웃음)
배용준
: 직접 썼다. (웃음)

<한아여>에는 전통 음식, 전통주, 옻칠 공예, 도자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런 아이템들을 선정한 각각의 과정이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완성본이 애초의 기획 의도와 잘 맞는지.
배용준
: 평소에 좋아했거나 궁금했던 분야를 다뤘고 몇 가지는 추천을 받았다. 그런데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여행하고 취재하는 과정은 어느 것 하나 억지로 된 게 아니라 흐름을 탄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혹은 누군가의 소개로 한분씩 만나는 과정이 ‘아, 이게 인연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완성된 책에 대한 만족도를 얘기한다면 사실 사람은 만족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쉽기 때문에 다음 작업을 하는 걸 거다.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원고 마감 시간이었다. 그걸 지키기가 정말 힘들었다. 왜 꼭 시간이 닥쳐야만 글이 써지는지. (웃음) 그래서 후반작업하시는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한 걸로 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다면 두 번째 책을 기대해도 될까.
배용준
: 지금은 책보다도, 그동안 배우로서 공백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데 책 작업이 주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다음에 책을 또 쓰게 된다면 ‘한국의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되 글은 정말 조금 들어가고 사진을 위주로 하는 재미있는 책을 써 보고 싶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 혹은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
배용준
: 가수가 될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노래를 못해서. 나중에 농부가 되었을 때 놀러 오시면 노래를 불러드릴 수는 있다. (웃음) 배우 배용준이란 이름이 없다면 작가 배용준이란 이름도 생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책 작업을 하며 배운 것 중 농사를 계속 짓고 싶다”

1년 동안 여행을 다녔던 곳 중에 가장 강력하게 추천해줄 만한 곳을 알려 준다면.
배용준
: 너무 좋은 곳이 많아서 하나를 얘기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경주의 황룡사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곳이지만 그 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내가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게 있는 것 같아. 다시 가서 봐야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업을 함께 했던 모든 선생님들이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으신 것 같다. 집에도 물레와 옻칠 작업대를 설치해놓았고 거문고 역시 계속 배우고 있다던데 다양한 작업 중에서 계속 해 나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배용준
: 농사짓는 거다. 농부가 되고 싶다. 땅을 밟고 싶고 흙을 만지고 싶고, 정말 내가 뭔가를 심어서 열매를 맺게 만들고 건강한 음식들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물론 선생님들께 배운 다양한 작업을 다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직업란에 덧붙이고 싶은 한 가지는 ‘농부’다.

책 출간 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배용준
: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원고 마감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후반 작업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던 게 가장 아쉽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책에 오타가 있다는 점인데 257페이지 아래에서 두 번째 줄을 보면 ‘서탑’이라고 적혀 있는 게 사실은 ‘동탑’이다.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내 책이 많이 부족하지만 한국에 대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책으로나마 제 여정을 함께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