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한국영화의 첫 황금종려상은 2000년 ‘춘향던’(임권택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지 19년 만이다.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지 7년 만이기도 하다. 올해는 특히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 ‘기생충’의 수상은 더욱 의미 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건 1984년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이두용 감독)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상영되면서다. 1999년에는 ‘소풍’(송일곤 감독)이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경쟁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성과를 낸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0년 ‘춘향뎐’이 장면 경쟁부문에 최초로 초청됐다. 이 해 ‘오! 수정’(감독 홍상수)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박하사탕’(이창동 감독)은 감독주간에, ‘해피 엔드’(정지우 감독)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상과 인연이 닿은 건 2002년이 돼서다. 장승업의 치열한 삶을 담은 ‘취화선’(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 중 두 번째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임권택 감독은 이 영화로 감독상을 받아 한국영화 사상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트로피를 처음 거머쥐게 됐다.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는 장편 경쟁부문 초청돼 황금종려상 다음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박쥐’(박찬욱 감독)가 장편 경쟁부문 초청돼 ‘피시 탱크’(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와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2007년에는 한국 최초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영화 ‘밀양’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애끓는 심정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이 수상한 것이다. 2010년에는 ‘시’(이창동 감독)가 장편 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각본상의 영예를 누렸다.

2016년에는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칸의 부름을 받았다. 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조성희 미술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의 최고 기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는 ‘버닝’(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유력 수상작으로 점쳐졌지만 수상에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버닝’은 벌칸상(신점희 미술감독)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등 2관왕을 달성하며 성과를 남겼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성장과 발전의 가장 두드러진 징표”라며 “그간 쌓아온 한국영화의 저력과 위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인정”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다섯 번째로 선보인 자신의 작품으로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됐다. 그간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 왔다. ‘괴물'(2006)은 제59회 감독 주간에 초청됐고, ‘도쿄!’(2008)와 ‘마더’(2009)는 각각 제61회, 제62회 주목할 만한 시선에 상영됐다. 재작년 ‘옥자’(2017)로 처음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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