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KBS2 월 저녁 09:55
<꽃보다 남자>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에 대한 상징이기라도 하듯,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온 구준표와 금잔디 커플의 화해도 요트 위에서 이루어졌다. 12회의 갑작스런 이별 이후 무려 10회 이상을 떨어져 지내 메인 커플이 맞긴 한 건가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냈던 커플의 감격스러운 재회. 하지만 이번에도 인물들의 감정은 휘발된 채 예쁜 장면만 나열한 뮤직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사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화법은 정통 로맨스보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더 가깝다.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물들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갖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습을 마치 플레이어가 게임의 단계를 클리어하듯 미션 수행의 쾌감과 속도감에 치중하여 그려낸다. 매회 빠짐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주인공이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다시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는 식이다. F4 역시 플레이어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연애 대상 캐릭터로 최적화되어 있다. 구두나 드레스, 낭만적인 키스, 해외여행과 같이 미션 수행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요소요소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24부작 로맨스 드라마다. 인물들의 감정 묘사 없이 동일한 패턴의 미션수행이라면 그냥 게임을 하는 게 낫다. 더욱이 특유의 속도감마저 사라진 후반부부터는 그저 관성적으로 TV를 켜게 될 뿐이다. 그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22회였다.
글 김선영
<우리말 겨루기> KBS1 월 저녁 7:30
월요일 저녁, 악의 기운이 펄펄 끓는 SBS <아내의 유혹>이 끝나면 채널은 9번으로 향한다. 그곳엔 신애리의 협잡도 구은재의 원한도 없다. 우리말 달인을 꿈꾸는 다섯 도전자가 있을 뿐. 나이, 직업, 사회적 지위도 필요 없다. 알면 맞히고 모르면 틀리는 것만이 스튜디오의 법이다. 하지만 겨루기가 끝나고 출전자들의 성패가 갈리는 순간, 그들의 배경은 그 결과와 맞물려 보는 이를 더욱 기쁘거나 안타깝게 한다. 어제 <우리말 겨루기> 2단계에 진출한 두 사람도 그랬다. 하나는 29세 취업준비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내가 말기 암에서 회복된 68세 퇴직교사였다. 마지막 관문에 먼저 다다른 퇴직교사가 기회를 놓쳤다. 취업준비생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으나 그에겐 남은 문제가 너무 많았고, 그마저 틀렸다. 다시 기회를 잡은 퇴직교사가 정답을 외쳤다. “편안한 외모, 유쾌한 성격”으로 전국의 사장님들께 자신을 홍보하던 취업준비생은 긴장이 덜 풀린 듯 눈을 깜짝이다가 이내 V자를 그리며 “긍정적이기까지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3단계에서 “얘기꺼리”와 “얘깃거리”를 분간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퇴직교사는 방청석의 아내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여보, 늙지 말고 우리 재미있게 살자”고 했다. 둘 다 실패하기엔 아까운 사람들이 실패하는 순간, 취업준비생의 당당한 취업과 퇴직교사 부부의 백년해로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
글 김은영
<꽃보다 남자>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에 대한 상징이기라도 하듯,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온 구준표와 금잔디 커플의 화해도 요트 위에서 이루어졌다. 12회의 갑작스런 이별 이후 무려 10회 이상을 떨어져 지내 메인 커플이 맞긴 한 건가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냈던 커플의 감격스러운 재회. 하지만 이번에도 인물들의 감정은 휘발된 채 예쁜 장면만 나열한 뮤직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사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화법은 정통 로맨스보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더 가깝다.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물들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갖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습을 마치 플레이어가 게임의 단계를 클리어하듯 미션 수행의 쾌감과 속도감에 치중하여 그려낸다. 매회 빠짐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주인공이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다시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는 식이다. F4 역시 플레이어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연애 대상 캐릭터로 최적화되어 있다. 구두나 드레스, 낭만적인 키스, 해외여행과 같이 미션 수행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요소요소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24부작 로맨스 드라마다. 인물들의 감정 묘사 없이 동일한 패턴의 미션수행이라면 그냥 게임을 하는 게 낫다. 더욱이 특유의 속도감마저 사라진 후반부부터는 그저 관성적으로 TV를 켜게 될 뿐이다. 그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22회였다.
글 김선영
<우리말 겨루기> KBS1 월 저녁 7:30
월요일 저녁, 악의 기운이 펄펄 끓는 SBS <아내의 유혹>이 끝나면 채널은 9번으로 향한다. 그곳엔 신애리의 협잡도 구은재의 원한도 없다. 우리말 달인을 꿈꾸는 다섯 도전자가 있을 뿐. 나이, 직업, 사회적 지위도 필요 없다. 알면 맞히고 모르면 틀리는 것만이 스튜디오의 법이다. 하지만 겨루기가 끝나고 출전자들의 성패가 갈리는 순간, 그들의 배경은 그 결과와 맞물려 보는 이를 더욱 기쁘거나 안타깝게 한다. 어제 <우리말 겨루기> 2단계에 진출한 두 사람도 그랬다. 하나는 29세 취업준비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내가 말기 암에서 회복된 68세 퇴직교사였다. 마지막 관문에 먼저 다다른 퇴직교사가 기회를 놓쳤다. 취업준비생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으나 그에겐 남은 문제가 너무 많았고, 그마저 틀렸다. 다시 기회를 잡은 퇴직교사가 정답을 외쳤다. “편안한 외모, 유쾌한 성격”으로 전국의 사장님들께 자신을 홍보하던 취업준비생은 긴장이 덜 풀린 듯 눈을 깜짝이다가 이내 V자를 그리며 “긍정적이기까지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3단계에서 “얘기꺼리”와 “얘깃거리”를 분간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퇴직교사는 방청석의 아내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여보, 늙지 말고 우리 재미있게 살자”고 했다. 둘 다 실패하기엔 아까운 사람들이 실패하는 순간, 취업준비생의 당당한 취업과 퇴직교사 부부의 백년해로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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