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분기 최고 화제작은 후지TV의 <보스(BOSS)>인 듯 하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평균 시청률 15%를 넘기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실 <보스>는 기획 당시부터 후지TV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이다. 최근 후지TV의 간판이었던 ‘게츠쿠’가 기대 이하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청춘 스타들의 기용과 신선한 기획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후지TV의 새로운 얼굴로 떠 오른 시간대가 바로 <보스>가 방영되는 ‘목요극장’이다. <보스>는 ‘시청률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마미 유키가 주연을 맡고, 그녀와 함께 <이혼 변호사> 시리즈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제작진들의 귀환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5년 만에 후지TV 드라마에 출연하는 타케노우치 유타카와 차세대 여배우로 기대를 모으는 토다 에리카를 비롯하여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조바타 준페이, 타마야마 테츠지, 키치세 미치코 등 화려한 출연진이 가세했다.

보스로 돌아온 시청률의 여왕

<보스>는 엘리트 경찰인 오오사와 에리코(아마미 유키)가 이끄는 경시청 수사1과 내 특별범죄대책실의 개성 강한 멤버들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 드라마다. 특별범죄대책실은 끊이지 않는 흉악 범죄에 프로파일링, 첩보분석, 과학수사 등의 전문적인 수사로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지난 5년간 미국 FBI에서 최첨단의 선진 수사를 공부한 오오사와가 실장으로 임명되며 일본으로 돌아왔고 멤버들 역시 조직의 경계를 넘어 경시청 내 최고의 정예들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실상은 달랐다. 오오사와는 엘리트 코스를 걷던 중 남자 문제로 출세 기회를 날리고 사실상 미국으로 좌천을 되었다가 ‘경시청 내 첫 여성 계장 탄생’이라는 언론 플레이를 위해 불려 온 것이다. 최고의 정예라던 멤버들 역시 형사를 동경하던 의욕만 넘치는 순경, 아침잠이 많아 사회부적응자로 찍힌 전 과학수사관, 정시만 되면 칼같이 퇴근하는 의욕 없는 형사 등 경찰 내부의 문제아들뿐이다.

이처럼 <보스>는 경시청이라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한 멤버들이 새로운 ‘보스’의 지휘 아래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며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여러 번 보아 온 스토리고 어떻게 보면 식상한 플롯이지만 <보스>는 익숙한 재료들을 꽤 매력적으로 조리해내고 있다. <보스>는 범인을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파티에 참석하는 듯한 오프닝 화면과 감각적인 연출로 눈길을 끈 1회의 첫 장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수사드라마 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거리를 둔다. 특히 유쾌한 말장난을 주고 받는 유머와 흉악 범죄를 쫓는 긴장감의 완급조절이 <보스>의 장점이다. 수사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인 반전 역시 거창하진 않지만 능숙하게 치고 빠지는 연출로 재미를 배가한다. 가장 흔한 장르이고 그래서 가장 뻔한 전개로 흘러가기 쉬운 이야기지만 <보스>의 제작진은 새로운 맛을 첨가하려는 시도로 탁월하게 신선하진 않지만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멀쩡한 이 하나 없는 경시청

<보스>와 같은 군상극에서는 배우들의 개성적인 연기와 앙상블도 중요하다.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타케노우치 유타카는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는 오오사와의 동기이자 특별범죄대책실을 만들어 그녀를 불러들인 장본인인 노다테 신지로 역을 맡았다. 노다테는 최연소 승진 기록을 갈아치우며 출세한 엘리트로 경시청 수뇌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입만 열면 자화자찬에 동료나 후배 여경찰만 보면 수작 걸기 바쁜 가벼운 남자다. 타케노우치는 <보스>를 통해 예전 작품들에서 자신이 맡았던 형사 역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것이 또 하나의 재미다. 그리고 아직 초반이라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한 개성 강한 멤버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역시 주인공을 맡은 아마미 유키가 <보스>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일본 여배우 중 드물게 장신인데다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아마미는 강한 카리스마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배우다. 이미 불혹의 나이를 넘긴 이 여배우는 타카라즈카 가극단 출신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TV로 진출했다. 아마미는 기초가 탄탄한 연기력과 파워풀한 에너지를 내세워 <이혼변호사> 시리즈, <여왕의 교실>, <톱 캐스터> 등 인기작을 거치며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래서 자신을 그저 매스컴의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려는 경찰 조직의 남성들에게 실력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보스>의 오오사와 역시 그녀에게 더없이 딱 맞는 옷처럼 보인다. <보스>의 영향인지 아마미는 최근 오리콘에서 조사한 ‘여성이 뽑은 멋진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이처럼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믿음을 주는 배우 중 한 명인 아마미 유키이기에 <보스>의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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