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에 대해서라면 3박 4일도 쓰겠지만 일단 이번엔 밀크티, 혹은 홍차라떼 얘기를 하려고 한다. 밀크티를 워낙 좋아하는데다가 찬장엔 과욕으로 사들인 각종 홍차가 넘쳐나는 관계로 어느 날 문득 집에서 밀크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럭저럭 마실만한 밀크티가 완성됐는데 그 제조법은 이랬다. 우선 홍차를 완전 진하게 우려낸다. 그 다음은 그냥 우유도 괜찮지만 스팀밀크가 있으면 더 좋은데 형편상 그게 어려우니까 믹서기에 우유를 눈 깜짝할 동안만 돌려서 거품을 낸 후 전자렌지로 데운다. 이 두 액체를 섞고 기호에 따라 설탕 등 적당량의 감미료를 첨가하면 마실만하고 허물없는 친구에게 대접할만한 밀크티가 된다.

그런데 자꾸 하다보니까 이게 좀 귀찮았다. 우선 홍차를 완전 진하게 우려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설거지 종목 중 최고난이도를 자랑하는 믹서기 닦기도 회피하고 싶었다. 한동안은 집에선 해먹지 않고 던킨도너츠 앞을 지날 때마다 틈틈이 사 마셔두는 걸로 만족했다. 아아, 그러나 이내 나의 포시라운 주둥이는 더 원활한 리필 대책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차저차해서 최근 애용하고 있는 방법은 무인양품의 로얄 밀크티 파우더를 사두고 시시때때로 휘휘 타 마시는 것이다. 이게 집에 두고 타 마시는 가루 치곤 조금 비싸긴 하다. 게다가 정량보다 더 많이 넣어야 맛있기 때문에 몇 번 해 마시면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권장하건대 할인점이나 편의점 등등에서 파는 약간 저렴한 동종제품의 유혹에 빠지지 마시길 바란다. 그 세계는 이미 갔다 온 내 경험에 의하면 실패와 실망과 자원낭비로 점철된 곳이었다. 반드시 무인양품의 로얄 밀크티여야 하는 것이다.

글.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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