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토요일> ‘삼촌이 생겼어요’ KBS2 토 저녁 6시 30분
솔직히 말해보자. 이휘재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리얼리티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해본 적이 있는지.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그럴싸한 리얼리티도, 달달한 가상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가 왕석현과 함께 동거 리얼리티를 찍는다고 할 때만 해도 최근 가장 이미지 괜찮은 아역에 기대 그저 그런 ‘오버’를 보여주는 게 전부일 거라 예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삼촌이 생겼어요’는 단순히 왕석현의 귀여움을 축으로 이휘재를 끌고 가기보다는 그 두 명의 조합이기에 가능한 몇몇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놀이공원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김나영에게 숙모의 칭호를 붙여주느냐 마느냐는 과정이 재밌을 수 있는 건 <세바퀴>나 <스친소>에서 지겹도록 반복된 이휘재에 대한 짝사랑의 구도를 조카의 입장에서 장난스럽게 조율하는 왕석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나영이 ‘들이대는’ 것이 아닌, 더 진지하거나 더 어색한 사이의 관계였다면 왕석현의 장난스러움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CF현장에서 이휘재가 보여준 박보영에 대한 애정도 마찬가지다. 이휘재의 바람둥이 이미지 때문에 그 관심은 리얼이지만 그렇다고 정색할 수준은 아닐 정도의 애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때문에 천방지축으로 뛰며 둘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왕석현 역시 너무 진지한 애어른이나 철없어서 짜증나는 미운 6살 사이의 아이로서 가장 적절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직 ‘삼촌이 생겼어요’에서 이휘재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이휘재가 제법 어울린다는 것은 이제 인정해도 될 것 같다.
글 위근우
<다큐멘터리 3일> KBS 토요일 밤 9시 40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도심의 대형 서점으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헌책방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비록 낡고 누런 종이에 세로로 쓰여 읽기에 어렵더라도 1965년 출판된 120원짜리 <홍길동전>의 의미를 알고, 초판이라 30만원을 호가하는 너덜너덜한 <동백꽃>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3일>의 미덕은 그 사람들을 피상적으로 ‘그러리라’ 짐작하기 보다는 이들의 진심을 알아 볼 수 있는 한마디를 담담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다. 무식하다고 핀잔을 준 전도사 때문에 책값이 많이 나간다고 성화인 아내 몰래 갓난쟁이 딸을 업고 서가를 살피는 손님의 수줍은 고백이나 학교는 독학을 했다지만 헌책을 판 사람에 대해 “촘스키나 생성문법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유추해 내는 책방 주인의 해박함은 그래서 놀랍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발견들이다. 무엇보다도 이날 방송의 흥미로운 점은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을 수집가나 가난한 청년들에 국한시키지 않고 “기침이 쿨럭쿨럭 나는” 곳이지만 그 냄새가 좋아 이곳을 지키고, 찾아오는 노인들의 동경과 낭만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수성을 부각 시키는 데에 박인환의 내레이션은 적절했다. 그 정서를 바탕으로 ‘고물상’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책에 마지막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자부심 때문에 스스로를 ‘문화 사업가’라고 칭하는 젊은 사업가와 셔터에 그래피티를 그려 넣는 젊은 예술가들이 이어갈 것은 사업의 수완이나 상권의 위치가 아니라 책을 향한 그 마음이라는 은근한 결론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때로는 그런 결론도 필요한 법이다. 더구나 ‘헌 책’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글 윤희성
솔직히 말해보자. 이휘재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리얼리티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해본 적이 있는지.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그럴싸한 리얼리티도, 달달한 가상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가 왕석현과 함께 동거 리얼리티를 찍는다고 할 때만 해도 최근 가장 이미지 괜찮은 아역에 기대 그저 그런 ‘오버’를 보여주는 게 전부일 거라 예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삼촌이 생겼어요’는 단순히 왕석현의 귀여움을 축으로 이휘재를 끌고 가기보다는 그 두 명의 조합이기에 가능한 몇몇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놀이공원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김나영에게 숙모의 칭호를 붙여주느냐 마느냐는 과정이 재밌을 수 있는 건 <세바퀴>나 <스친소>에서 지겹도록 반복된 이휘재에 대한 짝사랑의 구도를 조카의 입장에서 장난스럽게 조율하는 왕석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나영이 ‘들이대는’ 것이 아닌, 더 진지하거나 더 어색한 사이의 관계였다면 왕석현의 장난스러움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CF현장에서 이휘재가 보여준 박보영에 대한 애정도 마찬가지다. 이휘재의 바람둥이 이미지 때문에 그 관심은 리얼이지만 그렇다고 정색할 수준은 아닐 정도의 애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때문에 천방지축으로 뛰며 둘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왕석현 역시 너무 진지한 애어른이나 철없어서 짜증나는 미운 6살 사이의 아이로서 가장 적절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직 ‘삼촌이 생겼어요’에서 이휘재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이휘재가 제법 어울린다는 것은 이제 인정해도 될 것 같다.
글 위근우
<다큐멘터리 3일> KBS 토요일 밤 9시 40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도심의 대형 서점으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헌책방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비록 낡고 누런 종이에 세로로 쓰여 읽기에 어렵더라도 1965년 출판된 120원짜리 <홍길동전>의 의미를 알고, 초판이라 30만원을 호가하는 너덜너덜한 <동백꽃>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3일>의 미덕은 그 사람들을 피상적으로 ‘그러리라’ 짐작하기 보다는 이들의 진심을 알아 볼 수 있는 한마디를 담담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다. 무식하다고 핀잔을 준 전도사 때문에 책값이 많이 나간다고 성화인 아내 몰래 갓난쟁이 딸을 업고 서가를 살피는 손님의 수줍은 고백이나 학교는 독학을 했다지만 헌책을 판 사람에 대해 “촘스키나 생성문법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유추해 내는 책방 주인의 해박함은 그래서 놀랍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발견들이다. 무엇보다도 이날 방송의 흥미로운 점은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을 수집가나 가난한 청년들에 국한시키지 않고 “기침이 쿨럭쿨럭 나는” 곳이지만 그 냄새가 좋아 이곳을 지키고, 찾아오는 노인들의 동경과 낭만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수성을 부각 시키는 데에 박인환의 내레이션은 적절했다. 그 정서를 바탕으로 ‘고물상’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책에 마지막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자부심 때문에 스스로를 ‘문화 사업가’라고 칭하는 젊은 사업가와 셔터에 그래피티를 그려 넣는 젊은 예술가들이 이어갈 것은 사업의 수완이나 상권의 위치가 아니라 책을 향한 그 마음이라는 은근한 결론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때로는 그런 결론도 필요한 법이다. 더구나 ‘헌 책’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글 윤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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