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천장의 형광등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날, 나는 곧잘 ‘요츠바’에게서 위로 받는다. 한국에 이제 7권까지 번역되어 출간된 <요츠바랑!>의 그 요츠바 말이다. 그녀, 여섯 살이라고 말하면서 다섯 손가락을 펼쳐드는 이 당돌한 여자아이가 웃을 때, 나는 금방 실실거린다.

요츠바는 엄마도 없고, 심지어 친아빠도 아닌 아빠와 둘이서 살고 있지만, 이 꼬마 아이에게 결핍감 따윈 없다. 그저, 세상은 요츠바에게 흥미진진한 놀이터. <요츠바랑!>의 등장인물은 단촐한 요츠바네 두 식구와, 아빠 친구들, 그리고 요츠바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옆집 ‘아야세’네 가족이 대부분이다. 요츠바는 처음 자전거를 타보고, 처음 붕어빵을 먹고, 처음 불꽃놀이를 보러가고, 그런 눈부신 ‘처음의 나날들’이 가득하다. 요츠바는 두려움을 모르고, 망설임을 모르며, 후회를 모른다. 말하자면 그녀는, 사상 최강의 여자아이랄까.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에게 신문을 가져다주고, ‘오늘은 뭐하고 놀지?’ 그 큰 눈을 깜빡이며 요츠바가 그 하루를 시작할 때, ‘오늘도 정말 재미있는 하루가 되고 말거야’란 확신을 읽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5권, 요츠바가 아야세네 집안일을 거들다(!) 그만 잠이 드는 장면이다. 때는 여름, 방안 가득 지는 햇살이 쏟아지고, 방문이 드리운 그늘가엔, 발만 이불을 덮고 소로록 잠든 요츠바가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평화롭다’라는 말을 쏟아내고 만다.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장면을 주저 없이, 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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