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는, 무대에서 열정적이다 못해 가끔 무섭기까지 한 송용진이다. 그런데도 10 CHOICE에 <지킬앤하이드>의 류정한을 꼽는 건 ‘진짜’ 뮤지컬을 보고싶을때마다 찾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드럽고 강한 목소리를 모두 다 가진 이 성악과 출신 배우의 진지한 눈빛에 끌려 끝없는 통장잔고제로의 늪에 빠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젊은 극작가가 늙은 기사추종자로 변할 때, 반듯하기만 했던 박사가 직접 시험에 뛰어들어 악인으로 변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기 위해 감옥행을 선택할 때. 그 반전의 순간들을 볼때마다 나는 어느새 또다시 다음 공연을 결제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류정한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년 4개월 만에 ‘왕의 귀환’이라는 부제와 함께 다시 찾아온 <지킬앤하이드>가 바로 그것. 개인적으로 류정한 최고의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라고 생각하지만, <지킬앤하이드>는 앞에서 말했던 그 반전의 순간을 가장 탁월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1막 엔딩에서의 조명, 음악, 그의 음성과 연기가 어우러지는 순간을 놓치지 마시라. 그 엔딩이야말로,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사랑해마지않는 장면이다. 그래서 올해도 류지킬을 볼꺼냐고? 올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보았던 류지킬을 회상만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에 다시 시작하는 <쓰릴미>를 위해 지금부터 통장의 잔고를 차곡차곡 채워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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