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KBS2 마지막회 밤 9시 55분
재희(지진희)가 문정(엄정화)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늙어갔으리라 짐작하게 되는 남자 멜빈(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이런 명대사를 남겼다. “당신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소.”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의 첫 회, 첫 장면이 자신의 방에서 홀로 스테이크를 요리하던 조재희의 모습임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문정을 초대해 함께 먹을 스테이크를 굽는 마지막 회의 첫 장면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랑의 마법은,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한 남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르던 재희의 세상에 반짝거리는 햇살이 비추고, 무지개가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에도 <결못남>은 마지막 회를 그저 ‘몇 년 후’의 세상으로 남기지 않기 위하여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서로를 위해 규칙을 만들고 배려하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던 찰나, “내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장 선생을 위한 것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눈부신 고백을 하는 재희를 앞에 두고도, 둘 사이의 ‘차이’는 결국 멀어짐을 만들며 마지막 회를 느긋하게 지켜보려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찾아온 결론은 물론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떠올리는 재회로 다시 시작된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진짜 결말(이자 반전)은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라는 엔딩UCC에 있으니, 참으로 앙큼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결못남>의 마지막 회는 마지막 장면까지 지난 8주간 누군가의 ‘외로움을 훔쳐갔을’ <결못남>다웠다. 조재희는 과연, 상구를 데려올 수 있었을까?
글 윤이나
MBC 화 밤 11시 15분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나…” “같이 살자고 여기 와 있는 거지 여기를 불 지르려고 들어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공장이고 우리의 일터를 빼앗으려고 하니까 지키려고 하는 거죠.” “이제 눈물이 다 마른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밀리고 나면 정말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쌍용차 노조 총파업이 시작된 지 두 달을 넘어설 무렵은 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도장 공장 내부로 직접 들어갔다. 카메라에 담겨진 것은 과격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절박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수도가 끊기고 의약품과 식량 전달마저 중단된 상태에서 끼니를 주먹밥으로 해결하고 배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고 씻지 못한 몸이 두드러기로 뒤덮여도 물 적신 티슈 한 장으로 등을 닦아내는 게 고작인 상황. 테러 진압 장비인 테이저 건에 맞아 얼굴이 마비되고 발암 물질이 섞였다는 최루액에 살점이 녹는 생지옥 속에서 그들의 투쟁은 점점 더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되어갔다. 그 목소리들에 방점을 찍는 건 공장 옥상에 내걸린 노란 현수막의 글귀, “차라리 다 죽여라!” 그 어떤 표현보다 더 살고 싶다는 절규다. 경찰이 정문 앞에 컨테이너로 차단벽을 세우자 가족들은 먼 거리에서 공장 옥상 위 아빠, 남편, 아들에게 혹시라도 가 닿을까 온힘을 다해 손을 흔들고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외친다. 파업 76일째이자 채권단의 파산 조기 신청일인 오늘은 비극의 정점이 예고되어 있다. 이미 새벽부터 경찰 특공대 진압은 시작되었다. 오늘 하루는 종일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 참담한 디스토피아의 끝마저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의 관심이 시급하다. 이건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
재희(지진희)가 문정(엄정화)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늙어갔으리라 짐작하게 되는 남자 멜빈(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이런 명대사를 남겼다. “당신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소.”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의 첫 회, 첫 장면이 자신의 방에서 홀로 스테이크를 요리하던 조재희의 모습임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문정을 초대해 함께 먹을 스테이크를 굽는 마지막 회의 첫 장면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랑의 마법은,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한 남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르던 재희의 세상에 반짝거리는 햇살이 비추고, 무지개가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에도 <결못남>은 마지막 회를 그저 ‘몇 년 후’의 세상으로 남기지 않기 위하여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서로를 위해 규칙을 만들고 배려하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던 찰나, “내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장 선생을 위한 것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눈부신 고백을 하는 재희를 앞에 두고도, 둘 사이의 ‘차이’는 결국 멀어짐을 만들며 마지막 회를 느긋하게 지켜보려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찾아온 결론은 물론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떠올리는 재회로 다시 시작된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진짜 결말(이자 반전)은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라는 엔딩UCC에 있으니, 참으로 앙큼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결못남>의 마지막 회는 마지막 장면까지 지난 8주간 누군가의 ‘외로움을 훔쳐갔을’ <결못남>다웠다. 조재희는 과연, 상구를 데려올 수 있었을까?
글 윤이나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나…” “같이 살자고 여기 와 있는 거지 여기를 불 지르려고 들어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공장이고 우리의 일터를 빼앗으려고 하니까 지키려고 하는 거죠.” “이제 눈물이 다 마른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밀리고 나면 정말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쌍용차 노조 총파업이 시작된 지 두 달을 넘어설 무렵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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